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조 바이든 대통령 당선인이 이·취임을 불과 이틀 앞두고 정면 충돌했다. 이번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이후 일부 국가를 대상으로 막아뒀던 하늘길이 문제가 됐다.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조 바이든 대통령 당선인.

트럼프 대통령은 18일(현지 시각) 포고령을 내리고 솅겐 지역(자유롭게 국경을 이동하는 유럽 26개국)과 영국, 브라질에서 오는 여행객들의 입국제한을 해제한다고 밝혔다. 해제 시점은 오는 26일이다. 중국과 이란은 방역에 비협조적이란 이유로 대상에서 제외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포고령에서 "지난주부터 미국에 입국하는 모든 여행객들에게 코로나19 음성판정이나 완치를 증명하는 서류를 제출하도록 했기 때문에 입국제한을 풀어도 된다"고 설명했다. 그간 항공업계와 유럽 국가들이 백신 보급과 검사 강화로 방역 수위를 높일 수 있다며 포괄적 입국제한을 풀어달라고 요구한 데에 따른 조치로 풀이된다.

미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앞서 지난 12일 미국에 입국하는 모든 여행객들은 코로나19 음성판정이나 완치를 증명하는 서류를 제출해야 한다고 밝혔다. 미 보건부는 당시 해당 조치와 관련해 "바이러스 전파를 막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바이든 당선인은 즉각 대변인을 통해 반대 입장을 냈다. 젠 사키 백악관 대변인 지명자는 이날 트위터를 통해 "의료 고문단의 조언에 따라 미국 정부는 오는 26일 입국제한을 해제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오히려 코로나19 확산을 억제하기 위해 국제 여행을 둘러싼 공공보건 대응조치들을 강화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AFP통신 등 외신은 트럼프 대통령과 바이든 당선인의 이날 불협화음을 두고 "미국의 정권교체 갈등이 잘 드러난다"고 지적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대선 직후 선거인단 투표 결과를 기다리겠다면서도 "순조로운 정권 이양을 돕겠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이달 초 나온 선거인단 투표 결과에서마저 자신의 패배가 확실해지자 지지자들에게 의회 습격을 지시하는 등 몽니를 부리고 있다. 특히 임기 말 중국 등을 대상으로 제재를 쏟아내면서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대선 불복 보다는 ‘바이든 발목 잡기’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퇴임을 하루 앞두고 대규모 사면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도 알려졌다. CNN은 이날 복수의 소식통을 인용해 "트럼프 대통령이 오는 19일 약 100건에 달하는 사면과 감형을 발표할 예정"이라며 "사면 대상은 화이트칼라 범죄자와 유명 래퍼 등으로, 트럼프 대통령에게 향후 도움을 줄 수 있는지 여부를 중심으로 선별됐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