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경기도 고양 창릉 지구에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A) ‘창릉역’을 신설하는 계획을 확정하면서 일산신도시 주민들 사이에서 불만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수도권 주택 가격이 크게 오르는 동안 제자리걸음을 하다 최근 들어서야 집값이 오르기 시작했는데, 악재를 만났다는 생각에서다. 전문가들은 당장 별다른 영향은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30일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국토교통부는 지난 29일 대도시권광역교통위원회 심의를 열고 GTX-A 노선에 창릉역을 추가로 건설한다는 내용의 광역교통개선대책을 확정했다.

고양시 창릉 813만㎡ 규모의 택지에는 3만8000가구의 3기신도시가 조성될 예정이다. 정부는 3기신도시 계획 발표 당시만 해도 창릉에 GTX역을 신설하는 것은 어렵다는 입장을 보였다. 하지만 심의 끝에 1650억원을 투입해 창릉역(가칭)을 신설키로 했다.

경기도 고양시 일산동구 식사동에 있는 ‘식사지구’ 아파트촌 전경.

파주에서 서울역과 삼성역을 거쳐 동탄까지 가는 GTX-A 노선이 정차하면 창릉의 서울 주택 수요 분산 효과는 커질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를 두고 일부 일산 주민들 사이에서 불만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애초 정부가 창릉에 3기신도시를 짓겠다고 했을 때도 일산에서는 반대 목소리가 높았다. 서울 접근성이 더 좋은 창릉에 신도시가 생길 경우 일산의 교통 여건이 더 나빠지고, 수요가 빠져나가면서 집값도 내릴 거라는 우려가 나왔기 때문이다.

여기에 최근 집값이 오름세를 타기 시작했는데 창릉의 가치를 더 높일 방안이 나온다니 집값이 꺾일지 모른다는 우려가 더해진 모양새다. KB주택시장동향에 따르면 12월 경기도 고양시 일산서구 주택 가격은 전월 대비 4.56% 올랐고, 고양 일산동구도 한달 새 3.34% 올랐다.

일산 주민이라고 밝힌 김 모씨는 지난 29일 한 유명 온라인 부동산 커뮤니티에 "GTX 창릉역 신설로 인해 일산은 사형선고를 맞았다"며 "3기신도시 창릉이 들어서는 것 자체가 일산에 초대형 악재"라고 했다. 그는 "그나마 GTX는 창릉에 안 생길 거라고 생각하면서 버텨왔는데 이제 창릉 신도시에 GTX역 신설이 확정되면서 일산이 창릉에 비해 나은 점이 단 하나도 없어졌다"고도 했다.

일산동 A공인중개사 대표는 "일산은 지금도 서울 출퇴근이 어려운 환경인데 3기신도시에 새 주거단지가 조성되고 교통호재가 몰리면 수요자가 빠져나가고 다시 부동산 침체기를 맞을 수도 있어 걱정"이라고 했다.

반면 일산 주민 중 악재가 아니라고 보는 사람도 있다. 한 주민은 "큰 영향이 없을 것"이라며 "일산 식사지구에도 트램이 들어가고 도로도 더 생기는 등 유리한 것도 많다"고 기대했다. 또 다른 주민은 창릉에 임대주택이 많이 들어설 것이라는 이유를 들며 일산에 영향이 없을 것이라고 예상하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GTX의 창릉 경유가 당장 일산 지역 부동산 시장에 큰 영향을 미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예상한다.

여경희 부동산114 수석연구원은 "GTX 노선과 창릉신도시 조성으로 일산이 영향을 받을 수 있으나, 실제 건설까지 상당한 시간이 소요되기 때문에 일산 등 주변 지역에 급격한 타격은 없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는 "내년에도 서울 지역 아파트를 사기 어려운 사람들이 경기 인접 지역의 중저가 주택 매수를 계속 노릴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일산 집값 상승세가 이어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고준석 동국대 법무대학원 겸임교수는 "일산이 자족기능이 약한 데다 지은 지 오래된 단지가 많아 향후 3기신도시가 완성되고 나면 격차가 벌어질 수는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