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에너지솔루션(전 LG화학(051910)배터리 사업부문)과 SK이노베이션(096770)의 전기차 배터리 영업비밀 침해 소송과 관련해 양측이 소송 결과가 나온 후에야 협상에 임할 것이라는 전망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양측 모두 소송 결과를 100% 확신할 수 없는 상황이라 소송 결과를 확인한 뒤 협상 테이블에 마주 앉을 가능성이 높다.

5일 업계에 따르면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는 이달 10일(현지시간) 양사의 영업비밀 침해 소송에 대한 최종 결정을 내릴 예정이다. 지난해 2월 ITC가 SK이노베이션에 ‘조기 패소 판결(Default Judgment)’을 내린 이후 1년 만이다. ITC는 그동안 세차례 최종 결정을 연기했으나 이번에는 판결을 내릴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전해진다. 이날 소송결과가 나오면 60일 이후에 효력이 발생하기 때문에 LG와 SK는 60일 안에 합의를 해야 한다. 두 회사가 이 기간에 합의해 소송을 취하하면 소송결과를 따르지 않아도 된다.

그래픽=정다운 기자

최근 정세균 국무총리가 양사의 협상을 강도 높게 요구하면서 소송결과가 나오기 전에 극적으로 합의점을 찾을 것이란 전망이 나왔으나 현재까지는 10일 이전에 합의점을 찾을 가능성은 낮다.

LG에너지솔루션은 SK측에 영업비밀 침해로 2조8000억원의 배상금을 요구하는 반면, SK측은 수천억원대의 금액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배상금 격차가 2조원 이상이라 양측 모두 "상대방이 수용할 수 없는 제안을 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ITC 결정은 미국 대통령이 60일 이내에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다. 미국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지 않으면 60일 이후 효력이 발생한다. SK나 LG 측은 ITC 판결에 대해 미국 연방항소법원에 항소할 수 있지만, 60일 이후 효력이 발생하는 것은 마찬가지다. 이 때문에 두 기업이 협상을 통해 합의점을 찾으려면 60일 이내에 마무리해야 한다.

최종 판결이 나온 이후에는 합의금 규모가 지금과는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SK는 ITC 예비결정이 그대로 인용돼 패소할 경우 미국 내 배터리 사업에 큰 타격을 입게 된다. 배터리는 물론 관련 부품에 대해서도 미국내 수입이 전면 금지돼 미국 조지아주에 짓고 있는 공장 가동이 불가능해진다. 이미 완성차 업체들로부터 수십조원의 물량을 수주한 상태라 이들 기업에 납품을 하지 못하면 천문학적인 손해배상금을 물어줘야 한다. 사실상 전기차 배터리 사업을 할 수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동안 ICT가 조기패소 결정을 번복한 적은 단 한번도 없다.

그러나 ITC가 조기패소 결정을 인정하되, 지역내 일자리나 경제에 미칠 영향 등 ‘공익(Public)’ 여부를 추가로 따져보겠다고 하거나, 아예 예비 결정에 대한 ‘Remand(환송)’ 결정이 내려지면 상황은 복잡해진다. 소송이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드는 상황이라 양측의 합의 가능성은 더욱 희박해진다.

한 재계 관계자는 "이번 주말에 양측이 극적으로 합의할 수 있겠지만, 정 총리의 발언이 오히려 당사자들을 더 자극한 면도 있다"며 "소송 결과가 나와야 합의를 할지, 소송을 더 장기전으로 끌고갈지 결정될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