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미조선]

오아시스 경기도 성남 물류센터.

워킹맘 박모(42)씨는 소고기는 물론 채소와 과일 등 두 살 딸아이 이유식에 필요한 친환경·유기농 식자재를 온라인몰 ‘오아시스’에서 구매하고 있다. 다른 곳에 비해 가격도 저렴하지만, 무엇보다 상품을 믿을 수 있어서다. 사실 그는 최근까지 오아시스가 아닌 다른 온라인몰을 이용했다. 그러나 오아시스가 제품 중량을 속이지 않고 까다로운 절차를 거쳐 친환경·유기농 신선식품을 유통한다는 걸 알고 오아시스로 갈아탔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후 건강을 고려하는 소비자가 늘면서 아이를 가진 부모를 중심으로 친환경·유기농 소비가 주목받고 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에 따르면 2019년 국내 친환경·유기농 식품 시장 규모는 2년 전과 비교해 약 35% 증가한 1조8354억원을 기록했고, 코로나19 여파로 성장 곡선이 더욱 가팔라질 것으로 전망된다.

이런 흐름에 올라탄 대표적인 업체가 친환경 신선식품 유통업체 오아시스다. 오아시스는 고객이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앱)을 통해 주문한 소고기, 계란 등 신선식품을 아침 7시 전 집 앞에 배송하는 온라인 새벽 배송 서비스를 하고 있다. 전국에 39개의 오프라인 매장도 운영 중이다.

오아시스는 작년 매출 2300억원을 기록한 것으로 추정된다. 2019년(1400억원)보다 64% 증가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10배 증가한 100억원으로 예상된다. ‘이코노미조선’이 오아시스의 성장 비결을 분석했다.

◇비결 1│산지 직거래로 가성비 높여

오아시스의 핵심 경쟁력은 친환경·유기농 신선식품을 저렴한 가격에 판매한다는 점이다. 경쟁 업체보다 가격이 20~30%가량 싸다. 이는 ‘프리미엄 유기농 제품인데, 가격은 합리적’이라는 김영준 오아시스 창업주의 경영 철학에서 비롯됐다. 회사 내부에선 이를 ‘유기농의 대중화’라고 표현한다.

오아시스는 상품 가격을 낮추기 위해 산지(생산자) 직매입 거래 구조를 구축했다. 중간 도매상을 거치지 않고 오아시스가 전국 산지와 직접 거래하며 유통 단계를 줄였다. 오아시스의 직거래 비중은 전체 상품의 70%에 달한다. 친환경·유기농 신선식품의 경우 95% 이상이 산지 직거래다.

이런 산지 직매입 거래구조는 2011년 오아시스의 탄생과 함께 시작했다. 김영준 창업주 등 오아시스 경영진은 전국 산지로부터 농산물을 유통하는 우리소비자생활협동조합(우리생협) 출신이다. 이들은 우리생협에서 영업은 물론 상품 소싱, 유통 등 다양한 역할을 했다.

오아시스는 사업 초기 우리생협 매장에 농산물 등 상품을 공급하는 유통 부문을 맡았고, 2015년 오아시스 오프라인 매장을 열었다. 우리생협 때부터 구축한 전국 산지 네트워크를 그대로 가져왔다. 특히 친환경·유기농 신선식품을 적극적으로 공략했다. 대형 유통업체와 차별화한 고품질 상품을 저렴한 가격에 판매하면 시장에 통할 것이라고 판단했다.

2018년 온라인 판매, 새벽 배송 서비스를 시작할 때도 ‘고품질, 저렴한 가격’ 등 가성비로 승부를 보는 전략을 펼쳤다. 온라인 등 시대 트렌드에 맞춰 판매 플랫폼과 서비스를 업그레이드했다. 현재는 친환경·유기농 신선식품 외 생활용품, 의류 등 상품 다양화에 힘쓰고 있다.

오아시스는 고품질 기준을 맞추기 위해 친환경·유기농 상품 취급·관리도 까다롭다. 시장에서 잘 팔린다고 다 받지 않는다. 오아시스만의 취급 상품 기준을 통과해야 한다. 축산물은 소, 돼지, 닭 등 종류 불문하고 항생제 검사를 통과한 무항생제 제품이어야 하고, 과일과 채소는 무농약 인증을 받아야만 한다. 일부 과일에 대해서만 예외적으로 무농약이 아닌 저농약 인증을 요구한다.

◇비결 2│자체 제작 고효율 물류 시스템

고효율 물류 시스템도 오아시스의 강점이다. 오아시스는 국내 신선식품 배송업체 중 유일하게 흑자를 내는 기업으로 주목받는다. 물론 성장 방향이 다르고 사업 규모에 차이가 있지만, 오아시스가 효율적인 경영을 한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오아시스 측은 흑자 경영 비결로 물류 시스템을 꼽는다.

