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내년 통화신용정책 운영방향 발표
"완화적 기조 유지속 금융불균형 유의"
고용안정 목적 추가 "적합한 방안 마련"

한국은행이 내년 통화정책 방향의 일환으로 지급결제 제도와 관련한 중앙은행의 역할과 책임을 명확히 정립하겠다는 뜻을 강조했다. 금융위원회와 전자금융법 개정안과 관련해 갈등을 빚고 있는 상황에서 지급결제 제도의 권한을 확고히 하겠다는 의지를 나타낸 것으로 해석된다.

한은은 25일 발표한 '2021년 통화신용정책 운영방향'에서 "지급결제 환경변화에 따른 중앙은행의 역할 확대 요구에 대응해 한은의 지급결제 관련 역할과 책임을 보다 명확히 정립하는 방향으로 제도를 정비하겠다"고 밝혔다.

이주열 한은 총재가 지난17일 오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물가안정목표 운영상황 점검설명회 겸 송년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이 문구는 최근 금융위과 전금법을 둘러싸고 갈등을 빚고 있는 만큼 한은 고유의 지급결제제도 운영‧관리 권한을 염두에 둔 것으로 풀이된다. 금융위는 최근 빅테크 기업의 자금거래 투명성 확보를 명목으로 '전자지급거래 청산업'을 신설하자 한은이 반발하고 나섰다. 개정안에 청산기관으로 금융결제원을 검토하는 내용이 담겨있어 한은의 결제원 관할권을 침범당하게 됐다는 점이 한은이 반발한 이유다.

내년 통화정책 방향을 두고서는 완화적 기조를 유지하는 가운데 '금융안정'을 강조했다. 시장으로의 자금유입, 민간신용 증가 등 금융불균형 위험이 누적될 가능성에 유의하면서 정부의 주택·거시건전성 정책이 주택 등 시장 자금흐름에 미치는 영향, 가계·기업 대출 증가세 등을 고려하겠다는 것이다.

또 기준금리를 어느 정도 완화적인 수준에서 운용할 것인지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전개 상황과 주요국의 통화·재정정책 운용, 글로벌 교역여건 변화 등이 국내 거시경제, 금융안정 상황에 미치는 영향을 종합적으로 고려하겠다고 했다.

한은은 내년 국내 성장세의 상방요인으로 ▲코로나19 백신·치료제 상용화▲국내외 경기부양책 확대 ▲글로벌 무역환경 개선을, 하방요인으로는 ▲국내외 코로나19 확산 심화 ▲반도체 경기회복 지연 ▲미·중 갈등 심화 등을 지목했다.

코로나19 여파가 내년에도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시장안정화 조치를 적기에 시행하겠다는 뜻도 재차 강조했다. 정부의 국채발행량 증대로 국고채 수급불균형이 일어나 장기시장금리 변동성이 확대될 경우 국고채를 단순 매입하고 매입 시기·규모 등을 사전에 공표하는 방안을 검토하기로 했다.

또 회사채·CP 매입기구(SPV) 매입기간을 6개월 연장하기로 한데 이어 증권·보험사 등 금융회사에 우량 회사채(AA- 이상)를 담보로 실시하고 있는 특별대출 '금융안정특별대출제도'의 재연장도 검토할 뜻을 밝혔다.

한은은 기존의 물가안정, 금융안정에 최근 고용안정까지 설립목적으로 추가하자는 요구에 대해서는 주요국 중앙은행 사례 및 외부 전문가 의견 등을 참고하여 우리나라 상황에 적합한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이주열 총재는 지난달 "(고용안정을 추가해야 한다는)취지에 충분히 공감한다"면서도 "고용안정 책무를 추가할 경우 통화정책의 실제 운용 과정에서 적지 않은 어려움이 따르는 것도 사실"이라고 신중한 입장을 나타낸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