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미조선]
'반면교사' 토론토 스마트시티

도시는 오랜 기간 인류와 함께했다. BC 90세기 요르단강 서안에서 시작된 최초의 도시인 예리코를 시작으로 고대 그리스와 로마를 거치며 도시는 성장했다. 동시에 도시는 시간 흐름에 따라 여러 가지 문제에 직면하게 됐다. 인간은 도시의 ‘병’을 해결하기 위해 온갖 노력을 기울여 왔다. 현재 도시는 인구 밀집, 교통 체증, 방역 미비 등의 병을 앓고 있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 극복을 위해 백신을 개발하는 것처럼, 도시에도 백신이 필요하다. ‘이코노미조선’은 도시 문제를 해결할 백신으로 ‘스마트시티’를 제시한다. 데이터와 정보통신기술(ICT)을 기반으로 하는 스마트시티가 코로나19 사태 이후 더 악화한 도시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까. [편집자 주]

스마트 시티, 시민의 편익 증대와 사생활 침해 '동전의 양면'
개인정보 유출 논란 '테크 공룡'에 대한 반감까지 겹쳐
"기업·국가·시민의 명확하고 지속적인 합의 중요"

워터프런트 토론토와 사이드워크 랩스가 추진한 토로토 스마트시티 예상도.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하는 가운데 구글이 추진하던 스마트시티 프로젝트가 좌초됐다. 사이드워크 랩스(Sidewalk Labs)는 지난해 5월 캐나다 토론토에 추진하던 스마트시티 프로젝트를 포기한다고 밝혔다. 사이드워크 랩스는 구글의 모기업인 알파벳이 2015년 도시혁신을 목표로 세운 자회사다. 사이드워크 랩스가 약 2년 반 동안 추진한 스마트시티 프로젝트를 포기한 데 대해 사이드워크 랩스 최고경영자(CEO) 댄 닥토로프는 "전례 없는 경제적 불확실성이 전 세계로 확대됐다"며 "토론토 부동산 시장에서 (스마트시티) 계획의 핵심 부분을 희생하지 않고 이 프로젝트를 실행하기가 어려워졌다"고 밝혔다.

토론토 스마트시티 프로젝트는 캐나다 토론토 온타리오 호수 서쪽 퀘이사이드 및 포틀랜드에 50년간 방치돼 있던 809만3713㎡ 일대를 재개발하는 것이다. 캐나다 연방정부와 토론토시, 온타리오 주 정부는 2001년 도시재생을 위해 ‘워터프런트 토론토’를 세웠고, 2017년 10월 사이드워크 랩스를 파트너사로 선정했다. 사이드워크 랩스는 대상 부지 중 4만8562㎡를 우선 개발하고, 이후 323만7485㎡로 스마트시티 개발 지역을 확대할 예정이었다.

토론토 스마트시티 구축에는 약 60개의 첨단 기술이 적용될 계획이었다. 도시 곳곳에는 수많은 센서가 설치돼 기온과 소음, 쓰레기 배출까지 방대한 데이터를 모으고 빅데이터와 인공지능(AI) 등 첨단 기술로 이를 분석하는 시스템이다. 북미 최대 규모의 스마트시티로 도시 활성화, 일자리 창출 등 부대 효과가 막대할 것으로 예상돼 세간의 기대를 한 몸에 받았다. 코로나19로 스마트시티의 중요성이 부각됐지만 이 사업은 결국 물거품이 됐다.

사이드워크 랩스가 스마트시티 프로젝트 포기 선언을 하자 현지 언론은 사생활 침해, 개인정보 유출 등의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 점을 가장 큰 이유로 꼽았다.

2017년 10월 사이드워크 랩스가 파트너사로 선정된 뒤부터 토론토 스마트시티를 둘러싼 사생활 침해 및 정보 유출 논쟁이 끊이지 않았다. 당시에는 페이스북이 대규모 개인정보 유출 논란을 일으켜 ‘테크 공룡’에 대한 반감이 높은 상황이었다. 토론토 시민에게 혜택과 편의를 주고 그 대가로 구글 손에 개인정보가 넘어갈 것이라는 논리의 반대 여론이 높아졌다.

