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전 자본잠식' 캐슬렉스 제주 부실 떠안는 캐슬렉스 서울
주지홍 밀어주기...합병으로 얻은 이익 경영 승계 활용할듯
전문가들 "오너 일가 이익 위한 골프장 합병"
사조그룹이 운영하는 골프장 '캐슬렉스 서울'과 '캐슬렉스 제주' 합병 작업이 돌연 연기됐다. 사조 측은 합병비율 산정치에 오류가 있어 이를 재검토하고 진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완전 자본이 잠식된 두 골프장의 합병에 대해 회의적이다. 오너 일가의 이익 몰아주기라는 비판을 피할 수 없다는 지적이다.
사조산업(007160)은 지난 1일 캐슬렉스 서울과 제주간 합병 비율과 일정을 변경한다고 공시했다. 앞서 지난해 12월말 공시했던 두 회사의 합병비율은 1(서울)대 4.54(제주)였다.
캐슬렉스 서울 관계자는 "합병비율 산정 시 기초자료로 썼던 10월 결산 자료에서 오류가 발견돼 이를 재산정해야 한다는 자문사의 의견이 있었다"며 "재산정한 합병비율은 추후 재공시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피합병법인인 캐슬렉스 제주는 장기간 경영악화로 완전 자본잠식(적자 누적으로 결손이 계속돼 총자본이 마이너스로 된 상태)됐다. 2019년말 기준 캐슬렉스 제주의 총자본은 마이너스(-) 206억원이다. 한 해동안 25억원의 당기순손실을 냈다.
캐슬렉스 서울도 상황은 좋지 않다. 같은기간 총자본은 -88억원으로 완전 자본잠식 상태다. 다만 이 회사는 한 해동안 9억원의 당기순이익을 냈다. 두 회사가 합병하면 캐슬렉스 서울은 제주 골프장의 부실을 고스란히 떠안아야 한다.
일각에선 부실한 두 골프장이 합병하는 것을 두고 오너 3세인 주지홍 부사장의 승계 자금 마련을 위한 것이란 지적이 나온다.
캐슬렉스 서울은 사조산업이 79.5%, 사조씨푸드가 20%, 주진우 사조산업 회장이 0.5%의 지분을 갖고 있다. 반면 캐슬렉스 제주는 주 회장의 아들인 주지홍 사조산업 부사장이 49.5%로 대주주다. 서울 골프장은 사조그룹의 계열사고 제주 골프장은 사실상 주 부사장의 개인 회사인 셈이다.
당초 계획대로 캐슬렉스 서울이 제주 골프장을 인수하면 주 부사장은 합병비율에 따라 캐슬렉스 서울의 지분을 12% 이상 확보할 수 있게 된다. 주 부사장은 개인 회사의 부실을 계열사에 떠넘기면서, 기업 가치가 더 나은 캐슬렉스 서울의 지분까지 얻는 1석 2조의 효과를 얻는다.
사조그룹은 현재 오너가의 경영 승계 작업에 한창이다. 주 부사장이 추후 합병을 통해 확보한 캐슬렉스 서울 지분을 매각하는 방식으로 승계 자금을 마련할 것이란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캐슬렉스 서울을 통매각 할 가능성도 있다.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서울 근교 골프장은 최대 호황을 맞았다. 캐슬렉스 서울은 경기 하남 감일지구에 위치해 골프를 즐기는 사람들에게 인기가 높다. 골프장 몸값이 크게 오른 상황에서 캐슬렉스 서울이 매물로 나오면 높은 가격에 팔릴 것이란 예상이다.
골프장 인근에서 신도시 개발이 이뤄지고 있다는 것을 감안하면 부지 매각으로도 수익을 얻을 수 있다. 캐슬렉스 서울은 지난 2011년 하남시에 부지 중 8000㎡를 160억원에 매각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회계사는 "자본잠식 상태인 회사가 다른 자본잠식 상태 회사를 인수하는 것 자체가 비정상적이다. 이번 합병은 오너 일가의 개인회사가 일방적으로 이익을 보는 거래"라며 "오너 일가의 이익을 위해 골프장 합병을 추진한다고 보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