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재난기본소득 놓고
이낙연 '신중요청' 다음날 이재명 '지급 방침'
울산광역시 10만원 재난지원금 지급키로
李대표 지지율 하락세 가속화로 불쾌한 분위기

이재명 경기도 지사가 모든 경기도민에게 10만원씩 '재난기본소득'을 지역상품권으로 지급한다고 밝힌 데 이어 21일 울산광역시가 전 가구에 10만원씩 재난지원금을 자체 지급하기로 했다. 울산시의회는 이날 본회의를 열고 이런 내용의 긴급 추가경정예산(추경)안을 통과시켰다.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대표가 4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잠시 생각에 잠겨 있다.

민주당 이낙연 대표를 비롯한 당 지도부가 지자체별 보편적 재난지원금을 놓고 '코로나 방역 상황을 감안해 중앙 정부와 시기를 조율해 달라'고 공개 당부한 것과는 반대로, 경기도의 결정을 시작으로 자체 재난지원금을 지급하려는 지방자치단체가 늘어나는 모양새다. 앞서 전남 여수시는 25만원(18일), 순천시는 10만원(14일), 부산 중구청은 10만원(5일)씩 소속 주민들에게 지급하겠다고 약속했다.

이런 분위기에 당 지도부는 공식 반응은 내지 않고 있다. 다만 내부적으로는 불쾌해 하는 모양새다. 이 지사가 지급 결정을 밝힌 전날 이 대표가 이를 두고 "왼쪽 깜빡이를 켜고 오른쪽으로 가는 것"이라고 말하며 자제를 요청했었다. 민주당 관계자는 "이 지사가 '기본소득'으로 자기 정치를 본격화한다"고 했다.

친문으로 분류되는 김종민 민주당 최고위원은 이날 오전 라디오에 나와 불만을 공개적으로 드러냈다. 김 최고위원은 "적극적인 재난 지원 문제는 이견이 없다. 문제는 시점"이라며 "시점에 대해 이재명 지사가 '당의 입장을 존중하겠다'라고 밝혔기에 상당히 기대하고 있다"고 했다.

이 말은 코로나 확산세가 누그러들기 전에 이 지사가 재난지원금을 지급할 경우 문제제기를 할 수 있다는 뜻으로 읽혔다. 김 최고위원은 지난 13일에도 이 지사를 두고 "방역 당국과 조율되지 않은 성급한 정책"이라며 "국가 방역망에 혼선을 줄 수 있다"고 했다.

이 지사와 당 지도부는 작년부터 대립하고 있다. 이 지사는 작년 4차 추경 편성 때 이 대표가 제안한 '전국민 통신비 2만원'을 놓고도 날을 세웠다. 이 지사는 당시 "승수효과가 없다"며 "통신비 2만원에 들어가는 예산 9000억원으로 전국 무료 와이파이망 확대 사업을 투자하자"고 했다.

이 밖에 당정이 추진하는 주요 예산 정책 관련 문제를 놓고 이 지사가 자기 목소리를 내면서 양측의 갈등은 누적되는 양상이다. 이 지사 측은 이번에도 "지자체 고유 권한을 당 지도부가 제어하려 하는 것은 과도하다"며 "다른 지자체들도 경기 회복을 위해 보편적 재난지원금을 지급하려고 한다"고 했다. 이 지사를 뒷받침하는 사람이 더 많단 것이다.

이 대표는 작년 8·29 전당대회 때 친문 당원들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아 당대표에 선출됐다. 전남도지사를 지낸 이 대표는 민주당의 지역 지지기반인 호남을 텃밭으로 한다. 더욱이 당 내에는 지난 대선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경선을 벌인 이 지사에 대해 거부감을 가진 인사들이 많다.

전국지표조사 홈페이지

하지만 이날 공개된 여론조사(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 등 여론조사 전문업체 4곳이 지난 18~20일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006명을 대상으로 실시)에서 민주당 지지층의 이 지사의 지지도는45%,이 대표가 30%였다.

이 여론조사에서 이 대표의 정치적 기반인 호남에서도 이 지사의 지지도가 35% 이 대표는 27%로 뒤졌다. 전체 지지도에서는 이 지사의 지지율이 27%, 이 지사가 13%로 이 대표보다 두배 앞섰다. 이 지사와 이 대표는 지난해 8월 말부터 12월 초까지 오차범위 내에서 박빙의 지지율을 기록하다가 12월 1주차 이후 이 지사가 우세한 상태에서 점점 벌어지고 있다.

올해 민주당 대선 후보 경선이 본격화되면 두 사람의 갈등이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 한 관계자는 "대선을 앞두고 당내 권력 게임은 예정된 수순"이라며 "지지율 1위로 올라선 이 지사가 본격적으로 평가받게 되는 시기가 됐다"고 했다.

한편 이 지사의 재난기본소득을 두고 국민의힘은 '악성 포퓰리즘'이라고 비판했다. 유승민 국민의힘 전 의원은 페이스북에 "지역화폐로 지급하는 것은 조세연구원이 지적했듯 비효율적"이라며 "이 지사가 본인의 기본소득을 대선에서 밀어부치려고 '재난기본소득'이라는 이름으로 경기도민을 실험 대상으로 삼고 있다"고 했다.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CBS 라디오에서 "10만원이 작은 돈이 아닐 수도 있고 꼭 필요한 돈일 수도 있겠습니다마는 효과적으로 쓰이지 못하고 흩어져 버릴 것"이라며 "재난지원금은 코로나로 직접 손해를 입은분들에게 집중돼야 한다"고 했다.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20일 오전 경기도 수원시 경기도청에서 브리핑을 열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인한 경기침체 구제책으로 제2차 경기도 재난기본소득 지급안을 밝히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