급기야 시민단체인 캐나다 자유인권협회(CCLA)는 2019년 4월 정부를 상대로 토론토 스마트시티 계약 무효와 즉각 중단을 요구하는 소송을 제기했다. CCLA 측은 "캐나다는 구글의 실험용 쥐가 아니다"라며 "부당한 감시에서 벗어나 자유를 찾기 위해 싸울 가치가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센서 등을 통해 광범위한 데이터 수집이 이뤄질 수 있다는 점, 감시 카메라에 찍힌 당사자로부터 실질적인 동의를 받을 방법이 없다는 점, 개인을 식별하지 않도록 정보를 처리한다는 보장이 확실하지 않다는 점 등을 토론토 스마트시티의 문제로 지적했다.

CCLA의 소송 제기 이후 두 달 뒤 사이드워크 랩스는 약 1500쪽 분량의 보고서를 통해 지역 사회의 우려를 잠재우려고 했다. 이 보고서에는 토론토 스마트시티에서 수집한 개인정보를 판매하거나 광고용으로 사용하지 않고, 데이터 수집과 데이터 활용을 감독하기 위해 정부 기관이 승인한 독립적인 ‘데이터 트러스트’를 만들 것을 제안하는 내용이 담겼다.

나아가 사이드워크 랩스는 같은 해 11월 데이터 관리 문제를 사실상 정부 재량에 맡기기로 합의했지만, 반대 여론을 잠재우기엔 역부족이었다.

◇데이터 보호 방안에 대한 사회적 합의 필요

사이드워크 랩스의 숱한 노력에도 지역 사회의 우려가 사라지지 않은 이유는 무엇일까. 스마트시티에 대한 청사진과 개인정보 유출 및 사생활 침해 우려는 동전의 양면과 같다는 점 때문이다. 첨단 기술과 방대한 데이터를 근간으로 하는 스마트시티는 사물인터넷(IoT), 폐쇄회로(CC)TV, 센서 등을 통해 연결되고 AI 알고리즘으로 도시 내 생활을 추적하고 관리한다. 이러한 스마트시티 고유 특성상 거주 시민의 개인정보 침해 가능성이 커 시민 입장에서 이에 대해 부정적으로 받아들이는 것은 불가피하다. 특히나 구글처럼 막강한 파워를 지닌 제삼자가 스마트시티 정보에 접근할 수 있는 상황이라면 시민의 불안감은 더욱더 커질 수 있다.

이에 한국정보화진흥원은 토론토 스마트시티를 다룬 보고서에서 "이 프로젝트는 다양한 주체의 데이터를 활용하기 위해 국가와 개인, 기업의 지속적이고 명확한 합의가 중요함을 시사한다"며 "다양한 개인 데이터 수집·활용을 기반으로 하는 스마트시티 산업의 발전을 위해 적절한 사회적 합의 방안 마련이 필요하다"고 봤다.

캐나다 정부는 추가적인 평가와 협의를 거쳐 2020년 3월 최종적인 사업 승인 여부를 결정할 계획이었지만, 사이드워크 랩스가 포기 선언을 한 2020년 5월까지 이 프로젝트에 대한 최종 승인을 내주지 않았다.

토론토시는 사이드워크 랩스가 사업에서 철수하더라도 새 파트너사를 구해 스마트시티 사업을 지속할 계획이다. 존 토리 토론토 시장은 "우리는 전 세계의 부러움을 사고 미래를 상징하는 도시를 건설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토론토 스마트시티의 불빛은 언제 다시 켜질 수 있을까.

[-더 많은 기사는 이코노미조선에서 볼 수 있습니다.]

[도시의 진화 스마트시티] ①도시 진화의 패스트트랙 만든 팬데믹

[도시의 진화 스마트시티] 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