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사이 주가 2배 가까이 오른 노키아
'화웨이 대항마'로 美 전략적 인수 가능성 솔솔
시스코·코닝·인텔 등 美 굴지 기업 거론
"새 CEO 닻 올리자마자? 당장은 아닐 것" 지적도

그래픽=김란희, 사진=노키아

연초부터 글로벌 3위 통신장비 회사 노키아의 주가가 심상치 않다. 새해 첫 거래일이던 지난 1월 4일 3.16유로에 거래되던 노키아 주가는 27일 4.4유로를 기록해 14% 넘게 올랐다. 2유로대에서 횡보했던 1년 전과 비교하면 주가는 2배 가까이 뛰었다. 이 기간 노키아가 경쟁사보다 괄목할 만한 성과를 냈던 것도 아닌 만큼 업계에서는 ‘투자자들이 몰리는 다른 이유가 있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을 제기한다. 일각에서는 노키아 매각설이 어느 정도 주가 상승에 기여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3일 통신장비 업계를 종합해 보면, 최근 미국 정부 측에서는 현지 굴지의 기업에 노키아 인수를 제안하고 있다고 한다. 미국에는 4차 산업혁명 시대 핵심 인프라인 네트워크 장비에서 세계 최대 통신장비업체인 중국 화웨이에 대적할 토종 업체가 없기 때문이다. 현재 이 시장은 화웨이(중국)-에릭슨(스웨덴)-노키아(핀란드)가 장악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미국은 핵심 부품은 물론 통신(버라이즌·T모바일·AT&T), 디바이스(애플), 플랫폼(구글)에서 헤게모니를 장악하고 있으나 네트워크 장비 시장에서만큼은 존재감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며 "4차 산업혁명 시대에도 기술 패권을 이어가기 위해 비어있는 퍼즐을 맞추기 위한 정부 고위층의 움직임이 시작된 것 아니겠느냐"고 했다.

실제 미국 주요 통신3사 중 하나인 T모바일이 지난 1월 5세대 이동통신(5G) 통신장비사에 에릭슨·노키아를 선정한 것을 두고도 미국 정부 측 입김이 어느 정도 작용했을 것이란 이야기가 나온다. 애초 노키아 대신 삼성전자가 유력하다는 예상이 많았기 때문이다. 이달 중 장비사 선정이 최종 나올 것으로 전망되는 AT&T 역시 에릭슨, 노키아, 삼성전자 또는 에릭슨, 노키아를 선택할 가능성이 클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미국은 왜 굳이 노키아를 인수하려는 걸까. 업계 관계자는 "노키아가 5G 상용화 이후 입지가 약간 흔들리기는 했으나 미국·유럽에서 오랜 업력을 보유하고 있는 데다, 차세대 네트워크 기술로 미국 측이 주목하고 있는 소프트웨어 중심의 ‘오픈RAN(O-RAN)’에서도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다는 점도 영향이 있다"고 했다. 미국은 하드웨어 중심의 통신장비 시장에서는 화웨이를 대적하기 어렵다고 보고, 기술 강점이 있는 소프트웨어로 네트워크 시장 패러다임을 전환하는 데 관심을 두고 있다.

여기에 노키아가 통신장비 사업을 강화하기 위해 2015년 인수했던 프랑스 유선통신장비 업체 알카텔-루슨트의 전신인 루슨트 테크놀로지가 미국 통신사 AT&T에서 분리·설립된 미국 통신장비 회사였다는 점도 작용하고 있다. 노키아에 미국의 피가 흐른다는 것이다.

노키아는 미국 정부의 화웨이 견제가 노골화됐을 때부터 미국 측 인수 후보기업 1순위로 거론돼 왔다. 지난해 중국 주요 3대 통신사가 5G 장비 주요 공급업체를 선정하면서 그간 협력해 오던 노키아를 빼버리고 외산 업체로는 유일하게 에릭슨에만 일부 물량을 할당한 것도 미국 측 인수 가능성을 견제한 것이란 해석이 나왔다.

현재 인수후보로는 세계 1위 미국 유선통신장비 제조사 시스코, 최근 무선사업에 관심을 보이는 미국 코닝 등이 거론되고 있다. 인텔, 구글, 애플, 퀄컴 등 굴지의 미국 회사들도 선택지가 될 수 있다는 예상이 나온다. 지난해에는 미국 사모펀드가 적대적 인수·합병(M&A)을 통해 노키아를 인수할 것이란 설이 있었다.

다만 최근 주가 급등으로 노키아 시가총액이 30조원을 웃돌고 있는 점은 인수 희망기업으로선 부담스러울 것이란 지적도 있다. 통상적으로 인수 희망기업은 특정 시점의 시가총액에 프리미엄을 얹어 인수가를 제시한다.

업계 관계자는 "현재 노키아는 새로운 최고경영자(CEO) 체제에서 사업부를 재편하는 등 사업 드라이브를 거는 상황이어서 적절한 매각 타이밍인지 의문이다"이라며 "미국 측이 필요로하는 모바일 인프라나 소프트웨어 등의 지식재산권(IP) 위주로 부분적으로 사는 방안이 검토될 수 있겠지만, 이 역시 당장은 가능성이 크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피처폰 전 세계 1위였던 핀란드 노키아는 스마트폰으로의 변화 흐름을 읽지 못하고 몰락했다가 알카텔-루슨트 합병을 계기로 통신장비 시장에서 빠르게 존재감을 확보한 바 있다. 류영호 미래에셋대우 연구원은 "정황상 노키아 매각은 얼마든지 가능성이 있지만, ‘핀란드의 삼성’으로 불릴 만큼 상징성이 있는 기업인 만큼 여러 변수가 있을 수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