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역성장하던 노트북, 코로나19로 기사회생
화면 표현하는 디스플레이 중요성 커져
노트북 OLED 삼성이 장악…전 세계 90% 이상
LGD 당분간 LCD 주력 "OLED 시장 미성숙" 판단

삼성디스플레이 15.6인치 노트북용 OLED 패널.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한 재택근무·원격수업 등의 증가는 꺼져가던 노트북 수요를 다시 되살려내는 데 성공했다. 스마트폰과 태블릿PC에 밀려 매년 역성장을 거듭해온 노트북 판매량이 많이 늘어난 것이다.

올해 또한 이런 흐름이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노트북 등 정보기술(IT) 기기에 장착되는 디스플레이 수요 역시 증가세가 예상되나, 디스플레이 패널을 공급하는 한국 기업의 전략은 다소 엇갈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7일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지난해 전 세계에서 판매된 노트북은 총 1억7300만대 수준으로, 지난 2011년 이후 사상 최대치를 기록할 전망이다. 전년보다 9% 상승했으며, 판매액 또한 1320억달러(약 148조원)에 달하고 있다.

노트북 시장은 지난 2011년을 정점으로 스마트폰과 태블릿PC에 밀려 성장이 둔화하기 시작했다. 매년 역성장 또는 1%대의 낮은 성장률을 보였다. 개인용 시장은 거의 붕괴 직전이었고, 그나마 기업용 수요로 버텨온 것이 사실이다. 기술 발전으로 노트북 내구성이 높아지면서 교체 주기가 길어져 수요가 감소하는 경향도 나타났다.

그러나 지난해 코로나19로 예상치 못한 반전이 일어났다. 재택근무가 늘고, 온라인 학습이 증가하면서 해당 작업에 최적화된 개인용 노트북 수요가 증가하게 된 것이다. 이런 흐름은 올해에도 계속 이어질 전망이다. 지난해 같은 성장은 아니지만 올해 1억7500만대, 내년에도 1억7700만대가 팔릴 것으로 전망된다.

노트북 수요 증가에 따라 디스플레이 기업 역시 바빠졌다. 판매량이 늘면 늘수록 패널 공급량도 많아져서다. 여러 작업 내용을 표시해야 하는 디스플레이는 노트북에서 중앙처리장치(CPU)나 저장매체(SSD·HDD 등)에 버금갈 정도로 중요한 장치로 인식된다.

노트북용 OLED 패널이 생산되고 있는 모습.

노트북 시장에서도 최근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디스플레이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전체 시장에서 노트북용 OLED 패널이 차지하는 비중은 1% 내외지만, 노트북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선두권 업체들이 속속 OLED 패널을 채용한 고급 노트북을 선보이고 있는 것이다. 시장 확대는 시간 문제라는 얘기가 나온다.

전 세계 노트북 시장 점유율 1위 레노버는 ‘씽크패드’ 등 자사의 주요 제품에 OLED 패널 채용 비중을 높이고 있다. 2위 HP 역시 최근 OLED 패널 장착 제품을 늘려가고 있다. 에이수스는 지난해 12월 OLED 패널을 채택한 투인원(2-in-1) 노트북 ‘젠북 플립’ 2종을 출시하는 한편, 추가로 신제품을 내놓는다.

글로벌 노트북용 OLED 패널 공급은 대부분 삼성디스플레이가 맡고 있다. TV용 OLED 패널 시장을 LG디스플레이가 장악하고 있는 것과 비슷하다. 시장의 90% 이상을 삼성디스플레이가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디스플레이는 OLED 노트북의 본격 개화와 함께 13.3인치부터 16인치까지 다양한 크기의 노트북용 OLED 패널 10종을 올해 내놓을 계획이다. 회사 관계자는 "지난해 노트북용 OLED 패널 공급량은 전년보다 5배 이상 성장한 것으로 추정된다"며 "올해 또한 큰 폭의 성장이 예고된다"고 했다.

LG디스플레이는 지금 당장 OLED 전환을 하기보다는 글로벌 1위인 LCD에 더 주력한다는 전략이다.

반면 LG디스플레이는 액정표시장치(LCD)에 더 힘을 모으고 있다. 수익이 크지 않은 TV용 LCD와 달리 노트북 등 IT 분야에서는 LCD로 내는 수익이 상당하기 때문이다. 특히 IPS(광시야각)와 QHD(쿼드 HD) 등 고화질 패널에서는 글로벌 점유율 1위다.

LG디스플레이의 지난해 노트북 LCD 패널 매출은 3조3290억원으로, 전년 2조4760억원에 비해 34.4% 성장했다. 같은 기간 TV용 LCD 패널은 매출이 30% 이상 줄었다. 성장률만 놓고 보면, LG디스플레이가 주력하고 있는 TV용 OLED 패널이 기록한 성장률 15.8%를 크게 앞서고 있다. LG디스플레이는 철수를 예정한 TV용 LCD 생산 라인을 IT(모니터·노트북·태블릿 등) LCD 패널 생산 라인으로 바꾼다는 계획이다.

다만 LG디스플레이도 적절한 시점에 OLED로 전환할 예정이다. 이미 모니터용 48인치 OLED를 소개하기도 했다. 그러나 현실 자체는 녹록치 않다. 스마트폰용 OLED 패널처럼 이 시장을 삼성디스플레이가 선점한데다, 가장 큰 고객사 중 하나인 LG전자는 OLED 노트북의 출시 계획을 현재 잡고 있지 않다.

업계 관계자는 "PC 모니터, 노트북 등에 사용되는 LG디스플레이의 중소형 OLED는 아직 가격 경쟁력을 충분히 확보하지 못했다는 게 업계 시각"이라며 "가격 경쟁력은 고객사 확보에 매우 중요한 요소로, LG디스플레이가 시급히 해결해야 하는 문제다"라고 했다.

올해 LG전자는 PC 모니터 울트라파인 올레드 프로를 34인치 사이즈로 출시한다. 그러나 이 모니터에 LG디스플레이의 OLED 패널을 사용하지 않을 예정이다. 대신 일본 JOLED의 패널이 쓰인다. 업계는 가격 면에서 JOLED 패널의 경쟁력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LG전자의 PC용 OLED 모니터는 32인치로 출시된다. 일본 JOLED의 패널을 사용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LG디스플레이 관계자는 "현재 노트북용 OLED 패널은 고객사 수요가 많지 않아 본격적인 제품 출하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며 "OLED 노트북 시장이 열린다면 충분히 따라잡을 만큼의 시장 경쟁력은 (LG디스플레이도) 갖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