오아시스는 모회사인 지어소프트가 개발한 물류 시스템을 사용한다. 이 회사는 김영준 창업주가 대표를 맡고 있다. 김 창업주는 우리생협에서 일하기 이전 반도체 정보기술(IT) 엔지니어로 활동했다.

그는 2018년 온라인몰 ‘오아시스마켓’ 론칭 1년 전부터 온라인 비즈니스를 구상했고, 그에 따른 시스템 구축을 고민했다. 핵심은 상품을 보관, 선별, 포장, 배송하는 물류센터의 작업 효율성을 어떻게 끌어올리냐는 것이었다. 그는 냉동, 냉장, 상온 식품별로 이런 작업을 따로 하는 것은 업무의 중복이라고 보고, 한공간에서 함께 작업할 수 있는 물류 시스템을 구축했다. 이를 통해 고객이 주문한 상품을 선별하고 포장하는 데 드는 시간과 비용을 크게 줄일 수 있었다.

물류센터 내 근로자들이 ‘오아시스 루트’라는 모바일 앱을 통해 상품 발주, 선별, 배송 등 전 과정을 확인하며 작업할 수 있는 시스템도 개발해 사용 중이다. 이런 시스템을 바탕으로 오아시스 성남 물류센터는 하루 1만6000~1만8000건의 상품을 취급한다.

◇비결 3│온·오프라인 시너지 효과

오아시스는 상품 폐기율 0.1%를 자랑한다. 판매 상품 1000개 중 1개만 버린다는 것이다. 그 비결은 전국에 있는 39개 오프라인 매장에 있다. 신선식품은 다른 상품에 비해 폐기율이 높다. 특히 온라인 판매는 창고 입고와 보관, 배송 등의 기간을 고려해 유통 기한이 남아 있어도 폐기하는 일이 많다.

오아시스는 온라인 판매만 하지 않는다. 운영 중인 전국 39개 매장을 통해 2차 상품 판매를 한다. 1차로 온라인 주문 상품을 새벽 배송하고, 남은 상품은 오프라인 매장으로 보내 현장에서 판매하는 구조다. 이를 통해 재고를 현저히 줄일 수 있다. 매장은 픽업 서비스도 한다. 소비자가 온라인 또는 모바일로 상품을 주문한 후 가까운 매장에 와서 상품을 찾을 수 있다.

◇plus point

"가격 결정 시 생산자 마진 최우선 고려"

안준형. 연세대 경영학, 전 EY한영회계법인 회계사, 현 지어소프트 CFO

오아시스는 친환경·유기농 신선식품 가격을 어떻게 낮췄을까. 안준형 오아시스 최고재무책임자(CFO) 겸 부사장은 1월 26일 ‘이코노미조선’과 서면 인터뷰에서 "10여 년간 사업을 하며 구축한 산지 생산자 네트워크 덕분"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오아시스는 생산자와 최종 소비자를 연결하는 서비스를 한다"라며 "생산자가 더 많은 이익을 얻고 소비자는 저렴하게 구매할 수 있도록 하는 게 우리의 역할"이라고 말했다. 물론 박리다매를 통해 오아시스도 이익을 낸다.

오아시스는 가격을 결정할 때 일차적으로 유사 제품의 시장 가격을 모니터링하고, 산지 생산자와 프로모션을 진행하며 2차 가격을 조정한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생산자와 추가로 논의해 오아시스 PB(자체브랜드) 상품으로 전환, 가격을 한 번 더 낮춘다. 이런 가격 조정의 최우선 기준은 생산자의 마진이다. 그래야 이들에게 계속해서 질 좋은 상품을 공급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안 부사장은 건강한 유기농·무항생제 식품 시장을 타깃으로 한 것도 주효했다고 했다. 시장을 너무 광범위하게 잡으면 실패할 가능성이 크다. 더욱이 대형 유통업체와 경쟁에서 동일한 상품과 가격으로 승부하면 승산이 없다.

안 부사장은 "틈새시장인 유기농 신선식품을 공략하되, 모회사인 지어소프트의 IT 기술을 바탕으로 고효율 물류 시스템을 구축해 비용을 줄이면 가격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안 부사장은 고용도 강조했다. 오아시스 성남 물류센터의 경우 근로자 100%가 정직원이다. 그는 "사업이란 유기적인 생명체다. 조직원이 어떤 능력을 발휘하느냐에 따라 사업의 생명력도 그 잠재력도 다르게 발휘한다"라며 "외주 업체를 통해 일용직 개념의 인원을 채용하면 인원 수급에 대한 탄력성이 높고 비용을 아낄 수 있지만, 성장에는 분명한 한계가 있다"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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