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MM, 내년 美에 임시선박 매월 2척 이상 투입
유럽과 동남아에도 투입… 머스크, 선적공간 추가 배정

정부가 해외수출 기업의 배 부족 문제를 지원하기 위해 미주와 유럽, 동남아항로에 임시선박을 투입하기로 했다. 해운운임 상승으로 선박을 구하기 어려워졌고, 내년 백신 보급이 예상되면서 국가 간 교역이 재개되면서 물동량이 급증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해양수산부 관계자는 30일 "해상운임 상승과 선적공간 부족 상황이 미주항로에 이어 유럽, 동남아항로 등으로 확산될 가능성이 있어 미주 동부항로, 유럽항로 에 임시선박을 추가 투입하기로 했다. 동남아항로에도 긴급한 수요가 있는 노선을 중심으로 선복량을 확대하는 조치를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HMM이 투입한 임시선박 포워드호의 모습

국적선사 HMM과 SM상선은 내년에 총 2척 이상의 임시선박을 투입한다는 계획이다. 두 회사는 선적공간 부족현상이 지속되고 있는 로스앤젤레스(LA), 오클랜드, 벤쿠버 등 미주 서부항로에 이번 달에만 3척의 임시선박을 투입했다.

HMM은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을 통해 접수받아 매주 350TEU 규모의 미주 서부항로 선적공간을 중소기업들에게 우선 제공하는 지원방안도 내년 2월까지 연장할 계획이다. 또 HMM은 올해 마지막 날인 31일에 수출기업들의 긴급한 수요에 맞춰, 부산항을 출항해 미주 동부지역인 조지아주 사바나항으로 향하는 임시선박 1척을 추가로 투입한다.

이번 임시선박은 컨테이너선이 아닌 HMM이 보유중인 다목적선으로 1400TEU의 컨테이너 화물을 운송할 수 있다. 다목적선은 통상 석유화학설비, 발전설비와 같은 초대형 특수화물을 운송하지만, 필요에 따라 컨테이너도 실을 수 있도록 설계됐다.

해수부 관계자는 "지난 11월을 기준으로 세계 미운항선박률이 역대 최저치인 1.5%까지 감소해 컨테이너선 추가 확보가 거의 불가능한 상황"이라며 "국내 수출기업의 애로를 해소하기 위해 가용할 수 있는 수단으로 다목적선까지 동원하게 된 것"이라고 했다.

HMM은 유럽항로에도 내년 1월 임시선박 투입하기로 했다. 아시아발 유럽항로의 해상운임은 연초 TEU당 1124달러였지만, 지난 25일 기준 3797달러까지 급등하면서 선적공간 부족 문제가 발생할 우려가 있어왔다.

최근에는 해상운임 급등과 선적공간 부족문제가 동남아항로까지 확산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중국 상해발 싱가포르항로 운임은 연초 TEU당 176달러였으나 최근 910달러까지 급등했다. 이로인해 남중국,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항로에서도 선적공간 부족현상이 확인되고 있다.

이에 국적선사 고려해운은 긴급한 화물 수요가 많은 셔코우, 난샤, 황푸 등 남중국 지역과 말레이시아 포트클랑, 인도네시아 자카르타노선에 임시선박을 투입해, 수출기업들의 애로를 해소해 나갈 계획이다.

외국적선사들도 해수부의 요청에 따라 국내 선적공간 확대에 나섰다. 해수부에 따르면 머스크(MAERSK)는 12월 한달 간 선적량이 7525TEU로 전년 동기 대비 109% 증가했다. 머스크는 국내에 매주 350TEU 규모의 선적공간을 추가로 배정할 계획이다.

씨엠에이씨지엠(CMA CGM)은 12월 중 총 3척의 임시선박을 투입해 국내 수출화물 운송에 힘을 보탰다. 씨엠에이씨지엠은 내년 1월 중에도 2척의 임시선박을 추가로 투입하기로 했다. 엠에스씨(MSC)는 부산항을 경유하는 아시아발 미주항로 신규 노선을 개설해 지난 28일 첫 출항을 시작으로 매주 미주항로를 운항하고 있다.

문성혁 해수부 장관은 "입술이 없으면 이가 시린 것처럼, 국적선사들과 수출기업들은 순망치한(脣亡齒寒)의 관계"라며 "서로 돕는 것은 당연할 수 있지만 일부 수익을 포기하면서까지 제 역할을 다하고자하는 과감한 결단과 선제적 대응에 큰 의미가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