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톡톡]
김상욱 교수 "라면, 찬물에 면과 스프 넣고 끓였을 때 면발 완벽"
농심 "끓는 물에 면·스프 동시에 넣어야 가장 보편적으로 맛있다고 느껴"

김상욱 경희대 물리학과 교수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올린 글 때문에 라면 마니아들 사이에서 갑론을박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김상욱 교수가 페이스북에 올린 글을 요약한 내용.

'라면의 새역사를 열다'라는 제목을 붙인 글의 내용은 '라면의 면과 스프는 물이 끓고난 뒤가 아니라 가열을 시작할 때부터 넣어야 된다'는 것이었습니다.

과학적인 증명 과정도 거쳤습니다. 가설을 세우고, 실험을 하고, 결론까지 도출했습니다. 김 교수는 실험 결과 '완벽한 면발'을 맛 봤다며 에너지 절약 효과까지 얻을 수 있다고 했습니다.

김 교수의 글이 퍼지면서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그동안 라면을 잘못 끓였다'는 글이 쏟아졌습니다. 탕수육 '부먹' vs '찍먹' 논쟁처럼 라면 '넣고 끓여' vs '끓이고 넣어' 논쟁이 '밈'(meme·집단 내 문화 모방 현상)으로 자리를 잡을지도 모르겠습니다.

불똥은 국내 1위 라면회사인 농심(004370)직원들에 튀었습니다. 농심 직원들은 '김 교수의 글이 사실이냐?' '왜 라면조리법엔 물이 끓고 면발과 스프를 넣어야 한다고 돼있느냐?'는 주변 지인들의 질문 공세에 시달렸다고 합니다.

그래서 농심에 물어봤습니다. "면과 스프, 언제 넣어야 합니까?"

라면 스프와 면을 넣는 최적 시기에 대한 농심의 설명.

농심 관계자는 "물이 끓기 전부터 면과 스프를 넣고 끓인다고 해서 문제가 되진 않는다"며 "최근엔 화력이 좋은 인덕션이 많이 보급되면서 금세 물이 끓기도 한다"고 합니다.

다만 표준화가 문제라고 합니다. "화구의 화력에 따라 물이 끓기까지 걸리는 시간에 차이가 있을 수 있다"는 것입니다.

물의 끓는점은 섭씨 100도. 액체상태의 물은 그 이상으로 온도가 올라가지 않습니다. '끓는 물에 스프와 면을 넣고 4분30초'. 단순하지만 변수를 최소화한 최적의 조리법이라는 게 농심의 설명입니다.

농심 관계자는 "연구원들이 여러 방식으로 조리해보고 가장 보편적으로 맛있다고 느끼는 조리법을 라면 봉지에 넣은 것"이라며 "끓는 물에 넣어 면을 빨리 삶는 게 면발의 쫄깃함을 살리는 데 더 나은 조리법"이라고 합니다.

과학자의 말 한마디로 라면 논쟁이 벌어진 것을 보면 한국인의 라면에 대한 애착은 정말 남다른 것 같습니다. 세계라면협회(WINA)에 따르면 한국인 1명이 1년에 먹는 라면은 75개라고 합니다. 5일에 라면 1개씩은 먹는 셈이죠. 2위인 베트남보다 20개 이상 많은 압도적인 1위 입니다.

라면이 내포하는 의미도 다양합니다. 1986년 서울아시안게임에서 육상종목 금메달을 3개 딴 임춘애 선수는 '라면 먹고 뛰었다'고 인터뷰를 하며 '라면소녀'가 됐습니다. '라면소녀'는 열악한 환경에서 기적을 일궈낸 '한강의 기적'의 표상이 됐죠.

영화 '봄날은 간다'에서 '라면'은 젊은 남녀의 연애의 시작을 알리는 상징이었습니다.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에선 '짜파구리'가 '계급의 격차'를 암시하는 기호로 전세계의 관심을 한몸에 받았습니다.

한국인의 소울푸드, 라면이라고 할 만 합니다. 조리법 하나로 이런 논쟁이 인다는 것은 그만큼 우리 국민들이 라면을 좋아한다는 뜻일테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