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톡톡]
새 유니폼 제작에 최소 3개월...유니폼 대목 놓칠라
SK와이번스 유니폼 14억원어치 이미 납품...처리 곤란
라이벌 롯데와 첫 경기...표절 논란 '유니폼 잔혹사' 재현되나

정규 프로야구 시즌 개막이 두 달 앞으로 다가왔습니다. SK와이번스를 인수한 신세계(004170)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는데요. 무슨 일 일까요.

바로 유니폼 때문인데요. 새 팀이 창단된 해는 유니폼·모자 등 각종 구단 상품의 판매가 급증하는 한마디로 '대목'입니다. 예전 팀에 대한 향수와 로열티를 갖고 있는 팬들은 기존 유니폼을 억지로 입기도 하지만, 대부분의 팬들은 팀이 바뀐 만큼 새 유니폼을 구입하는데 쉽게 지갑을 열죠. 유니폼은 구단의 마케팅비 중에 아주 짭짤한 수익원입니다.

2019년 SK와이번스와 이마트가 협업해 제작한 '일렉트로맨 유니폼'에서 SK 로고를 제거하고 '일렉트로스' 명칭을 넣어 본 유니폼 상상도.

그런데 스포츠 용품 업체에 따르면 신형 유니폼 시안 개발과 제작 후 실제 선수들이 받기까지 최소 3개월이 걸린다고 합니다. 새 유니폼을 만들려면 공식 팀명이 확정돼야 하는데, 아직 미정입니다. 신세계는 지난 1일 '일렉트로스'로 상표권을 출원했지만 야구단 네이밍(이름짓기)을 확정하진 못했습니다. 그룹 관계자는 "야구단 이름은 여전히 논의 중"이라면서 "모든 가능성이 열려 있다"고 했습니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시간이 부족해 정규 시즌 개막 때까지 제대로 된 유니폼을 못 입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옵니다. 심지어 4월 3일 인천에서 열리는 홈 개막전은 유통 라이벌 기업인 롯데자이언츠와의 '리테일 더비' 입니다.

'설마 프로팀이 그러겠어?'라고 하지만, 과거 현대유니콘스를 인수한 우리히어로스는 2008년 시즌 중반 '우리담배'가 공식 스폰서에서 빠졌지만, 'WOORI' 로고를 뺀 새 유니폼을 제작할 여유가 없어 2009년 시즌 중반까지 연습용 유니폼을 입고 경기를 한 적이 있습니다.

SK와이번스도 팀 창단 첫해였던 2000년, 시즌 개막 후 두 달동안은 급조된 유니폼을 입고 경기를 뛰어야 했습니다. 당시 SK와이번스의 유니폼은 삼성라이온즈의 유니폼 디자인을 그대로 빼다 박아 '표절' 논란이 일기도 했죠.

올해 이미 납품받은 14억원어치 SK와이번스 유니폼 처리도 골칫거리입니다. SK와이번스는 지난 2018년 다이나핏 코리아와 향후 5년간 총 100억원(연간 20억원) 규모의 선수단 용품 후원 계약을 체결했는데요. 이 회사는 올해 계약물량의 70%를 이미 납품했다고 합니다.

사실상 쓸모 없어진 유니폼 처리를 놓고 보상안이 논의돼야 하는데요. 다이나핏 측은 "향후 유니폼 교체 시 이미 납품한 물량을 어떻게 보상할지, 상호 협의가 필요하다"고 했습니다. 일각에선 SK와이번스가 지난달 15~25일 '선수지급용 유니폼 할인 판매전'을 연 것을 두고 매각 협상 중 땡처리에 나선 것이라는 해석을 내놓기도 합니다.

2019년 7월 인천SK행복드림구장에서 SK와이번스 야구단 팬들이 이마트 피켓을 들고 응원하고 있다.

신세계는 SK가 체결한 다이나핏과의 유니폼 후원 계약을 계속 유지할지 여부도 결정짓지 못했습니다. 예전엔 팀이 바뀌면 유니폼 스폰서가 바뀌는 게 자연스러운 일이었습니다. 프로 스포츠 규모가 크지 않은 국내에선 팀 스폰서십 계약을 1년 단위 단기 계약으로 하는 경우가 많아 파트너사 교체가 어렵지 않았죠.

하지만 SK와이번스가 체결한 계약은 5년짜리라 사정이 좀 다릅니다. 아직 3년이라는 계약기간이 남아있죠. 신세계는 기념품이나 유니폼을 직접 개발하겠다는 의지가 강합니다. 신세계의 야구단 인수 배경엔 계열사간 시너지 효과를 최대화하겠다는 구상이 들어있기 때문이죠. 신세계그룹 내엔 패션 사업을 전담하는 신세계인터내셔날(031430)도 있습니다.

신세계가 다이나핏과의 계약을 이어갈 가능성도 있습니다. 빈폴 등 자사 브랜드를 고집했던 삼성라이온즈가 지난해부터 언더아머와 스폰서십 계약을 체결하는 등 프로팀과 외부 브랜드와의 협업이 트렌드가 되고 있죠, LG트윈스 역시 2012~13 시즌은 자사 브랜드인 해지스의 협찬을 받았으나, 2014년부터는 데상트와 스폰서십 계약을 맺고 있습니다.

기념품을 누가 제작할지도 혼란스러운데요. SK는 오는 2025년까지 기념품 제작을 형지엘리트에 맡기는 계약을 체결했죠. 신세계는 SK와이번스의 운영진과 선수단은 그대로 승계하는 것을 못 박았지만, 파트너십 계약의 승계 건은 검토가 필요하다는 입장입니다.

신세계 관계자는 "본 계약 체결 전 이런 세부적인 사항에 대한 전반적인 검토가 이뤄질 것"이라면서 "현재로선 계약 유지 여부에 대해 확정된 게 없어 언급이 조심스럽다"고 했습니다.

이랜드월드가 전개하는 '스파오'와 한화 이글스가 지난해 협업해 만든 '프로야구 컬렉션' 상품.

올해도 코로나로 무관중 방식의 경기가 진행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팬들이 야구장을 찾지 않으면 구단 상품 판매율도 급락할 수 밖에 없죠. 그러나 '집에서도 유니폼 입고 응원 캠페인' 등 새로운 팬덤 문화가 형성되고 있습니다.

신세계는 지난해 스파오가 만든 프로야구 상품처럼 일상에서 활용가능한 다양한 제품을 선보일 것으로 예상되는데요. 정용진 그룹 부회장이 어떤 사업 구상을 하고 있을지, 그의 행보가 기대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