"오늘은 제가 일회용품 없는 친환경 카페에서 알바를 해보았어요. 여러분들도 플라스틱, 일회용품 안 쓰기를 같이 실천해보면 너무 좋을 것 같아요."
블랙베리크리에이티브 소속 걸그룹 '이달의 소녀(LOONA)' 멤버 '츄'는 최근 CJ ENM(035760)의 1인 창작자 지원 사업 '다이아 티비(DIA TV)'와 함께 새로운 유튜브 채널을 만들었다. 이름은 '지구를 지켜츄'로, 츄의 친환경 실천기가 담긴 영상을 매주 올리고 있다. 지난달 7일부터 지난 18일까지 총 7편의 시리즈가 올라왔는데, 이 중 '개밥그릇에 케이크 주는 곳이 있다? 일회용품 없는 카페 알바(아르바이트) 체험' 영상의 경우 조회 수가 63만회를 넘어서는 등 인기다.
정치·사회적 목소리를 내는 것이 암묵적으로 금기시됐던 K팝 아이돌이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업계에서는 환경·인종·젠더 등의 사안에 민감한 MZ세대(밀레니얼+Z세대)가 K팝의 주요 팬층으로 떠오르면서 이같은 변화를 가능케 했다고 분석한다. 엔터테인먼트 기업이 이들을 겨냥해 시행하는 환경·사회·지배구조(ESG) 경영의 일환이라는 것이다.
YG엔터테인먼트소속 걸그룹 블랙핑크는 오는 11월 영국에서 열리는 제26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6)를 앞두고 지난해 12월 9일 유튜브에 기후변화 대응에 동참할 것을 촉구하는 내용을 담은 영상을 올렸다. '블링크(블랙핑크 팬클럽)들 주목! 기후변화에 대해 함께 배워 볼 시간'이라는 제목의 이 영상은 주한영국대사관이 먼저 협업을 제안해 제작됐다.
블랙핑크의 유튜브 공식 계정 구독자 수는 5740만명이 넘는다. 전 세계 아티스트를 통틀어 2번째로 큰 규모다. 태국 출신 멤버 리사는 이 영상에서 "저는 1997년생이다. 제가 태어날 당시 지구의 46%가 자연 서식지로 이뤄져 있었지만, 지금은 35%만 남아 있고 매일 더 많은 지구 환경은 파괴되고 있다"며 "우리의 지구, 우리의 미래인 만큼 지금이 바로 행동해야 할 때다. 저희의 여정에 동참해달라"라고 말했다.
환경 문제에만 목소리를 내는 것이 아니다. 지난해 글로벌 K팝 팬덤을 달군 이슈는 조지 플로이드 사망에 항의하는 흑인 인권운동 '블랙 라이브스 매터(Black Lives Matter·BLM·흑인의 생명은 중요하다)'였다. K팝 팬덤은 미국 경찰의 시위 채증용으로 홍보된 동영상 애플리케이션(앱)에 집단으로 '팬캠(팬이 직접 촬영한 동영상)'을 보내 해당 앱을 다운시키는 한편, 아이돌과 소속사에 공개적인 BLM 지지를 요구했다.
이에 빅히트엔터테인먼트 소속 보이그룹 방탄소년단(BTS)은 공식 트위터에 "우리는 인종차별에 반대한다"는 글을 올리고, 조지 플로이드 사망에 항의하는 흑인 인권운동 '블랙 라이브스 매터(Black Lives Matter·BLM·흑인의 생명은 중요하다)' 측에 100만달러(약 12억원)를 기부했다. BTS 팬덤인 '아미(ARMY)' 역시 이 같은 행보에 발맞춰 27시간 만에 100만달러가 넘는 액수를 모금하는 데 성공했다. 이외에도 SM엔터테인먼트 소속 NCT·레드벨벳을 비롯해 몬스타엑스, 에이티즈, 씨엘 등이 인종차별 반대 선언을 했다.
업계에서는 K팝 아이돌이 정치·사회 문제에 침묵해야 한다는 일종의 연예계 '금기'를 깨고 있는 배경으로 글로벌 무대 진출을 꼽는다. 한 업계 관계자는 "비(非)영어권·비서구권 음악인 K팝은 팬덤이 전 세계로 확대되면서 해외 시장에서 비주류·다양성·소수자의 아이콘으로 떠올랐다"면서 "해당 이슈에 관심이 많은 MZ세대 팬덤이 주류가 되면서 K팝에 '정치·사회적 책임'이 수반된 것은 자연스러운 수순"이라고 했다.
다만, 아이돌 개인의 의사 표명 의지보다는 MZ세대 팬덤을 고려한 회사 측의 전략이 이를 가능케 했다는 분석이다. 업계 관계자는 "그동안 K팝 아이돌은 정치·사회적 발언으로 구설수에 오르는 것을 극도로 경계해왔다"면서 "좋아하는 아이돌이 자신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환경·인종·젠더 이슈에 지지해주길 바라는 팬들의 경향에, 팬들의 요구를 적극적으로 수용해 팬덤을 키우려는 K팝 기획사들의 경영 전략이 통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공연장에서 플라스틱 빨대 사용을 금지한 미국 가수 빌리 아일리시처럼 K팝 아이돌이 주체적으로 다양한 이슈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기까지는 다소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