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린스턴대와 브라운대 등 아이비리그 8개 대학 중 7곳을 포함해 미국의 수십 개 대학이 140여 인문학·사회과학 전공 과목에 대해 2021년도에 박사과정 학생을 받지 않기로 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30일 보도했다.
코로나바이러스의 장기화로 기존 박사과정 학생들의 연구 활동이 지연된데다 취업 수요도 급감해서, 현재의 장학 재원을 재학생들에게 추가로 돌리는 것이 낫다는 판단에서다. 예를 들어, 역사학·고고학 박사과정 학생들은 해외 유적지 답사가 힘들어지고 박물관과 도서관도 폐쇄돼 연구를 지속하기가 어려운 실정이라는 것.
시카고대, 미네소타대, 워싱턴대, 피츠버그대 등에서도 인문·사회과학 분야 일부 전공 과목의 신규 박사과정 학생을 내년 가을학기에는 받지 않는다.
박사과정 신규 입학을 중단한 이들 대학은 이 기회에 학위 취득 소요시간도 줄이고 박사과정의 공부가 학위 취득 후 학계 밖 취업에도 도움이 되도록 교과 과정을 개혁하겠다는 입장이다. 박사과정 입학 중단 조치는 역사·예술사·영문학·사회학과 같이, 전공 학생에 대한 장학 혜택을 학교 측이 제공하는 인문학·사회과학 분야에 몰려 있다.
인류학 박사과정을 운영하는 미국 125개 대학 중에서 최소 10개 학교가 다음 학년(가을학기) 박사과정 입학을 중단했다. 공학이나 자연과학과 같이 학비·생활비의 대부분이 학교 밖에서 지원되고, 취업 전망이 밝은 과는 해당되지 않는다.
브라운대의 경우, 인문·사회과학 분야에서 14개 전공 프로그램의 박사과정 신규 입학을 중단했다. 대신에 박사과정 재학생들이 추가로 학비 지원을 요청할 수 있도록 했다. 리처드 로크 브라운대 부총장은 WSJ에 "취업 시장도 얼어붙어 박사과정 재학생들도 전망이 불투명한데, 계속 새 학생들을 받는 것은 비윤리적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라이스대도 4년차 이상 인문학 분야 박사과정 재학생의 3분의1이 코로나로 인해 최소한 한 학기 이상 수업과 연구 일정이 뒤처진 상태다. 라이스대도 인문학 5개 전공 분야 박사과정은 모두 2021년에 신입생을 뽑지 않는다.
작년 한해 미국에선 5만5000여 명이 박사 학위를 받았고, 이중 1만4000여 명이 인문·예술·사회과학 전공자였다. 그러나 인문학 박사 취득자의 59%만이 학위 취득 시점에 직장을 찾았거나, 박사후(postdoctoral) 과정으로 진학했다. 전체 전공 분야 박사학위 소지자 중에서 최저였다.
미 대학들의 인문학·사회과학 신규 박사과정 중단 조치에 대해, "학교들이 정부·기업·민간단체들에 이들 박사 학위의 가치를 충분히 알리지 못한 탓"이라는 비판도 있다. 또 줄어든 학생으로 다시 박사과정을 열면, 이후엔 분야별 세부 전공자들간 다양한 토론이 힘들어진다는 지적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