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네시아 정부가 자국에 배포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을 노인들 보다 근로자들에게 우선적으로 접종할 계획이라고 로이터 통신과 싱가포르 방송 채널뉴스아시아(CNA) 등이 4일 보도했다.

인도네시아의 수도 자카르타 거리에서 무료 마스크를 배포하는 모습.

앞서 지난해 9월 테라완 푸트란토 인도네시아 보건 장관은 "의료진 및 의료시설 종사자들이 먼저 백신을 맞은 후, 18세~59세 사이의 노동자들이 접종하게 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에 따라 인도네시아는 이달부터 4월까지 의료진, 공무원, 그리고 근로자에게 백신을 맞출 예정이다.

미국과 영국 등 주요 국가들이 노약자를 우선적으로 예방 접종하는 것을 고려하면, 인도네시아의 결정은 이례적이다. 거기에는 두 가지 이유가 있다.

현재 인도네시아에 도입된 70만개에 달하는 코로나19 백신은 중국 시노벡의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백신은 18세~59세를 대상으로 임상시험이 진행됐기 때문에 노인층 관련 백신 효능 데이터가 충분치 않다. 영국과 미국이 접종하는 화이자 백신은 모든 연령대의 사람을 대상 접종이 가능하기에 인도네시아와는 다르다는 것이다.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보건부 고위 관리 시티 타미지는 "노인 대상 예방 접종에 대해서는 관계 부처의 결정을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둘째는 사회적 이동이 많고 활동적인 이들에게 백신을 맞출 때 보다 신속하게 집단 면역에 도달할지도 모른다는 기대 때문이다.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인도네시아 정부 관료들은 이를 통해 집단 면역에 도달하길 기대하고 있다.

싱가포르국립대학교(NUS) 의과 대학의 데일 피셔 교수는 "젊은 직장인은 일반적으로 더 활동적이고 여행도 보다 많이 간다. 이들에게 먼저 접종하는 전략은 노인들에게 접종하는 것보다 더 지역감염을 빠르게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호주국립대학교(ANU) 의과 대학의 피터 콜리그논 교수는 "현재 시점에선 그 누구도 어느 방식이 더 효과적일 것이라 말할 수 없다"며, "인도네시아가 유럽 등 국가와 다른 방식으로 대처하는 것은 의미가 있다. 어느 방식이 더 효과적인지 말해줄 수 있기 때문이다"고 분석했다.

경제 회복에 더 도움이 될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인도네시아 최대 은행인 만디리 은행의 경제학자인 파이살 라흐만은 "18세~59세 인구는 다른 연령층보다 소비욕구가 강하다"며 "총 가계소비의 50%이상을 차지하는 이들이 (코로나19 감염 걱정에서 벗어나면) 경제를 빠르게 회복시킬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날까지 인도네시아의 코로나19 확진자는 약 76만5000명, 사망자는 2만2000명에 달한다. 인도네시아는 이달부터 내년 3월까지 전체 인구의 70%인 1억8150만명에게 코로나19 백신을 무료로 접종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