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法 강행하는 與..."에버랜드·야구장 더러 쉬라는 격"
"코로나로 가뜩이나 힘든데"...입점업체 피해 불가피
업계 "규제 시행되면 매출 30% 이상 감소할 것"

더불어민주당이 오는 2월 임시국회에서 스타필드·롯데몰 등 복합쇼핑몰에도 '월 2회 영업 제한' 등의 의무휴업 규제를 적용하는 내용의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안을 처리하기로 하면서 유통업계가 긴장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유통시장을 잘 모르는 법안"이라며 시행되선 안 된다고 한 목소리를 냈다. 이미 온라인으로 쇼핑 주도권이 넘어갔는데, 대기업 쇼핑몰과 전통시장이란 이분법 잣대로 시장을 보는 것은 불합리하다는 지적이다. 이들은 규제가 시행되면 오히려 입점 소상공인이 타격을 받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서용구 숙명여대 교수, 이정희 중앙대 교수, 조동근 명지대 명예교수, 이한상 고려대 교수(왼쪽부터).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부 교수는 "에버랜드나 잠실 야구장 더러 일요일에 쉬라는 격"이라며 "복합쇼핑몰은 대형마트와는 다른 차원의 시설물로, 도시인의 주말 놀이동산 역할을 하고 있다. 상업시설도 절반에 불과하다. 이런 시설에 대형마트와 똑같은 규제를 적용하는 건 불합리하다"고 했다.

이어 "대형마트는 100% 직매입으로 운영되는 대기업 유통 채널로 볼 수 있지만, 복합쇼핑몰은 부동산 임대업이라 자영업자의 피해로 돌아갈 수 있다"고 했다.

◇골목상권 관계없는데…스타필드 강제휴무 도입하라는 여당

유통법을 정치적으로 활용한다고도 해석했다. 서 교수는 "재벌이 운영한다는 이유로 오프라인 점포를 규제하는 건 바보 같은 짓"이라며 "소매업의 종말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시장이 어려운 상황에 매장 문을 닫게 하는 건 죽어가는 사람의 뺨을 때리는 것과 같다. 특히 코로나 위기에 입법을 추진하는 건 정치적인 의도로밖에 해석이 안 된다"고 쓴 소리를 냈다.

전통시장과 골목상권을 살린다는 법의 취지도 실효성이 없을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같은 이유로 대형마트가 2012년부터 의무휴업을 시행 중이지만, 뚜렷한 성과를 거두지 못했기 때문이다. 한국유통학회 조사에 따르면 대형마트 휴무일에 전통시장을 찾는다는 소비자는 5.8%에 불과했고, 아예 쇼핑하지 않는다는 이는 20%에 달했다.

이정희 중앙대 경제학부 교수는 "대형마트와 전통시장이 대립한다는 시각은 곤란하다"며 "온라인 쇼핑이 부상하면서 소비자들이 아예 오프라인 소비를 하지 않는데 문을 닫는 게 무슨 소용인가. 규제가 아니라 상생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했다.

조동근 명지대 경제학과 명예교수도 서민의 경제 기회를 박탈하는 규제라고 봤다. 여주, 이천 복합쇼핑몰의 경우 서울 사람들이 교외에 가서 돈을 씀으로써 지방 경제가 활성화되는 효과가 있는데, 그걸 규제로 막으려 한다는 것이다.

조 교수는 "처음 월마트가 나타났을 때 미국은 저소득층에 어떤 혜택을 줬는지 초점을 맞췄고, 저소득층 생활비 절감 효과가 있다고 진단했다. 우리나라였으면 월마트가 들어오기도 전에 규제 당했을 것"이라며 "대기업 쇼핑몰이면 무조건 강자라고 하는데 아니다. 쇼핑몰에 납품하는 중소 업체들과 거기서 일하는 아르바이트생들도 규제의 대상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사회적 거리두기로 한산한 서울의 한 쇼핑몰.

이한상 고려대 경영대학 교수는 "코로나19로 경기가 어려운 상황에 규제를 다 풀어줘도 될까 말까인 상황인데, 오히려 기업활동을 위축시키는 정책을 내놓다니 답답하다"며 "소상공인을 보호한다는 명목으로 규제를 하겠다는 건데, 정작 복합쇼핑몰에 입점된 수 많은 소상공인에 대한 고려가 없는 거 같다"고 말했다.

복합쇼핑몰들은 의무휴업으로 직격타를 맞을 것으로 예상한다. 대부분 쇼핑몰이 교외에 있어 방문객이 주말에 몰리기 때문이다. 한 복합쇼핑몰 관계자는 "주말 매출이 평일의 4~5배가 많은데, 월 2회 주말 의무휴업을 시행하게 되면 매출이 현재의 3분의 2수준으로 쪼그라들 것"이라 했다.

스타필드가 지역상권 붕괴?...전문가들 "코로나 피해 입점 상인 타격 클 것"

대형마트와 달리 대부분 매장이 임대로 운영되는 만큼, 매출 감소 피해를 소상공인이 고스란히 받을 가능성도 크다. 한국경제연구원은 대형 쇼핑몰이 월 2회 문을 닫으면 입점 소상공인들의 평균 매출은 5.1%, 고용은 4%씩 감소할 것으로 분석했다.
업태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규제라는 지적도 나온다. 복합쇼핑몰은 쇼핑·레저·오락이 결합한 복합문화공간으로 상업공간이 적다. 쇼핑과 여가를 함께 즐긴다고 해 복합쇼핑몰에 가는 것을 일컬어 '몰링(Malling)'이라 표현하기도 한다.

전 세계에 쇼핑몰의 주말 운영을 법으로 제한하는 국가는 한국이 유일하다. 중국은 관련 규제가 없고, 미국은 주(州)별로 차이가 있지만 과거에 있던 규제가 완화되는 추세다.

하남 스타필드를 설계한 터프만 아시아의 피터 샤프 대표는 "특정일에 문을 닫는 건 본 적 없는 규제"라며 "복합쇼핑몰은 다양한 유통사를 한 지붕 아래 모으는 일종의 ‘집’이다. 하남 스타필드만 해도 600여 개의 브랜드가 입주해 있고, 여기엔 작은 상점(자영업자)도 포함됐다. 규제를 논의하기 위해선 소비자의 입장도 반영해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