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신세계·현대, '금융·정치 중심지' 랜드마크 백화점 격돌
정지선 현대百 회장 "더현대서울 대표 매장으로 개발"
축구장 13개 크기...서울 시내 백화점 중 규모 가장 커

현대백화점(069960)이 다음 달 26일 서울 여의도 파크원에 개장하는 백화점에 '더현대서울(THE HYUNDAI SEOUL)'이라는 명칭을 붙이기로 확정했다. 현대백화점그룹의 16번째 백화점인 더현대서울은 축구장 13개(8만9100㎡) 크기로 서울 시내 백화점 중 규모가 가장 크다.

더현대서울의 개장으로 서울의 3대 핵심상권 중 하나인 영등포 강서상권 경쟁이 치열해질 전망이다. 롯데 영등포점은 매출 4000억원의 알짜 상권으로 32년간 롯데가 운영해 왔다. 신세계 역시 타임스퀘어로 간판을 바꾸고 공격적으로 영업해 왔다.

더현대서울 조감도.

20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현대백화점은 더현대서울을 카카오맵과 네이버 지도 등에 등록하고 개장 막바지 준비에 한창이다. 더현대서울은 문화·예술을 강조한 백화점을 표방한다. '새로운 쇼핑 경험을 제공하는 공간’을 주제로, 대형 보이드(건물 내 개방된 공간)와 자연 요소를 결합한 복합문화공간을 조성했다.

개장과 함께 다음 달 25일부터는 백화점 6층에 위치한 미술관(ALT.1)에서 팝아트 거장 앤디 워홀의 대규모 회고전 '앤디 워홀: 비기닝 서울'을 개최한다. 국내에서 열린 앤디 워홀 전시 중 가장 큰 규모로, 메릴린 먼로 초상과 꽃, 캠벨 수프 등 대표작 153점이 소개될 예정이다.

◇미술관·무인매장 들어서는 '더현대서울'
현대백화점의 네이밍 전략은 지난해 10월 경기도 남양주 다산신도시에 개장한 '현대프리미엄아웃렛 스페이스원(SPACE1)'의 연장선으로 보인다. 점포명에 지역명을 붙이는 유통가의 관행과 달리, 이 점포는 스페이스원이라는 명칭을 붙였다. 현대백화점 관계자는 "고객에게 새로운 경험을 제안하기 위해 점포명에 지역명을 사용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더현대서울도 스페이스원처럼 전체 면적의 40% 이상을 문화·예술 공간으로 할애할 계획이다. 이번 점포명에 '서울'이라는 지명을 붙인 것은 서울을 대표하는 백화점으로 만들겠다는 그룹의 의지가 담겼다. 정지선 현대백화점그룹 회장은 "여의도점을 현대백화점그룹의 위상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할 '플래그십스토어(대표 매장)'로 개발하라"고 주문한 바 있다.

하이메 야온이 디자인한 스페이스원의 예술 공간 ‘모카가든’

복합문화공간 외에도 아마존웹서비스(AWS)의 기술이 적용된 무인매장이 조성된다. 또 몽클레르, 발렌시아가, 발렌티노, 몽블랑, 예거르쿨트르, 부쉐론 등 명품 브랜드가 입점하며, 루이비통과 샤넬, 에르메스 등 ‘명품 3대장’도 입점을 협상 중이다.

◇롯데·신세계·현대...서울 서남부 랜드마크 놓고 격돌
더현대서울이 출점하면 서울 서남부상권을 둘러싼 백화점 3사의 각축전이 본격화될 것으로 보인다. 더현대서울에서 차로 약 7분 거리인 영등포역에는 롯데백화점과 신세계백화점이 길을 마주 보고 서 있다.

영등포 상권은 일평균 15만명이 드나드는 교통의 요지이자, 금융·정치의 중심지이다. 또 강서·마포·용산 등 1차 상권을 비롯해 2·3차 상권인 경기·인천까지 상권이 광역화되고 있어 향후 큰 성장이 예상된다.

신세계가 2009~2019년까지 영등포점(현 타임스퀘어점)을 찾은 고객을 분석한 바에 따르면 1차 상권 고객은 37%에서 41%로 증가했지만, 2·3차 상권 고객은 15%에서 33%로 18%포인트 증가했다.

유명 맛집을 조성한 롯데백화점 영등포점 1층.

롯데는 1987년부터 30년간 영등포역 점용 계약을 통해 1991년부터 백화점을 운영해 왔다. 지난 2019년 신세계를 제치고 10년 계약을 따내며 수성에 성공했다. 이곳은 1호선 영등포역과 연결돼 있고, 영업면적이 약 4만㎡에 달한다. 유동인구가 많아 매년 4000억원 안팎의 매출을 기록하고 있는 점포다. 전국 백화점 중 매출이 4000억원 이상인 곳은 20여 곳에 불과하다.

신세계는 영등포점의 간판을 타임스퀘어점으로 바꾸고, B관 전체를 생활전문관으로 꾸미는 등 리빙 매장 면적을 기존보다 70% 늘렸다. 그 결과 리뉴얼 오픈 100일 만에 매출이 15% 신장했다. 롯데 영등포점은 MZ세대(밀레니얼+Z세대, 1980~2004년생)를 겨냥해 '힙화점(힙한 백화점)'으로 탈바꿈했다.

한 백화점 관계자는 "그동안 영등포 상권은 오피스 상권이 중심이라 장사하기 어려운 곳으로 꼽혔지만, 경기·인천 등 신규 아파트 입주민들이 이곳까지 찾아오면서 상권이 커지고 있다"며 "3사가 공격적으로 백화점 영업을 시작하는 만큼 시너지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