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열 총재, 신년사서 "영세상인·저소득층 회복서 소외될지도" 우려
'금융안정' 우려도 내비쳐 "부채 누증, 실물·자산 괴리 분석·점검해야"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내년 경제회복을 두고 양극화가 심화되는 K형태를 전망했다. 우리 경제의 구조적 취약성으로 영세자영업자, 저소득 계층이 회복에서 배제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와 함께 고용안정을 내년 통화정책의 주요요인으로 삼을 것이라는 뜻도 밝혔다.

이 총재는 31일 발표한 내년 신년사에서 "저출산·고령화가 경제의 활력을 제약하는 가운데 코로나19의 차별적인 영향이 부문간·계층간 불균형을 심화시키고 있다"고 말했다.

이주열 한은 총재가 지난17일 오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물가안정목표 운영상황 점검설명회 겸 송년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그러면서 "향후 경제회복이 K자 형태로 전개될 경우 전통적 대면산업을 중심으로 한 영세 소상공인이나 저소득계층은 회복에서 계속 소외될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이 총재는 우리경제의 구조적 취약성에 대한 우려를 내비치면서 "한계기업 증가와 가계·기업의 대출 확대는 외부충격에 대한 대응력을 약화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국제 경제 상황에 대해서는 코로나19 불확실성과 미중 무역갈등의 재개등을 언급했다. 이 총재는 "미국 새 행정부의 출범을 앞두고 보호무역주의 완화에 대한 기대가 높아지고 있으나 언제든 자국우선주의가 다시 대두되면서 무역갈등이 격화될 가능성도 있다"며 "코로나19의 재확산세가 좀처럼 억제되지 않는 가운데 변이도 발생하고 있어 팬데믹의 종식 시기를 아직은 가늠하기 어렵다"고 했다.

이 총재는 올해 코로나19로 '고용'이 중앙은행의 주요 역할로 떠오른데 대한 의견도 밝혔다. 그는 "고용안정은 지속가능한 성장을 뒷받침하고 국민의 삶의 질을 높인다는 점에서 중앙은행도 통화정책 운용시 마땅히 고용상황을 중요한 판단요인으로 고려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다만 정책수단에 한계가 있는 만큼 고용안정의 책무 추가에 대해서는 신중한 입장을 유지했다. 이 총재는 "상충 가능성이 있는 여러 목표를 두고 통화정책을 운용할 경우 정책의 일관성을 유지하기 어려울 수 있다"면서 "국내외 연구결과와 사례를 참고하는 한편 전문가의 의견을 적극 경청해 우리 여건에 맞는 최적안을 도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내년 통화정책 기조는 현재의 완화적 기조를 유지하면서도 '금융안정'에도 무게를 두는 방향으로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코로나19 대응을 위해 시장에 풀린 막대한 유동성이 자산시장으로 쏠리고 있어서다.

이 총재는 "통화정책은 우리 경제가 안정적인 회복세를 이어갈 것으로 전망될 때까지 완화기조를 유지할 필요가 있다"면서도 "다만 자산시장으로의 자금유입, 민간신용 증가 등 금융불균형 누증 위험에 대한 우려가 높아진 만큼 금융안정 상황에 한층 유의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이어 "가계부채 누증, 실물경제와 자산가격 움직임간의 괴리, 한계기업, 취약가구의 채무상환능력 저하 등을 면밀히 점검·분석하고 위험 수준에 상당한 변화가 감지되는 경우 정부와 긴밀히 협력하여 대응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금융위원회와 전자금융법 개정안과 관련해 갈등을 빚고 있는 상황에서 지급결제 제도의 권한을 확고히 하겠다는 의지도 다시 한번 밝혔다. 이 총재는 "한은의 지급결제 관련 역할과 책임을 보다 명확히 정립하는 방향으로 제도적 기반을 확립해 나가야 하겠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