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미조선]
스마트시티 상징 스페인 바르셀로나

도시는 오랜 기간 인류와 함께했다. BC 90세기 요르단강 서안에서 시작된 최초의 도시인 예리코를 시작으로 고대 그리스와 로마를 거치며 도시는 성장했다. 동시에 도시는 시간 흐름에 따라 여러 가지 문제에 직면하게 됐다. 인간은 도시의 ‘병’을 해결하기 위해 온갖 노력을 기울여 왔다. 현재 도시는 인구 밀집, 교통 체증, 방역 미비 등의 병을 앓고 있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 극복을 위해 백신을 개발하는 것처럼, 도시에도 백신이 필요하다. ‘이코노미조선’은 도시 문제를 해결할 백신으로 ‘스마트시티’를 제시한다. 데이터와 정보통신기술(ICT)을 기반으로 하는 스마트시티가 코로나19 사태 이후 더 악화한 도시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까. [편집자 주]

스페인 바르셀로나의 디지털 민주주의 플랫폼 ‘데시딤’이 진행한 토론회.

"기술을 어떻게 효율적으로 활용할 것인지에 대한 계획 없이 기술만 도입한다면, 결국 기술적 문제만 해결하는 난관에 부딪힐 것이다."

전직 스페인 바르셀로나의 최고 기술 및 디지털 혁신 책임자 프란체스카 브리아는 2018년 ‘국제전기통신연합(ITU)’과 스마트시티 관련 인터뷰에서 기술이 아닌 사람이 우선돼야 한다고 강조하며 이같이 말했다.

브리아는 2015년 취임한 바르셀로나 시장 아다 콜라우 및 집권당 바르셀로나 엔 코무(Barcelona en Comú)당과 함께 민주주의적 가치와 시민을 중심에 둔 ‘보텀업(bottom-up·아래로부터 의견을 모으는 방식)’ 스마트시티 구축에 나섰다. 민간 기업과 정부가 기술을 독점해 운영하는 스마트시티가 아닌, 시민이 주체가 되는 도시 건설에 방점을 찍은 것이다.

바르셀로나는 유럽에서 스마트시티의 ‘콜럼버스’ 같은 곳으로 통한다. 2006년 민간과 정부·대학이 협력해 만든 혁신 구역 ‘22@바르셀로나’를 시작으로 시민에게 열려 있는 오픈 데이터와 정보통신기술(ICT)을 기반으로 한 서비스를 꾸준히 선보였다.

그 결과 2014년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가 주최하는 ‘유럽 혁신 수도’ 최종 수상자로 꼽히며 도시의 지속 가능성을 인정받았다. 바르셀로나는 매년 열리는 세계 최대 스마트시티 국제 행사 ‘세계 스마트시티 엑스포’의 주최자이기도 하다. 바르셀로나 스마트시티의 핵심 키워드는 ‘디지털’과 ‘거버넌스’다. ‘이코노미조선’은 두 키워드를 중심으로 시행되고 있는 바르셀로나의 다양한 프로젝트를 들여다봤다.

◇정보 격차 줄이고 사회관계 회복 노력

정부가 주도하는 ‘톱다운(top-down·위에서 지시를 내리는 방식)’ 구조의 스마트시티는 시민 간 정보 격차를 극대화하는 부작용을 낳을 위험이 있다. 바르셀로나 시의회는 이를 방지하기 위한 ‘디지털시티’ 계획을 2015년에 내놓았다. 데이터를 공평하게 분배하고, 데이터 윤리를 세우자는 목적을 내걸었다.

바르셀로나는 디지털시티 구축을 위해 오픈 소스(open source·무상으로 공개된 소스코드) 소프트웨어를 제공한다. 웹 호스팅 서비스인 ‘깃허브(Github)’에 공유된 바르셀로나의 오픈 소스 소프트웨어는 개인·기업·기관 모두에 열려 있다. 누구든 2차 가공 및 재생산을 할 수 있다. 현재 8건의 디지털시티 프로젝트가 오픈 소스 소프트웨어를 활용 중이다. ‘윤리적인 우편함(Ethical Mailbox)’이 대표적이다. 이는 정부 부패와 공공 재정 횡령 등의 문제를 시민이 직접 고발할 수 있는 플랫폼으로, 익명 인터넷 프로토콜(IP)을 가능하게 하는 소프트웨어인 ‘TOR’를 기반으로 개발됐다. 시민은 신상이 드러날 걱정 없이 익명으로 바르셀로나와 관련된 모든 기관과 공무원의 부패를 알릴 수 있다. 투명한 거버넌스 구축을 위해서다.

고령화 사회에 따른 디지털 격차를 좁히고, 노년층의 단절된 사회관계를 회복해주는 프로그램도 있다. 바르셀로나는 65세 이상 노인이 시민의 5분의 1을 차지하며 초고령화 사회로 진입 중이다.

