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24일부터 전국적으로 5인 이상 모임 금지 조치를 내렸지만, 규제 기준이 모호해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여기에 방역수칙 위반자를 찾아 신고하는 사람, 이른바 ‘코파라치(코로나+파파라치)’에게 포상을 하겠다는 방침까지 밝히면서 과잉 규제라는 지적이 나온다.

23일 직장인 등이 한 지하상가 식당가에서 점심을 먹고 있다. 정부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세가 거세지고 있는 수도권의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를 오는 24일 0시부터 2단계로 격상하기로 했다.

이날 0시부터 수도권에서 시행 중인 ‘5인 이상 모임 금지’ 조치는 전국 식당으로 확대됐다. 전국 식당에서는 5인 이상의 예약을 받을 수 없으며, 5인 이상의 일행이 함께 식당에 입장하는 것도 금지된다. 식당 외의 5인 이상 모임은 취소 권고 대상이라 위반 시 처벌을 받지 않는다.

수도권에서는 식당뿐 아니라 5인 이상의 모든 사적 모임도 금지 대상이다. 집합금지 명령을 어기면 300만원 이하의 벌금형을 받을 수 있고, 구상권도 청구될 수 있다. 서울·경기·인천에서 사적으로 5인 이상 모일 경우 코파라치의 감시 대상이 될 수 있는 것이다.

행정안전부의 안전신문고 애플리케이션은 코로나 방역수칙 위반 신고대상 유형으로 ▲집합금지 조치를 위반한 영업·모임 ▲자가격리 무단이탈 ▲밀폐·밀집·밀접이 일어난 경우 ▲출입자 관리 위반, 마스크 미착용 등을 꼽았다.

행안부는 이달에 우수신고자 67명을 선정, 각각 온누리상품권 10만원을 지급할 계획이다.

지방자치단체 차원에서 코파라치 제도를 도입한 곳도 있다. 인천시는 지난 9월 "코로나의 광범위한 지역확산에 따른 생활 속 방역 사각지대를 효율적으로 해소할 수 있는 인천형 방역 대응"이라며 코파라치 제도를 도입했다. 대전시와 부산시도 코로나 방역수칙 위반 신고자를 선정해 최대 100만원의 포상금을 지급할 예정이다.

문제는 ‘5인 이상 집합금지’ 시행 기준이 모호하다는 점이다. 앞서 정부는 5인 이상 사적 모임이 허용되는 ‘가족’의 기준을 ‘주민등록상 거주지가 같은 사람’에서 직계가족으로 변경했다. 같은 가족간 모임이더라도 부모님은 만날 수 있지만 동생 가족은 못 만나는 것이다. 다만, 서울이 아닌 경기도와 인천은 원래 기준을 유지하기로 했다.

직계가족 관계가 아닌 5명이 같은 차를 타고 이동해도 차량 종류에 따라 허용 여부가 달라진다. 원칙적으로 택시는 ‘사적 모임 금지 행정명령 대상’에 들어가지만, 서울시는 대중교통 수단인 택시의 특수성을 고려해 일행 4명이 함께 택시를 타 운전기사를 포함해 5명이 되더라도 금지 대상에 포함하지 않기로 했다.

이러한 기준 혼란을 틈타 포상금을 노린 위반 신고가 늘어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인터넷 커뮤니티 등에서는 코파라치 관련 글을 공유하며 "돈 벌러 다녀오겠다"는 사람이 나오기도 했다. 행안부에 따르면 지난 7월 1일부터 이달 23일까지 안전신문고 코로나 항목에 접수된 신고는 4만8620건에 달했다.

일각에서는 정부, 지자체의 코파라치 도입으로 무리하게 신고를 하거나 감시하는 일이 빈번하게 발생해 사생활 침해가 일어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각종 인터넷 커뮤니티에는 "서로 신고하고 신고 받고, 단속과 감시는 공권력으로만 하면 안 되느냐", "대전은 최우수상 1명 100만원 등 상별로 금액이 다르던데 시민들끼리 감시하는 대회하는거냐", "그럴 듯한 각도로 사진 찍고 억울한 사람 많이 생기겠다" 등의 글들이 이어졌다.

정부는 코로나 방역에 대한 국민의 협조를 이끌어내기 위해서는 신고 포상제도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행안부 관계자는 "최근 코로나 확진자가 급증해 국민들의 방역 협조가 필요한 상황이라 일종의 ‘인센티브’ 차원에서 제도를 도입한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