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마트, 코스트코 부산점 700m 거리에 트레이더스 20호점 개장
2년 연속 20%대 성장에 힘 받았나…창고형 매장 선두 경쟁 치열해질 듯

이마트 트레이더스 부산 연산점 전경.

이마트의 창고형 할인매장 트레이더스가 부산에서 미국계 창고형 매장인 코스트코와 정면 승부를 펼친다.

이마트(139480)는 오는 15일 부산 연산동에 트레이더스 20호점을 정식 오픈한다. 이 매장은 지난 8일 임시 개장해 단축 운영 중이다.

트레이더스 연산점은 2009년 개장한 코스트코 부산점과 직선거리로 700m 떨어져 있다. 차로 가면 2분, 걸어가도 10분이면 갈 수 있다. 그동안 이마트는 과당경쟁을 피하려 코스트코가 입점한 지역에 트레이더스 매장 출점을 기피했지만, 이번엔 달랐다. 몸집도 키웠다. 트레이더스 연산점의 매장 크기는 1만9800㎡로, 코스트코 부산점(1만2883㎡)의 약 1.5배다.

그래픽=송윤혜

업계에서는 이마트가 그동안 취해 온 트레이더스의 전략이 '공격적인 확장'으로 선회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유통업계 한 관계자는 "일산·하남 신도시 등 주요 상권에 트레이더스와 코스트코가 매장을 낸 적이 있지만, 모두 차로 10분 이상 소요되는 거리에 위치해 있다"며 "연산점 출점은 창고형 매장 선두 경쟁을 본격화하겠다는 이마트의 선언으로 해석된다"고 했다.

코스트코 부산점.

이마트가 코스트코와에 정면승부를 건 이유는 무엇일까. 업계에서는 트레이더스의 고성장세를 이유로 꼽는다.

이마트는 작년 연결기준 매출액이 전년 대비 17.8% 증가한 21조3949억원을 기록했다고 9일 공시했다. 이 중 트레이더스의 매출은 2조8947억원으로, 전년 대비 23.9% 성장했다. 트레이더스는 2019년에도 22.4%의 매출 성장률을 기록했다.

코스트코코리아의 지난해(2019년 9월~2020년 8월) 매출은 4조5229억원으로, 이마트보다 앞선다. 하지만 매출 성장률(9%)로 볼 땐 트레이더스도 승산이 있다는 게 유통업계의 평이다.

이마트 내부에서도 코스트코와의 경쟁에 대해 '할 만하다'는 분위기가 감지된다. 국내 시장 전문성을 바탕으로 신선식품 경쟁력이 있고, 자체 브랜드(PB) 상품도 가격과 품질 경쟁력을 갖췄다는 것이다. 코스트코와 달리 연회비가 없고, 커피·피자 구독 등 모객 상품이 있다는 점도 장점으로 꼽힌다.

이마트 트레이더스 관계자는 "그룹 통합 온라인 쇼핑몰 SSG닷컴에서 서비스 하는 ‘쓱배송’ 범위를 늘려 더 많은 고객이 트레이더스의 상품을 경험할 수 있도록 하겠다"면서 "상품 경쟁력과 차별화된 프로모션으로 성장세를 이어가겠다"고 했다.

트레이더스와 코스트코 간의 선두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는 사이 롯데쇼핑(023530)의 창고형 매장 '롯데 빅(VIC) 마켓'은 쇠퇴하고 있다.

롯데쇼핑은 2012년 서울 금천구에 빅마켓 1호점을 내며 창고형 할인점 사업을 시작했다. 이후 서울 도봉, 영등포, 경기 신영통, 경기 일산 등에 빅마켓을 출점했지만, 지난해 신영통점과 일산점을 폐점했다.

업계 관계자는 "창고형 매장이 경쟁력을 갖기 위해선 규모의 경제를 이뤄야 하는데 빅마켓은 트레이더스와 코스트코에 비해 점포가 부족한 상황"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