‘빙클스 바르셀로나(Vincles BCN)’는 노년층을 위해 개발된 소셜미디어(SNS) 애플리케이션(앱)이다. 빙클스에 접속해 다른 노년층과 영상통화와 채팅을 자유롭게 나눌 수 있다. 바르셀로나 시의회는 앱 실행을 위한 태블릿PC를 대여해주고, 앱 사용 설명을 해주는 전담 공무원을 배치해 교육하기도 한다.

도시 인프라 정보를 24시간 수집하고 공개하는 사물인터넷(IoT) 센서 ‘센틸로(Sentilo)’도 디지털시티 계획의 핵심 기능이다. 스페인어로 ‘센서’를 의미하는 센틸로는 2016년 유럽에서 가장 큰 B2B(기업과 기업 간 거래) 행사인 ‘유럽 오픈어워즈’에서 가장 혁신적인 오픈 소스 소프트웨어로 선정됐다.

현재 1만8000개가 넘는 센서가 바르셀로나의 도로와 건물 곳곳에 설치돼 있다. 발광다이오드(LED) 가로등에 부착된 센틸로는 가로등이 얼마 동안 켜지는지를 추적해 에너지 절감에 도움을 준다. 센틸로 덕분에 바르셀로나는 가로등으로 소비되는 에너지 30%를 절약했다. 센틸로는 이외에도 햇빛과 강수량, 바람 세기, 소음, 교통 체증, 대기압 등의 정보를 측정해 깃허브에 공개한다.

스마트 센서 ‘센틸로(Sentilo)’가 송출한 정보는 웹사이트를 통해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다. 아이콘을 눌러 온도, 주차 가능 공간, 소음 등을 열람할 수 있다.

◇디지털 거버넌스의 산실 ‘데시딤’

‘시내에 더 많은 자전거도로를 만들어주세요.’ ‘더 윤리적이고 동물 친화적인 바르셀로나 동물원이 필요합니다.’

바르셀로나의 현대판 ‘프닉스 언덕(과거 그리스 아테네 민회가 열렸던 곳)’에서 들려온 목소리 중 일부다. 시민은 이곳에서 건의 사항을 자유롭게 공유하고, 개정이 필요한 정책이나 현안에 관해 토론을 펼친다. 바르셀로나 시민이라면 누구든 청원서를 등록하거나 청원서에 서명할 수 있다. 365일 24시간 민주주의가 잠들지 않는 바르셀로나의 디지털 민주주의 플랫폼 ‘데시딤(Decidim)’이다.

바르셀로나가 포함된 지역인 카탈루냐 언어로 ‘우리가 결정한다’라는 뜻인 데시딤은 2016년 바르셀로나 시의회에서 출범했다. 바르셀로나 스마트시티의 주요 사업 중 하나로, 기술과 정치가 접목한 ‘테크노폴리틱스(Technopolitics)’를 활용한 오픈 소스 플랫폼이다. 시의회는 데시딤에 올라온 청원서, 각종 투표 결과를 검토한 뒤 실제 정책에 반영한다.

데시딤을 통한 정책 반영은 크게 네 단계로 진행된다. 가장 먼저 시의회의 거시적 정책 계획이나 의제에 대한 내용이 올라온다. 그다음, 시민은 ‘참여’ 버튼을 눌러 정책 결정 과정에 함께할 수 있다. 참여가 확정되면, 참여자들은 의제와 관련된 개인 의견이나 청원을 내고 미리 계획해 대면 회의를 할 수도 있다.

마지막으로 시민이 낸 아이디어와 제안을 취합해, 실제 정책을 만드는 데 활용한다. 시민은 채택된 청원이 정책이 되기까지의 모든 과정을 투명하게 확인할 수 있다.

1월 26일 현재 데시딤에 등록된 청원은 2만5015건이다. 이 중 절반쯤 되는 1만174건이 최종 승인됐다. 그리고 5612건의 정책이 데시딤을 통해 도입되거나 개편됐다. 언뜻 보면 한국의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과 비슷하지만, 데시딤의 청원은 내용이나 서명 수와 상관없이 노출되고, 시의회의 검토를 받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바르셀로나 시의회는 내용이 중복되는 청원도 일일이 확인해, 모든 목소리를 예외 없이 수용하기 위해 노력한다.

혁명이 아닌 기술이 시민 중심의 민주 사회를 이뤄내고 있는 것이다. 데시딤으로 바르셀로나의 민주주의가 한층 성장하자, 세계 각국의 도시들이 데시딤에 사용되는 소프트웨어를 도입하기 시작했다. 현재 멕시코 멕시코시티와 핀란드 헬싱키를 포함한 세계 31개 도시와 23개 기관이 데시딤 소프트웨어를 이용해 자국의 디지털 거버넌스를 확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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