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GM이 경상용차 다마스와 라보 생산을 올해 1분기 종료하기로 했다. 대우자동차 시절인 1991년부터 창원 공장에서 생산해온 다마스와 라보는 지난 30년 동안 자영업자들의 꾸준한 사랑을 받아온 모델로, 출시 이후 총 37만여대가 판매됐다.

가격이 1000만원 안팎인 데다 차량 유지비가 적게 드는 ‘가성비’ 덕분에 자영업자들이 애용하는 모델이 됐다. 배기량이 800cc 미만으로 경차에 속해, 개별소비세·취등록세 등 세금이 면제되고 고속도로 통행료를 할인받을 수 있는 데다 연료도 LPG를 사용하기 때문에 유지비가 적게 든다. 적재 공간도 웬만한 스포츠유틸리티차(SUV)보다 넓다. 다마스는 450㎏, 라보는 550㎏까지 적재가 가능하다.

경상용차 다마스와 라보.

실내 공간을 넓은 다마스는 주로 꽃집이나 세탁소, 배달 업체들이 애용했고, 라보는 공사장에서 쓰이거나 푸드트럭으로 개조되기도 했다. 다마스는 스페인어로 '친한 친구', 라보는 그리스어로 '일하다'는 의미인데, 말 그대로 소상공인들에게는 일 잘하는 친한 친구가 됐다. 그런데 올해 1분기를 마지막으로 단종이 예고되면서 지난 1월 한 달 동안에만 다마스는 441대, 라보는 503대가 판매됐다. 지난해 같은 달과 비교하면 판매량이 각각 94.3%, 130.7% 급증했다. 소상공인의 막바지 수요가 몰린 결과다.

다마스와 라보는 이미 8년 전 단종 위기를 겪었다. 정부의 안전·환경 기준이 강화되면서 의무 장착해야 하는 에어백, 헤드레스트, 타이어 공기압 경고 장치(TPMS), 배기가스 자가 진단장치(OBD-2) 단자 등이 탑재되지 않아 한국GM이 생산을 중단한 것이다.

당장 다마스와 라보를 애용하던 세탁업협회, 대리운전협회 등 전국 소상공인 단체가 강하게 반발했고, 정부가 일부 규제 적용을 유예하면서 한국GM이 생산을 재개했다. 이후 한국GM은 200억원을 투자해 소형상용차 전용 생산 공장을 마련했고, 다마스와 라보를 타는 소상공인은 물론 100여개의 협력업체들도 일감을 유지하게 됐다.

하지만 결국 다마스와 라보 생산은 올해 중단되게 됐다. 다마스와 라보의 단종이 예고되면서 두 차종을 대체할 수 있는 모델에 관심이 쏠리지만, 당장 두 모델을 완전히 대체할 수 있는 차종은 사실상 없다는 게 업계 평가다. 업계 관계자는 "다마스와 라보의 경우 안전성은 낮지만, 가성비 높은 가격으로 고정 수요층이 있었다"며 "다마스와 라보를 대체할 수 있는 차종이 없어 차량을 사용해야 하는 소상공인들의 부담은 커질 수밖에 없다"라고 말했다.

대창모터스가 생산한 전기밴 다니고.

국내에서 현대차(005380)스타렉스나 르노삼성의 마스터 등 소형 밴이 판매되고 있지만, 판매가격이 스타렉스의 경우 2200만~3200만원, 마스터는 2900만~3100만원으로 다마스보다 비싸다. 배기량이 스타렉스는 2497cc, 마스터는 2300cc이고, 적재량 역시 스타렉스 800㎏, 마스터 1200㎏으로 훨씬 크다. 800만~900만원에 판매되는 라보와 달리 기아의 소형트럭 포터, 봉고 역시 1500만원부터 판매되고 있어 가격 부담이 크다.

국내 업체 대창모터스와 디피코가 배달 시장 등을 겨냥해 각각 전기밴 '다니고', '포트로'를 출시했고, 신원CK가 중국 동풍소콘으로부터 중국산 전기밴과 소형트럭을 판매하고 있지만, 가격뿐 아니라 한 번 충전에 100㎞대인 짧은 주행거리도 단점으로 꼽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