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배·경비원 성범죄자 취업제한...배달 기사는 현행법상 근거없어
소비자들 "고객과 대면하는 배달직, 성범죄자 취업 막아야"
배민 측 "현행법상 성범죄자 사전에 걸러내기 어려워"
서울 시내 한 오피스텔에서 배민라이더스 소속 배달기사가 여성 주민에게 자신의 성기를 노출하고 달아나는 사건이 발생하면서 성범죄자의 배달 기사 취업을 제한해야 한다는 여론이 들끓고 있다.
15일 경찰과 배민 등에 따르면 배민라이더스 소속 기사 A씨는 설날인 지난 12일 밤 서울 송파구 문정동의 오피스텔에서 엘리베이터에 함께 탄 여성 주민 B씨에게 성기를 노출한 뒤 달아났다. 당시 A씨는 헬멧을 쓴 채 얼굴을 모두 가리고 있었으며, 범행 직후 배달의민족(배민) 로고가 그려진 오토바이를 타고 자리를 떴다. B씨는 오토바이 차량번호를 외운 뒤 바로 경찰에 신고했다. 현장에 출동한 경찰은 엘리베이터 폐쇄회로(CC)TV 영상을 통해 배달 기사가 성기를 노출한 사실을 확인했다.
현재 경찰은 도주 경로에 있는 CCTV 등을 확보해 A씨를 추적 중이다. 배민은 당시 배달 내역 등을 확인해 기사를 특정하고, 해당 기사의 계정을 정지 조치했다. 배민 관계자는 "불미스러운 일이 발생해 유감"이라면서 "경찰이 요청할 경우 해당 기사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는 등 협조하겠다"고 했다.
◇성범죄 전과자의 배달 서비스, 막을 法 없어
배달기사의 성범죄 가능성을 우려하는 목소리는 오래 전부터 나왔다. 지난 2019년에는 경기 용인에 사는 한 주부가 "같은 동네에 거주하는 성범죄자가 배달을 하는 모습을 목격했다"며 '성범죄자가 배달기사로 활동하는 것을 제한해야 한다'는 내용의 청원글을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올리기도 했다.
그는 청원글에서 "배달업은 택배업과 마찬가지로 고객과 대면하는 서비스직"이라며 "고객의 집 주소와 전화번호, 가족구성원까지도 알 수 있는 직업인데, 그런 직업을 가진 사람이 성범죄자라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했다. 해당 청원글은 한달여간 3만여명이 동의했지만, 청와대의 기준(20만명)에는 미달해 해당 부처의 답변 없이 청원이 종료됐다.
현행법은 아동, 청소년과 자주 마주칠 수 있는 아동 교육시설이나 아파트 경비원 등 37개 업종에서 성범죄자 취업을 제한하고 있다. 택배 기사도 2019년 7월 개정된 화물운송사업법에 따라 20년 동안 취업이 금지된다.
반면 이륜차(오토바이) 배달업에 대해선 강력범죄자나 성범죄자의 취업을 제한하는 규정이 없다. 이륜차 면허만 있으면 누구나 일할 수 있는 것이다.
소비자들 사이에선 배달 플랫폼이나 대행업체들이 기사 채용 시 사전 검증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지만, 업체들은 개인정보보호법 때문에 어렵다는 입장이다. 취업제한 직종이 아닌 직종에서 범죄경력을 조회하는 것은 개인정보보호법 위반이기 때문이다.
배민 관계자는 "범죄 이력 조회 등을 통해 사전에 걸러낼 수 있는 시스템은 현행법 상 불가능하다"면서 "자체적으로 카드뉴스나 온라인 교육 등을 통해 사고 예방 교육을 실시하고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