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주의, 단합 강조하며 트럼프 지지층 포용 메시지
"미국 우선주의 대신 동맹국 관계 개선에 힘쓸것"
취임식 직후 곧바로 업무…파리협약, 행정명령 등 서명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0일(현지 시각) 제46대 미국 대통령에 취임하며 '바이든 시대'가 시작됐다. 주목을 끌었던 이날 취임사에서 바이든 대통령은 첫 행보로 주목을 끌었던 대규모 경기부양책, 이민법 등 구체적인 정책을 언급하진 않았지만, 민주주의와 단합(Unity)을 외치며 국내뿐만 아니라 외교 정책의 대대적인 변화를 시사했다.

◇"오늘은 민주주의의 날, 난관 많지만 힘 합쳐 극복할것"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낮 워싱턴DC 연방의사당에 마련된 야외무대에서 취임선서와 취임사를 하고 대통령직 업무를 개시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취임사에서 "오늘은 민주주의의 날"이라며 "우리는 오늘 한 후보의 승리를 축하하는 것이 아니라 민주주의를 축하하기 위해 모였다. 우리는 오늘로 민주주의가 강하다는 걸 알게 됐다"고 말했다.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이 20일(현지 시각) 워싱턴DC 연방의사당에 마련된 야외무대에서 취임사를 하고 있는 모습.

바이든 대통령은 그러나 "아직 가야할 길은 멀다"며 "치유할 것도 재건해야 할 것도 많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백인우월주의와 국내 테러리즘의 부상을 조명하며 "우리는 극단주의, 무법주의, 폭력, 질병, 실업이 만연하고 희망이 없는 시대를 살아가고 있지만 다시 일어설 수 있다"고 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과의 선거 과정에서 발생한 부정선거 논란, 과격 트럼프 지지자들의 폭력 시위 등으로 분열된 정치지층을 통합하려는 의지를 피력하기도 했다. 그는 "새 행정부의 정책 방향에 공감하지 않는 이들이 있다는 걸 안다. 끝까지 공감하지 않아도 괜찮다"며 "그것이 민주주의이며 나는 모두의 대통령이 될 것을 약속한다"고 말했다.

◇트럼프식 외교정책 폐기 시사, 동맹국 우선주의 강조

트럼프 전 대통령의 '미국 우선주의'를 비판해온 바이든 대통령은 동맹국들과의 관계 개선을 강조하기도 했다. 뉴욕타임스 등 외신에서도 바이든은 트럼프식 외교정책이 미국의 위상 저하를 초래했다고 보고 미국의 주도적 역할을 기반으로 한 다자주의 부활, 동맹 복원에 주안점을 둘 것으로 관측했다.

이는 트럼프 행정부가 동맹을 상대로 벌인 각종 무역 갈등, 방위비 인상 압박이 상당 부분 해소되거나 완화할 것이라는 관측으로 이어진다. 한미동맹 강화에도 긍정적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다만 트럼프 정권 내내 갈등을 빚어오며 강력한 라이벌로 부상한 중국에 대해서는 어떠한 기조를 이어갈 지 미지수다. 현지 언론에서는 전임 행정부의 강경 기조를 이어갈 것으로 보고 있지만, 아직 바이든 대통령은 대중 정책에 대해 뚜렷한 입장이나 정책을 내놓지 않고 있다.

다만 이날 취임사에서 "미국의 강한 지위를 되찾고 세계를 이끌겠다"고 말한 점과 미국 내 여론이 중국에 대해 강한 적개심을 드러내고 있다는 점을 감안할 때 유화책을 쓸 가능성은 낮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역사상 가장 낯선 취임식"…사람 대신 19만여개 성조기

미국 유명가수 레이디가가가 20일(현지 시각) 워싱턴DC 연방의사당에 마련된 야외무대에서 미국 국가를 부르고 있는 모습.

한편 이날 취임식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과 폭력사태 우려로 여느 대통령 취임식과는 달리 낯선 풍경이 펼쳐졌다. 축하 인파 없이 삼엄한 경비 속에 진행된 이날 취임식은 수많은 군중이 몰리는 명소인 내셔널몰에 사람 대신 19만1500개의 성조기와 미국 50개 주 자치령 깃발이 꽂혔다.

근 30년 만에 처음으로 햇살이 나는 취임식이 됐다는 점도 특징적이다. 바이든 대통령의 취임선서가 진행되는 정오에는 기온이 7도 정도까지 올라갔다. 바람이 조금 불었지만, 전반적으로 맑은 날씨였다. 해가 나면서 쾌청했던 취임식은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의 첫 취임식이 열린 1993년이 마지막이었다고 CNN은 전했다.

취임식에서는 미국 최고 인기가수들이 공연을 펼치기도 했다. 바이든 당선인을 공개적으로 지지해온 대표적인 연예인인 레이디 가가가 취임식에서 미국 국가를 불렀고, 취임식 축하 공연 역시 바이든을 공개적으로 지지해온 라틴계 가수이자 영화배우인 제니퍼 로페즈가 맡았다. 로페즈는 노래를 마친 뒤 라틴어로 축하 멘트를 하기도 했다.

취임식이 끝난 이후 바이든 대통령은 현지시각 3시15분에 백악관에 입성해 곧바로 업무를 시작한다. 외신에 따르면 이날 바이든 대통령은 파리기후협약 복귀와 이슬람 국가에 적용된 입국금지 철회를 비롯해 10여개의 행정명령 서명 등을 단행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