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아시아나 기업결합 심사
경쟁제한성 높은 주요 노선 일부 매각 조치 필요
"소비자 후생에 집중해야…현대기아차 전철 밟아선 안돼"
"대한항공-아시아나 기업결합 심사에 있어 관건은 공정위가 소비자 후생을 위해 어떤 시정조치를 내리느냐다. 경쟁제한성이 우려되는 일부 노선 매각 조치 등의 구조적인 시정조치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한국산업조직학회장을 맡고 있는 신일순(57) 인하대 경제학부 교수는 지난 9일 공정거래위원회가 진행 중인 대한항공-아시아나 기업결합 심사에 대해 이 같이 밝혔다. 한국산업조직학회는 산업생태계가 효율적으로 작동하기 위한 방법을 연구한다. 공정위 경제분석 역량에 도움을 주는 학회다. 지난해 우아한 형제들(배민)과 DH(요기요) 기업결합 연구용역도 맡았다. 신 회장은 지난해 3월부터 이 조직을 이끌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기업결합을 심사중이다. 양분됐던 국내 항공시장이 대한항공 일원화 체제로 재편되는 과정에서 독과점 폐해가 우려된다. 산업은행과 대한항공 측은 세계시장을 놓고 보면 두 회사를 합병하더라도 점유율이 높지 않으며, 대부분 취항지에서 해외 항공사와 경쟁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그동안 이뤄진 해외 항공사 결합 심사나 제주항공과 이스타항공의 인수합병건 등을 놓고 봤을때 공정위와 해외 경쟁당국은 도시 간 노선별로 별도의 구획을 나누고 집중도를 심사할 것으로 보인다. 노선 별로 심사할 경우 경쟁제한성 발생 확률이 높아진다. 이 경우 공정위는 계열사 매각이나 가격인상 금지 조치와 같은 시정조치를 내릴 수 있다.
다만, 아시아나가 회생불가능하다고 판단될 경우에는 조건 없는 승인이 가능하다.
그는 "LCC 매각 등은 소비자 후생에 있어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 일부 미주 노선 등의 경우 대체가능성이 적기 때문에 결국 가격인상 등으로 귀결될 가능성이 높고, 이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집중도가 높은 일부 노선에 대한 매각조치 등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경쟁제한성 발생 우려를 잠재우기 위해 점유율이 높은 주요 노선에 대한 매각·반납 등의 구조적 조치를 검토할 필요성이 있다는 지적이다.
신 교수는 공정위가 소비자 후생보다 구조조정을 우선시해 독과점 폐해가 발생한 현대기아차 인수합병 사례의 전철을 밟아서는 안된다고 당부했다. 공정위는 지난 외환위기 당시 기아차의 회생불가능성에 집중해서 조건 없는 승인 결정을 내렸다.
그는 "코로나 사태라는 단기적 위기때의 단기적인 관점과 산업정책적 시각만 우선할 것이 아니라 소비자 후생과 경쟁이라는 균형을 찾기 위해 공정위가 신중한 선택을 내려야 한다"고 말했다.
최근 배민-요기요 인수합병 관련 공정위의 요기요 매각 조치에 대해서는 '잘한 결정'이라면서도 동태적인 플랫폼 시장의 특성에 대응해 유연한 조치가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공정위의 기업결합 심사기간이 1년 이상 소요되면서 신속한 대응이 어려워졌다는 것이다. 신 교수는 "동태적인 시장의 특성상 유연한 조치가 필요한데 시간이 1년 이상 걸렸다는 점은 공정위 역량이 산업 발달에 따라가고 있지 못하는 것"이라고 했다.
플랫폼 독과점 문제에 대해서도 국내 기업 역차별 문제가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유럽과는 다른 상황이기 때문에 규제 일변도로 나가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신 교수는 "토종 플랫폼이 아예없는 EU와는 우리는 다른 상황이기 때문에 역차별 논란이 나올 수밖에 없다"면서 "독점은 무조건 나쁜 것이 아니라 혁신과 폐해를 명확히 구분해야한다"고 말했다.
