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개정 화장품법 올해 시행...제조·유통 규제 및 처벌 강화
중국서 활로 찾던 아모레·LG생활건강 '긴장'

중국 정부가 30년 만에 화장품 규제법을 개정하면서 한국 기업들이 바짝 긴장하고 있다. 중국이 사실상 화장품 시장 구조조정에 나선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이들은 매출 절반을 차지하는 중국 시장에서 퇴출될 지 노심초사하는 분위기다.

서울 광화문의 전광판에 LG생활건강이 중국 소비자를 대상으로 만든 광고가 게재 돼 있다.

7일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코트라)에 따르면 중국 국무원은 작년 6월 29일 발표한 '신(新) 화장품 감독관리 조례'를 올해부터 시행한다. 1990년부터 시행된 기존 화장품 감독법을 30년 만에 개정한 것이다.

총 6장, 80개 조항으로 구성된 신(新) 조례는 국내외 화장품 업체의 원료 관리, 인증 및 등록, 광고 등 유통과정 전반에 대한 규제를 강화한 것이 특징이다. 이를 위반하면 판매권을 빼앗겨 시장에서 퇴출되거나 처벌될 수 있다.

코트라 베이징무역관 김성애 조사관은 "현지 화장품 업계는 이번 조례 시행으로 대대적인 구조조정이 일어날 것이라고 보고 있다"며 "기술력, 자금력이 부족한 중소 영세기업의 퇴출이 가속화 되고 중장기적으로는 C-뷰티(차이나 뷰티) 기업들의 제품 경쟁력과 브랜드 파워가 강화되는 촉매제로 작용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내수 부진을 중국 판매로 극복하려던 아모레퍼시픽(090430)LG생활건강(051900)은 긴장하는 분위기다. 두 회사의 작년 3분기 실적은 중국이 갈랐다. LG생활건강은 3분기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했는데 중국 보따리상들이 면세점 인기 상품인 화장품 브랜드 후(Whoo)를 사재기한 영향이 컸다. 아모레퍼시픽은 중국 설화수 온라인 매출이 80% 증가하지 않았다면 매출 감소 폭(-23%)이 더 컸을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아모레퍼시픽 브랜드 설화수는 작년 6월 중국 티몰을 통해 ‘5세대 윤조에센스’ 디지털 론칭 행사를 진행했다.

두 회사는 중국 최대 쇼핑 축제인 광군제 기간 후와 설화수를 역대 최대 규모 판매하며 중국 시장에서 저력을 과시했지만, 현지 브랜드에 맹추격 당하고 있다. 현대차증권에 따르면 중국 화장품 시장 상위 50개 브랜드 가운데 한국 비중이 2011년 0.3%에서 작년 2.2% 소폭 늘어나는 동안 중국 브랜드는 4.8%에서 15.6%로 3배 이상 성장했다. 중국 프로야(PROYA, 珀莱雅), 상해가화연합(上海家化) 등 현지 브랜드가 해외 기업을 무섭게 추격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코로나가 중국 현지 기업들의 점유율을 더욱 확대하는 계기가 됐다고 분석했다. 대한화장품산업연구원은 최근 보고서에서 "중국 로컬 기업들은 온라인 판매를 위주로 하기 때문에 코로나로 큰 영향을 받지 않았고 오히려 2030세대에 맞춰 라이브 스트리밍을 진행하고 온라인 가상 메이크업 쇼 등 마케팅 활동을 펼쳐 매출이 크게 늘었다"며 "해외기업은 주로 오프라인 매장을 중심으로 판매하기 때문에 성장세가 둔화됐다"고 썼다.

이런 상황에서 중국 정부가 화장품 업계 구조조정에 나선 것은 자국 기업들의 해외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지금은 대부분의 기업들이 내수 판매에 집중하고 있다. 이번 기회에 관리감독을 강화해 품질을 끌어올리고, 이를 통해 수출 효자 상품으로 만들겠다는 전략이라는 것이다.

아모레퍼시픽과 LG생활건강은 중국 정부에서 구체적인 시행규정을 발표하지 않아 아직 수출 업무에 큰 변화는 없다면서도 정부 측 발표 내용을 면밀히 주시하며 대응방안을 모색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 업계 관계자는 "이미 높은 안전·위생 기준에 맞춰 화장품을 생산하고 있기 때문에 큰 문제는 없을 것"이라면서도 "다만 현지기업의 점유율 확대 속도가 빨라질 수 있어 수출 전략을 대거 수정해야 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중국의 이번 행보를 위기가 아닌 기회로 해석하는 시각도 있다. 국내 화장품 OEM(주문자상표부착생산) 업체 가운데 가장 먼저 중국에 진출한 코스맥스(192820)의 한 관계자는 "정부 규제와 고객사 요구에 맞춰 제품을 생산한다면 오히려 주문이 더 늘어날 수 있는 긍정적인 요인으로도 볼 수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