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으로 취소·연기됐던 글로벌 방산전시회가 올해 들어 하나 둘 재개하는 움직임을 보이면서 국내 방산업계가 기대감을 높이는 분위기다. 전시회는 방산업계의 대표적인 ‘수출 통로’인데, 지난해 코로나19로 이 길이 막히면서 방산업체들은 신규 수주에 어려움을 겪었다.

19일 방산업계에 따르면 오는 21일부터 25일까지 아랍에미리트(UAE)에서 열리는 ‘국제방산전시회(IDEX 2021)’에 LIG넥스원(079550)·한국항공우주(047810)산업(KAI)·한화(000880)·현대로템(064350)등 국내 18개 방산 업체가 참여한다. 중동지역의 대표적인 방산전시회인 IDEX는 1993년부터 격년으로 열리는데, 올해엔 전 세계 고위급 국방관계자와 1100여개 방산업체가 참여한다.

오는 21일 아랍에미리트(UAE)에서 열리는 국제방산전시회(IDEX 2021)에 참여하는 LIG넥스원의 부스 조감도.

오는 4월엔 인도네시아 최대 방산전시회인 ‘인도 디펜스(Indo Defence)’가 예정돼 있다. 인도 디펜스도 격년으로 열리는데, 지난해에 코로나19로 열리지 못해 올해로 미뤄졌다. 국내에서는 오는 6월 9일부터 12일까지 부산 벡스코에서 국제해양방위산업전(MADEX)이, 10월 19일부터 24일까지 경기 성남시 서울공항에서 서울 국제항공우주 및 방위산업전시회(ADEX)가 열릴 예정이다.

방산업계는 지난해 전시회 대부분이 오프라인 대신 온라인으로 열리거나 규모가 축소되면서 해외 신규 수주에 어려움을 겪었다. 온라인으론 실제 무기를 접할 수 없다는 한계가 있는 데다가 간신히 열렸다 하더라도 참여하는 국가가 대폭 줄었기 때문이다. 대한민국방위산업전(DX 코리아)의 경우 지난해 11월 오프라인으로 열렸지만, 예전만큼 해외 바이어가 참석하지 못했다.

수출길이 막히면서 방산업체의 지난해 실적도 당초 계획보다 부진했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064850)에 따르면 한화에어로스페이스(012450)·LIG넥스원·KAI·현대로템·한화시스템 등 주요 방산 5개 업체의 지난해 실적은 2019년보다 소폭 하락하거나 비슷한 수준일 것으로 보인다. 한 방산업계 관계자는 "코로나19 팬데믹 속에서도 실적 방어에 성공했다는 평이 있지만, 해외 수주에 차질이 생기면서 예상보다 실적이 부진했다"면서 "보안을 이유로 공시되지 않는 사업이 있다는 것을 고려해도 지난해 4분기 해외 수주 공시를 올린 기업은 KAI뿐"이라고 말했다.

KAI 본사 항공기동에서 작업자들이 T-50을 점검하는 모습.

방산업계는 글로벌 방산전시회가 재개되면 지난해 코로나19 여파로 미뤄졌던 해외 사업도 순차적으로 진행될 것을 기대하고 있다. KAI는 전술입문용 훈련기 T-50 8대의 미군 임대를 추진하고 있다. 미군은 현재 T-50과 이탈리아 훈련기 M-346을 경쟁 입찰에 붙여 심사 중인데, 지난해 코로나19를 이유로 최종 낙찰이 미뤄진 상태다. 훈련기 가격은 대당 200억~250억원으로, 총 2000억원 규모다.

한화디펜스는 올해 호주 정부를 상대로 K9 자주포 양산 계약 체결과 레드백(Redback) 장갑차 시험평가를 앞두고 있다. 인도의 3조원 규모 비호복합 프로젝트도 마찬가지다. 한화디펜스의 K-30 비호복합은 2019년 10월 인도군이 추진 중인 단거리 대공 유도무기 도입 사업에서 유일하게 성능 테스트를 통과했는데, 현재 인도 정부의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발표가 늦어지고 있는 상태다.

다만 일각에서는 방산전시회가 아직 예년과 같은 규모를 회복하지 못해 아쉽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방산업계 관계자는 "IDEX에 참여하더라도 예전처럼 많은 관객이 오거나 대규모 수주가 이뤄질 수 있다고는 크게 기대하지 않는다"면서도 "그래도 해외 방산전시회가 재개하면서 조금씩 수주시장이 정상화되고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