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실리콘밸리서 한국 상륙한 음성 기반 SNS
'날 것 그대로' 비즈니스 리더들의 목소리
휘발성에 스피커도 청취자도 부담 없는 이야기場

국내 내로라하는 스타트업 대표들이 클럽하우스에서 경험을 공유하고 있다.

"지난 일주일 동안 3~4시간밖에 못 자면서도 (밤새) 헤헤거렸어요. 건강을 잃고 1700명의 팔로어를 얻은 게 접니다." (차우진 대중음악 평론가)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후 ‘부담 없는 온라인 만남’이 큰 화두가 되고 있는데요. 아무런 준비 없이도 내 아젠다를 얘기할 수 있고 가볍게 다른 사람 이야기도 들을 수 있어서 좋은 것 같아요." (이나리 헤이조이스 대표)

지난해 4월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출시된 음성 기반 소셜미디어(SNS) ‘클럽하우스’가 최근 한국에서도 심상치 않은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현재 애플의 아이폰 유저만 이 애플리케이션(앱)을 다운받을 수 있는 데다 사용자의 초대장을 받아야만 들어갈 수 있어 벌써 중고거래 플랫폼에 클럽하우스 초대장을 판다는 글이 속속 올라오고도 있다. 클럽하우스에 들어가기 위해 ‘갤럭시 유저’이지만 오래된 아이폰을 다시 켰다는 증언도 나오고 있다. 클럽하우스를 만든 스타트업 ‘알파 익스플로레이션’은 창업 8개월 만에 유니콘(기업가치 1조원 이상 비상장 기업) 반열에 올랐다.

클럽하우스는 영상 통화나 채팅 없이 오직 음성으로만 대화를 이어가는 것이 가장 큰 특징이다. 방을 만든 방장과 그가 초대한 발언자(스피커)가 원칙적으로 음성 대화를 하고, 방에 들어와 있는 나머지 사람은 그들의 이야기를 청취할 수 있다. 청취자도 손을 들어 참여 의사를 밝히면 대화에 참여할 수 있다. 한 방에 최대 5000명까지 들어갈 수 있다.

◇ 각본 없는 양질의 미니 토크쇼

지난 7일 밤 윤수영 트레바리 대표와 이승건 비바리퍼블리카 대표, 박태훈 왓챠 대표, 박재욱 쏘카 대표 등 국내에서 내로라하는 스타트업 리더들이 클럽하우스에 모였다. 추천 책부터 최근 관심 있게 지켜보는 서비스, 존경하는 창업자에 대해 ‘한밤 토크’를 나누기 위해서다. 이들 스피커에게 질문을 던지며 ‘쇼’를 진행해나간 것은 박희은 알토스벤처스 파트너였다. 마치 스피커와 모더레이터가 있는 토크쇼 같지만, 대본도, 형식도, 권위도 없는 것은 큰 차이점이었다. 순식간에 1300여명의 청취자가 몰렸다.

한 금융업계 관계자는 "클럽하우스는 마치 이 시대 비즈니스 리더들이 모닥불 주변에 둘러앉아 이야기를 나누는 것을 날것 그대로, 그것도 공짜로 듣는 플랫폼 같다"고 했다. 스피커는 준비 없이도 자신의 이야기를 할 수 있고, 청취자들은 여기저기 관심주제를 기웃거리며 다양한 목소리를 접할 수 있다는 것이다.

주제는 ‘우리 뭐 먹고 살지?(라디오 피디 현실고민방)’ ‘음악 관련 종사하시는 분들 모여봐요’ ‘일하는 여성에겐 무엇이 필요한가요’ ‘2월 생일자 생일 축하 음주 파티’ ‘한국어로 대화하면서 문화교류해요’처럼 다양하다.

이런 클럽하우스의 토크쇼적인 특성은 오프라인 북토크나 콘퍼런스 등을 대체하기에도 최적이라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실제 저명한 조직심리학자이자 베스트셀러 작가인 애덤 그랜트는 신간 ‘싱크 어게인(Think again)’의 북토크를 클럽하우스에서 열기도 했다. 모더레이터는 또다른 베스트셀러 작가인 말콤 글래드웰이 맡았다. 방 제한 인원인 5000명이 꽉 들어찼다.

한 스타트업 대표는 "오프라인이라면 굉장히 화제가 될 양질의 프로그램이 많다"면서 "1시간 강연을 위해 해외 유명 연사를 비행기 일등석으로 모셔오던 시대, 인사이트를 실시간으로 접할 기회가 매우 드물던 시대가 저물어간다"고 평했다.

◇ 댓글 대신 음성으로 피드백, 저장·녹음 없는 휘발성도 매력

클럽하우스에 열광하는 이들은 다른 SNS와는 차별화된 음성 피드백을 매력 중 하나로 꼽는다. 현재 인기를 끌고 있는 소셜미디어 플랫폼인 유튜브나 페이스북, 인스타그램은 모두 댓글로 콘텐츠 관련 의견을 올리지만, 클럽하우스는 실시간 음성으로 의견을 개진할 수 있다는 것이다.

방에서 나눈 대화를 저장하거나 공유할 수 없는 ‘휘발성’도 장점으로 거론된다. 클럽하우스를 사흘 정도 이용해 봤다는 한 마케팅업계 관계자는 "누군가가 내가 말하는 내용을 녹음하고 있다면 부담스러울 텐데, 그렇지 않기 때문에 말하는 사람, 듣는 사람 모두 편안하게 클럽하우스를 이용할 수 있는 것 같다"고 했다.

클럽하우스가 이제 막 한국 시장에서 이름을 알리기 시작한 단계이기 때문에 여러 시도가 나올 수 있겠지만 기존 SNS의 전철을 밟게 될 것이란 시각도 양립하고 있다.

정원모 한국지능정보사회진흥원 수석연구원은 "클럽하우스는 기존 SNS의 한계를 뛰어넘는 서비스 모델로 기업들이 고객 목소리를 듣는 창구 등으로 활용할 여지가 있고, ‘클럽하우스 모더레이터’라는 직업을 탄생시킬 수도 있을 것"이라면서도 "최근 일주일 사이 일반인들이 대거 서비스에 몰려들면서 소개팅방, 반말방 등 특이한 콘셉트 대화가 많이 이뤄지고 있고, 벌써 사기 등의 문제가 거론되고도 있는 만큼 좀 더 추이를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