공정위가 추진하는 온라인플랫폼 공정화법과 관련해서는 사후규제 기관인 공정위가 '사전규제'에 나서 중복규제 우려를 낳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 때문에 방통위와의 갈등도 필연적일 수박에 없다는 것이다. 신 교수는 "사후규제 기관인 공정위가 문제를 사전규제로 해결하려고 하니 갈등이 일 수밖에 없다"면서 "기관간 다툼으로 비화하면서 규제 위에 규제가 덕지덕지 붙어 신산업 혁신을 저해하는 꼴이 됐다"고 지적했다.
한국산업조직학회는 1984년 설립됐다. 산업생태계가 효율적으로 작동하기 위한 방법을 연구하는 학회로 교수, 연구원, 연구기관 등 200여 회원이 있다. 신 회장은 서울대 경제학과를 나와 미국 로체스터대학에서 산업조직론을 전공한 학자다. 2003년부터 인하대 경상대 경제학부 교수로 재직하고 있고 지난해 3월부터 한국산업조직학회 회장을 맡고 있다. 다음은 신 회장과의 일문일답.
-대한항공의 아시아나 인수합병(M&A)가 진행되고 있다. 인수합병이 성사될 경우 독과점 폐해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경쟁제한성 발생 우려를 볼 때 노선별로 놓고보면 가격인상의 개연성이 높다. 대한항공측은 외항사와 경쟁한다고는 하지만 직항 노선 등에서 국적기를 대체하기가 어려운 일부 노선이 존재한다. 이런 노선에 대한 매각 조치 등 구조적인 조치가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LCC나 기내면세점 등 자회사 매각조치로는 부족하다.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항공 구조조정 정책과 소비자 후생과의 균형을 찾기 위한 적절한 '조건'이 매우 중요한 상황이다."
-공정위가 현대·기아차 인수합병을 승인했던 사례처럼 오점이 될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공정위의 현대기아차 인수합병 승인은 외환위기라는 특수성 아래 회생불가능성을 내세워 경쟁제한성을 등한시한 결정이었고, 이후 독과점 폐해가 발생했다. 이번에도 코로나19 사태 등 위기 상황에서 단기적인 시각으로 사안을 결정하는 전철은 밟아서는 안된다. 아시아나가 과연 회생불가능한지 대안적인 인수합병이 불가능한지, 설비가 이용가능한지 등 여부를 제대로 보고 판단해야 한다."
-앞서 배민-요기요 인수합병에 공정위는 '요기요 매각'이라는 조건부 승인 결정을 내렸다.
"적합한 결정이라고 본다. 다만 심사기간이 너무 늘어졌다. 동태적인 플랫폼 기업의 인수합병을 심사하는데 1년 이상 걸렸다는 것은 대응 속도가 너무 느린 것이다. 앞으로 기업결합 심사에 걸리는 시간을 단축해야 한다."
-플랫폼 기업의 인수합병(M&A)에는 어떤 기준이 필요하다고 보는가.
"전통적인 기업결합을 심사하는 가이드라인이나 논리가 적용되지 않는다. 기존의 기계적인 적용으로는 문제를 해결할 수 없는 것이다. 경제분석 능력을 강화해 사건별로 분석을 내놔야 한다. 공정위 정책은 본디 테크닉이 아니라 '아트'다. 답이 정해진 것이 아니라 상황별로 적합한 결론을 내기 위해 조직 역량을 강화해야 할 때다."
-구글의 인앱결제 논란 등 온라인플랫폼 기업의 갑질 문제가 대두되고 있다. 플랫폼 독점 문제에는 어떻게 대응해야한다고 생각하는가.
"독점에는 혁신과 창의성이라는 긍정적 측면이 있고, 반대급부로 폐해도 존재한다. 온라인플랫폼 역시 초반에는 독점의 긍정적인 측면이 강조됐지만 최근 독과점 폐해가 강조되고 있다. 중요한 것은 독과점 폐해와 혁신의 차이점을 구별해서 봐야한다는 점이다. 특히 우리나라는 미국 빅테크 종속 문제에 대해 집중규제에 나선 EU와는 달리 토종 플랫폼이 존재하기 때문에 플랫폼 규제의 역차별 논란이 나올 수밖에 없다. 공정위가 예민하게 대응해야하는 이유다."
