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설과 함께 닥친 한파가 엿새째 이어지면서 전국 곳곳에서 동파로 빨래와 목욕 등을 못해 일상생활에 어려움을 겪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엿새째 이어진 한파로 세탁기를 사용하지 못한 시민들이 ‘빨래방’을 연이어 찾으면서, 세탁기 사용을 기다리는 빨래 바구니가 길게 늘어서 있다.

전북 전주시 단독주택에 사는 정모(56)씨는 주말 내내 세탁기와 씨름을 했다. 정씨는 "아파트 베란다와 비슷한 별채에 두고 사용했던 세탁기 배수관이 얼어 터지면서 물바다가 됐다"며 "온 가족이 달라 붙어 집 안 따뜻한 공간으로 세탁기를 옮기고 물바다가 된 공간을 치우느라 고생했다"고 말했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에 따르면 지난 6일부터 11일 오전 6시까지 전국에서 발생한 동파 피해는 7500여건이다. 수도계량기가 7207건, 수도관이 314건 등이다. 올 겨울 들어 신고된 동파 피해 총 8241건 가운데 91%가 이번 한파 기간 동안 발생했다.

아파트 등 공동주택에서는 일부 세대에서 사용한 세탁기로 배출된 물이 얼면서 다른 세대가 피해를 보는 경우도 나오고 있다. 서울 중구 약수동의 한 아파트에 사는 강모(26)씨는 "지난주부터 하루 두 번 이상 아파트 관리사무소에서 세탁기를 사용하지 말라는 안내방송을 하고 있다"고 했다.

서울 강남구의 한 노후 아파트에 사는 이모(53)씨도 "세탁기 사용으로 인한 동파 우려로 관리사무소에서 세탁기를 사용하지 말라는 요청이 들어와 지난 일주일 간 빨래를 하지 못했다"며 "빨래가 쌓이고 입을 옷도 없어 돈 주고라도 업체에 맡겨야 하나 고민"이라고 했다.

동파로 세탁기 사용이 어려워지자 빨래방을 찾는 시민도 크게 들었다.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남편이 빨래방 세 군데에 갔는데 죄다 밖에까지 줄을 서있다고 한다", "주말이라 일찍 오면 괜찮겠지 하고 오전 10시에 빨래방에 왔는데 벌써 만원이다", "평소에 한가하던 빨래방에 오늘은 줄이 있다" 등의 글들이 잇따라 올라왔다.

10일 낮 12시 50분쯤 서울 동대문구 답십리동의 23층 규모 아파트 옥내 소화전 밸브가 한파로 인해 터졌다. 이 사고로 소화전에서 흘러나온 물이 복도와 계단 등을 타고 아파트 전체로 흘렀고, 물이 얼어붙으며 주민들이 불편을 겪었다.

서울 노원구의 한 빨래방 관계자는 "주변에 노후 아파트가 많다보니 동파 피해로 빨래방을 찾는 사람이 늘었다"라며 "정확한 수치를 계산해보지 않았지만 한파 이전보다 두배 이상 이용자가 늘어난 것 같다"고 말했다.

실제로 11일 비대면 모바일 세탁 서비스 ‘런드리고’에 따르면 지난주 물빨래 서비스 주문수는 지난달 같은 기간 대비 약 150%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주 주말 주문량만 6톤에 이른다. 9일과 10일 이틀간 각각 2.5톤, 3.5톤 분량의 세탁물이 접수됐다.

수도관 자체가 동파되면서 화장실 이용과 세면 등을 못해 어려움을 겪는 시민도 많았다. 서울 구로구에 사는 김모(43)씨는 "지난주 금요일부터 온수가 나오지 않아 주말 내내 씻지도 못했다"며 "씻지 않은 채로 출근을 할 수는 없어 오늘은 이웃집에 부탁해 씻고 겨우 출근했다"고 했다.

지난 9일 경기 군포 지역 커뮤니티에는 "주방 싱크대 수전과 화장실 샤워기에서 물이 콸콸 나오고 변기에서는 물 자체가 안 나온다"라며 "복도형 아파트 끝 집이라 그런지 이런 일까지 생겼다"라는 내용의 글이 올라왔다. 인천 지역 커뮤니티에도 지난 8일 "아침에 출근 준비해야 하는데 온수가 안 나와서 물 끓여 씻었다"는 내용의 글들이 올라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