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8일 본회의서 중대재해법 처리하기로 합의
경제계 "여러 부작용 예상… 신중히 검토해달라"
여야가 오는 8일 국회 본회의를 열고 중대재해책임자처벌법(중대재해법)을 처리하기로 합의한 가운데, 경제계에서는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경제계는 중대재해법이 시행될 경우 국내 공장의 해외이전, 하청 수주 감소 등의 부작용이 예상된다며 신중한 검토를 촉구했다.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는 6일 '중대재해법이 초래할 수 있는 5가지 문제점' 보고서를 통해 이같이 밝혔다. 전경련은 5가지 문제점으로 ▲중대재해는 하청에서 발생했는데 원청만 처벌 ▲국내 중소기업 수주 큰 폭 감소 ▲중대재해 발생시 전문성 있는 근로감독관 대신 경찰이 수사 ▲AI도 준법대상을 알기 어려울 만큼 준수의무가 광범위하고 모호 ▲기업의 생산기지 해외이전 등을 꼽았다.
전경련에 따르면 중대재해법 정부안은 사업주 또는 법인이 제3자에게 용역이나 도급을 한 경우에도 안전·보건 조치 의무를 제3자와 공동으로 부담하게 한다. 이로 인해 하청에서 중대 재해가 발생하면 원청도 처벌하도록 규정한다. 전경련은 "50인 이상 300인 미만 사업장은 공포 후 2년간, 50인 미만 사업장은 공포 후 4년간 법 적용을 유예하는데, 중대 재해 발생의 직접 당사자인 하청은 규모가 작다는 이유로 면책이 되지만 간접 당사자인 원청은 처벌받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전경련은 "중대재해법 도입 시 원청은 하청의 안전관리에 대한 비용 부담으로 사업확장을 주저하거나 도급을 축소해 결과적으로 하청의 수주가 큰 폭으로 감소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중소기업벤처부에 따르면 2019년 기준 국내 중소기업 중 수급을 받는 기업의 비중은 42.1%에 달하며, 수급기업의 매출액의 대부분(83.3%)은 위탁 기업에 납품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또 전경련은 "중대재해법 정부안이 사업주, 경영책임자 등이 지켜야 할 안전과 보건조치 의무를 포괄적이고 모호하게 제시하여 실제로 법을 준수해야 하는 현장에 혼란만 가중한다"고 했다. 용역, 도급, 위탁의 경우에 원청과 하청의 의무를 각각 명확히 규정하지 않고 동일한 의무를 부담한다고만 명시해 이들이 실제로 부담해야 하는 의무와 책임이 불확실하다는 것이다.
아울러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수사는 산업안전 분야 전문성을 확보하기 위해 근로감독관이 특별사법경찰관으로서 전담하지만 중대재해법 위반 수사는 일반 경찰이 담당해 전문성이 퇴보한다고 전경련은 주장했다.
마지막으로 전경련은 "기업규제3법, 노조법 등이 통과된 가운데 중대재해법마저 제정될 경우 국내 기업의 환경은 최악으로 치달아 국내 생산기지의 해외이전 유인이 크게 증가할 것"이라며 "외국기업들이 국내 투자를 기피해 국내 산업의 공동화를 가속화할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민주당 김태년 원내대표와 국민의힘 주호영 원내대표는 지난 5일 국회에서 만나 중대재해법을 8일 오후 국회 본회의에서 처리하기로 큰 틀에서 합의했다. 여야는 이날 오후 법사위 소위에서는 사업주와 경영책임자에 대한 형사처벌 수위를 낮추고 벌금의 하한선을 없애는 대신 형사처벌과 벌금을 동시에 부과할 수 있도록 하는 방식으로 처벌 수위를 높이기로 결정했다. 법안명은 당초 '중대재해기업처벌법'에서 '중대재해책임자처벌법'으로 바꾸기로 했다.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은 이날도 국회를 찾아 "중대재해법에 담긴 '독소 조항'을 빼달라"고 요청했지만 결국 불발됐다.
추광호 전경련 상무는 "우리나라는 중대재해법이 제정되지 않더라도 현행 산업안전보건법상 처벌강도가 이미 세계적으로 강력한 수준이며, 영국 등 해외사례를 볼 때 처벌 강화의 산업재해 감소 효과가 뚜렷하지 않다"며 "기업에게 강한 처벌을 부과하는 것보다는 중대재해를 예방하는 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