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후 동학개미 열풍 등을 계기로 주식시장이 유례없는 활황을 보이자 증권가를 중심으로 리테일(소매금융) 부문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리테일 역량을 강화하기 위해 부서를 개편하는가 하면, 직원들의 영업점에 대한 선호도도 부쩍 높아졌다.

리테일은 비대면 주식 브로커리지(위탁매매), 자산관리(WM) 상담을 통한 금융상품 판매 등 증권사의 전통사업을 가리킨다. 지난 10여년간 증권사 주요 수익원은 리테일이 아닌 기업공개(IPO), 기업 인수합병(M&A), 회사채 발행 등 투자은행(IB) 사업에 초점을 두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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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증권사들은 잇따라 실적 축포를 터뜨리고 있다. 지난해 미래에셋대우(1조1047억원)는 국내 증권사 중 처음으로 연간 영업이익 1조원을 넘어섰다. 메리츠증권(8280억원), NH투자증권(7874억원), 삼성증권(016360)(6793억원), 키움증권(039490)(6939억원) 등도 역대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특히 지난해 증시거래대금 증가 덕을 본 리테일 부문이 좋은 성적표를 받았다. 이 기간 삼성증권 리테일 부문 순수탁수수료는 6853억원으로, 국내 주식과 해외 주식이 각각 전년대비 155%, 228% 증가했다. 미래에셋대우, 메리츠증권 등도 리테일 부문 성장이 이번 실적에 반영됐다.

앞서 메리츠증권은 지난해 연말 조직 개편을 통해 리테일 지원 부서를 세분화했다. 기존에 영업점을 지원해온 리테일지원팀은 그대로 유지하고, 추가로 리테일 상품을 전문적으로 공급하고 관리하는 상품솔루션팀을 신설했다.

NH투자증권은 지난 12월 WM 디지털 사업부를 신설했다. 기존에 5개였던 WM사업부를 4개로 재편하고, 영업점 대형화에 나섰다. 미래에셋대우도 WM마케팅 본부와 VIP솔루션본부를 WM총괄 직할로 편제하고, 서울 지역본부를 4개에서 5개로 확대했다.

코스피 지수가 전 거래일 대비 63.47포인트(2.14%) 오른 3,031.68로 장을 마감한 지난달 7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한국거래소에서 직원들이 기념 꽃가루를 뿌리고 있다.

증권가에서는 본사 근무 직원 중 영업점으로 이동하기 원하는 직원들이 많아졌다. 영업점에서는 상품 판매 등 개인실적에 따라 많게는 수십억원까지 인센티브를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증시 활황과 맞물려 이른바 ‘물 들어올 때 노 저어야 한다’는 심리가 형성된 셈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10년 넘게 증권사에서 근무했던 직원들이 지금 같은 장(場)은 한 번도 본 적이 없다고 입을 모은다"며 "본사에서 자발적으로 영업점을 지원하는 직원들이 인력이 보통 때보다 늘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영업점에서도 본사를 선호하는 비율이 낮아졌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개인별로 차이는 있겠지만, 영업점 직원들의 개인 주식 수익률이 더 높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본사 직원들과 달리 시장 상황을 계속 모니터링해야 하기 때문에 본인이 직접 하는 투자 결과도 더 좋다는 것이다. 월급, 성과급과 별개로 벌어들이는 수익이 더 많다는 뜻이기도 하다.

다만 일각에선 영업 자체가 개인 성향에 따라 좌우되는 업무인 만큼 직원들의 영업점 지원 의사와 시장 상황은 큰 관련이 없다는 의견도 나왔다. 통상적으로 인사는 본부나 지점 상황을 비롯해 직원 역량에 따라 이뤄지고, 애초에 직원들의 지원 의사가 제대로 반영되기 어렵다는 것이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지점 영업에서 좋은 실적을 내기 위해서는 기본적으로 친화력이 있어야 하고, 일정 규모 이상의 자금을 끌어올 만한 인맥이 필요하다"며 "대체로 그런 자질을 갖춘 사람들은 어떤 상황에 있더라도 실적을 내기 마련"이라고 말했다.

한편, 앞으로 국내 주식시장에서 증권업종의 가치는 더 높아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그간 미국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 사모펀드 이슈를 비롯해 투자은행(IB) 부문 손익에 대한 투명성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증권업종이 저평가돼왔다는 것이다.

임희연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증시 거래대금에서 개인 투자자들이 차지하는 비중 등을 고려하면 증권업의 최악은 이제 지났다고 본다"며 "오히려 주식시장 상승 및 거래대금 증가로 우호적인 영업환경이 조성된 만큼 향후 성장에 관심 가질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