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병덕 "곳간 풀지 않으면 백성들 담 넘어온다"
송영길 "국민 파탄나고 곳간만 남으면 무슨 소용"
고민정 "곳간에 재정 쌓아두면 썩기 마련"
작년 총선 유세 때 '고민정 당선되면 100%재난지원금"

코로나로 영업 피해를 입은 자영업자⋅소상공인의 피해 보상 재원을 한국은행의 정부 국채 직접 매입으로 충당하자고 주장한 민병덕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27일 "통화정책은 이럴 때 쓰라고 있는 것이고 재정도 이럴 때 쓰라고 곳간에 쌀을 쌓아둔 것"이라며 '곳간'을 비유로 들었다. '곳간'은 정부 재정을 비유할 때 많이 쓰이는 표현이다.

왼쪽부터 더불어민주당 민병덕 의원, 고민정 의원, 송영길 의원

민 의원은 이날 CBS라디오에 나와 "다른 나라는 국가가 빚을 지면서 가계의 빚을 줄이고 있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국가가 국민에게 집합을 금지시켜 빚을 지게 해 놓고 그 빚은 국가가 지지 않겠다는 것인데, 이것은 부당하다고 생각한다"며 이렇게 말했다.

민 의원은 전날 YTN라디오에 나와서도 "기근이 났는데, 곳간을 지키는 사람 입장에서는 '저희도 어렵습니다' 라는 얘기를 할 수 있다. 그렇지만 만약에 곳간을 풀지 않으면 기근난 사람들이 담을 넘어올 수도 있고, 그렇지 않더라도 그들이 굶어죽는다면 누가 농사를 지어서 그 곳간을 다시 채우겠나"라고 했다.

코로나 방역에 따른 영업제한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자영업자와 소상공인에게 적극적인 재정적 지원을 해야 한다는 취지다. 다른 한편으로는 재정 건전성을 이유로 소극적으로 지원하다가는 한계에 내몰린 자영업자들이 반발해 거리로 쏟아져 나올 수도 있다는 우려도 내포돼 있다.

현 정부가 밀어붙인 최저임금 과속 인상 등으로 어려움을 겪어 집권 여당에 반감이 높은 자영업자의 마음을 돌리기 위한 선거용 대책이라는 점을 우회적으로 나타낸 것이라 할 수 있다.

국회 외통위원장인 민주당 송영길 의원도 확장 재정을 주장하면서 '곳간'이라는 표현을 썼다. 그는 코로나를 위기 상황으로 보고, "가정이 파탄 난 뒤에 곳간만 남는다면 그것이 무슨 소용이냐"고 했다. 확장 재정을 하지 않으면 가정이 파탄날 수도 있다는 논리다.

◇ 전문성 갖추지 않은 의원들 과도한 참견

재정을 곳간에 비유하며 '돈풀기'를 요구하는 정치인 목소리는 최근의 일은 아니다. 지난 2019년 11월 당시 청와대 대변인이었던 고민정 의원은 확장에 소극적인 정부에 "곳간에 있는 작물들은 계속 쌓아두라고 있는 게 아니다. 쌓아두기만 하면 썩어버리기 마련"이라고 했다.

그는 "현재 글로벌 경제가 좋지 않은 상황에서 국제기구에서도 대한민국 경제는 나름 탄탄하기 때문에 확장재정을 해도 괜찮다, 더 해도 된다"라고도 했다. 그의 발언을 두고 적절치 못했다는 반응이 나오자 그는 다시 라디오에 나와 최부잣집 우화를 예로 언급하며 "사방백리에 굶고 있는 백성이 없게 하라는 게 그 집 가훈"이라며 "흉작이 됐을 때 국민들에게 풀어야 한다는 의미"라고 했다.

하지만 국가재정은 비축할 목적으로 이월하지 못한다. 재정은 쌀처럼 썩지도 않는다. 더욱이 2019년은 코로나 위기가 터지기도 전이었다. 앞으로 '흉작'이 예상되는 상황을 대비해야 할 상황에 돈부터 풀자고 나온 것이라는 비판이 나왔다.

여기에 작년 4월 총선 때 이인영 통일부 장관(당시 민주당 원내대표)의 이른바 '고민정 당선되면 100% 재난지원금' 약속도 논란이 됐다. 이 장관의 말을 해석하면 고 의원을 당선시켜주면 문재인 대통령이 기뻐하며 재난지원금을 푼다는 것이다. 고 의원의 논리대로라면 흉작이 됐을 때 국민들에게 풀어야 할 돈을 여당 후보 당선에 따라서 '주고 말고'를 정한다고 뜻도 된다.

국가 재정이 곳간이라면 이를 책임지는 기획재정부는 '곳간지기'라고 자주 표현된다. 정세균 국무총리가 자영업자 손실보상 제도화에 소극적인 기재부를 향해 "기재부의 나라냐"라고 하고 질타하자 이낙연 민주당 대표는 이 지사와 정 총리를 겨냥해 "곳간지기를 구박한다고 뭐가 되는 게 아니다"라며 두둔했다.

서울대 정치학과를 졸업한 민 의원(사시 44회)은 작년 4⋅15총선에서 경기 안양시 동안갑에 출마해 당선됐다. 경기 안양시와 서울시의회 법률 고문등을 지낸 민 의원은 20대 국회 때는 민주당 을지로위원회 부위원장을 지냈다. 21대 국회에서 정무위원회를 맡고 있지만, 금융분야에 특화된 전문성 있는 경력은 보이지 않는다.

KBS 아나운서 출신인 고 의원은 작년 총선에서 서울 광진을에 출마해 당선됐다. 경희대 중국어과를 졸업한 후 KBS에 아나운서로 입사했고, 문재인 대통령 비서실 대변인 등을 거쳤다. 고 의원은 민주당 정책위 상임부의장을 맡고 있다.

연세대 경영학과를 졸업한 송영길(사시 36회) 의원은 인권 변호사 출신이다. 16대 국회에서 인천 계양을에 출마해 당선됐고, 19대 총선을 제외하고 내리 당선됐다. 그는 외교부, 통일부 등을 소관하는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