-공정위는 최근 온라인플랫폼법안을 발의하고, 전자상거래법 개정에 나서는 등 플랫폼문제 해결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이같은 행보가 신산업 혁신을 저해한다는 시각도 있다.
"플랫폼 공정화법의 문제는 '사전규제'라는 점이다. 경제정책은 기본적으로 사후규제로 혁신을 촉진해야 한다. 행동을 미리 규제하는 것이 아니라 이후 효과를 놓고 따져봐야 하는 것이다. 규제자 입장에서는 사전규제가 훨씬 편할 수 밖에 없다. 공정위 경쟁정책의 본분은 시장경쟁의 촉진인데, 경쟁을 틀어막는 잘못된 방향으로 가고 있다. 사전규제 기관인 방통위와 부딪히면서 힘겨루기가 됐고, 규제가 덕지덕지 붙고있다."
-최근 애플의 동의의결 관련 '기업 봐주기' 논란이 일었다. 동의의결 제도에 대해서는 어찌 보시는지요.
"전속고발권이 유지된 상태에서 동의의결은 언제나 봐주기 논란이 나올수밖에 없다. 또 공정위는 피해구제의 신속성 등을 이유로 내세우지만 애플의 경우 동의의결 과정에만 1년 6개월이 걸렸다. 전혀 신속하지 않다. 또 동의의결은 이행 여부가 매우 중요하고, 모니터링을 제대로 해야한다. 사업자가 낸 자진 시정안들이 제대로 실행되고 있는지 감시하지 않는다면 의미가 없다."
-공정위 기업집단국이 정규조직화를 앞두고 있는데, 그간의 성과를 평가한다면.
"기업집단국은 불공정거래를 가려내기 위한 실행 조직이기 때문에 표적수사, 과잉수사, 과징금 걷기 등 실적 위주의 성과내기로 돌아간다는 비판은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 다만 앞으로 정규조직화를 앞두고는 그간의 '실적쌓기'나 '표적수사'에서 벗어나서 장기적으로 대기업정책을 어떻게 가져가야하는지 청사진을 가져가야 할 때다."
-공정거래법 개정안 통과에도 불구하고 전속고발권이 유지됐다.
"정치적인 문제로 다소 지연됐지만 결국에는 폐지로 가야한다고 본다. 정책도, 시장도 독점은 좋지 않다. 자의성이 행사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현 정부의 코로나19 대응에 대해서는 어떻게 평가하시는지요. 경제 활력이 떨어진 상태인데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보십니까.
"국민건강과 산업발전을 동시에 추진하자는 생각을 버려야 한다. 국산 치료제로 해결하자고 고집부리다 백신 도입이 늦어졌다. 뼈아픈 실패다. 과거 반도체 등을 집중 지원해 주요 분야로 키워낸 산업논리를 답습한 결과다. 하지만 이제는 산업 논리와 수요 논리를 분리해서 봐야할 때다. 국민건강이라는 수요는 수요대로, 바이오산업은 산업대로 집중해야 하는 것이다. 공정위가 향후 기업결합 심사에 있어 소비자 후생에 주안점을 둬야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과거의 국가주도 산업정책적인 태도를 버려야 혁신이 더 활발해질 수 있다."
◆신일순 교수는
신일순 교수는 지난해 3월부터 한국산업조직학회 회장을 맡고 있다. 1984년 설립된
한국산업조직학회는 시장과 산업을 둘러싼 기업 간 경쟁관계를 연구하는 학회다. 신 교수는 서울대 경제학과를 졸업해 미국 로체스터대에서 경제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정보통신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을 역임했고 현재는 인하대 경제학부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1964년 출생
▲1987년 서울대 경제학과 졸업
▲1995년 미국 로체스터대 경제학 박사
▲정보통신정책연구원 연구위원
▲인하대 경제학부 교수(2003년~)
▲한국산업조직학회장(2020년 3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