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이 오는 2024년 출시를 목표로 자율주행 전기차를 개발 중이라고 밝히면서 국내외 주식 시장에서 어떤 기업이 수혜를 받을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국내외에서는 스마트카, 자율주행을 비롯해 자동차 부품, 배터리 관련 기업들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는 모습이다.

간밤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애플은 전날보다 0.92달러(0.7%) 하락한 130.96달러에 장을 마감했다. 하루 전 애플은 자율주행 전기차 소식과 함께 2.85% 상승하며 나스닥 지수 상승을 견인했다. 같은날 경쟁사 테슬라는 1.46% 내린 640.34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애플 최고경영자(CEO) 팀 쿡.

앞서 로이터통신은 21일(현지 시각) 애플이 2024년을 목표로 차세대 배터리 기술을 적용한 전기차 ‘아이카(가칭)’ 제조에 나선다고 보도했다. 구체적인 생산 시점까지 언급된 것은 처음으로,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그 시점이 2025년 이후로 연기될 가능성이 제기됐다.

이 소식에 애플 시가총액은 2조1801억달러에서 2조2422억달러로 620억달러(한화 약 68조5348억원)가 증가했다. 하루 만에 증가한 시총이 미국 최대 자동차 업체인 제너럴모터스(GM)의 전체 시총 585억달러(약 64조6659억달러)를 웃돈 셈이다.

국내 증시에서 ‘첨단운전보조시스템(ADAS)’을 개발하는 만도는 22일, 23일 이틀새 주가가 13.5% 상승했다. 같은기간 ADAS에 사용되는 카메라와 통신 모듈을 만드는 LG이노텍(011070)은 9.1% 상승했다.

주민우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LG이노텍의 경우 투자포인트가 더 이상 아이폰 판매 증가가 아니게 됐다"며 "영업이익 내 아이폰 비중은 앞으로 점차 하락해 오는 2025년부터는 애플카향 카메라, 3D센싱모듈 등 공급 가능성이 열려있다"고 설명했다.

코스닥에서는 인포뱅크(039290), 대성엘텍은 이틀 연속 상한가를 기록했다. 인포뱅크는 지난해 사업보고서를 통해 애플의 카플레이와 구글 안드로이드 솔루션 기술 개발에 성공했다고 밝혔고, 대성엘텍은 자율주행 관련 기술을 개발 중이다.

같은기간 모트렉스(118990)는 12.1% 상승했고, 한컴MDS, 팅크웨어(084730)도 줄줄이 강세를 나타냈다. 모트렉스도 인포뱅크와 비슷하게 애플과 구글의 자율주행 인포테인먼트(차량 내 정보·오락을 제공하는 장치) 기술 인증을 획득했다.

애플카 콘셉트 이미지

뉴욕 증시에선 세계 3위 자동차 부품업체 마그나 인터내셔널이 4.1% 오르며 강세를 보였다. 마그나는 파워트레인(동력전달장치) 등 부품을 완성차 업체에 공급하고 있다. 마그나는 과거에 애플과 전기차 생산 논의를 한 기업으로 전날 #LG전자와 전기차 파워트레인 분야 합작법인(JV) 설립 계획을 내놓기도 했다.

이밖에 애플의 테스트 차량에 주변 물체 거리를 감지하는 라이다(LiDAR) 센서를 공급하는 벨로다인 라이더와 루미나가 줄줄이 상승했다. 라이다는 카메라와 함께 자율주행 기술의 핵심으로 평가 받는 부품으로, 두 업체 모두 올해 스팩(SPAC)을 통해 상장했다.

월스트리트에서 애플의 전기차 사업을 바라보는 시각은 엇갈린다. 애플의 기술력과 자본력을 감안하면 이번 계획이 합리적인 시도가 될 수 있다는 의견이 있는 반면, 이미 전기차 시장 내 경쟁사가 많아 수익을 내는데 실패한 사업으로 전락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왔다.

23일(현지 시각) 비즈니스인사이더에 따르면 애플은 미국에서 현금 보유량이 많은 기업 중 하나로 꼽힌다. 지난 9월말 기준 그 규모는 1910억달러(약 210조6157억원)에 달한다. 아마존이 투자한 전기차 스타트업 리비안이 지금까지 확보한 현금은 60억달러(약 6조6150억원) 수준이다.

아담 조나스 모건스탠리 애널리스트는 "애플은 구독 서비스 등을 통해 꾸준히 발생하는 매출을 새로운 사업의 지렛대로 삼을 수 있다"며 "최근에는 자동차 개발에 필수적인 프로세서, 배터리, 카메라, 센서 등 분야에 투자하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투자전문지 배런스는 "자동차 산업은 들어가는 비용에 비해 수익률이 낮다"며 "적은 마진을 위해 현금을 쏟아 붓는 것은 좋은 생각이 아니다"라고 분석했다. 이어 전기차 시장이 커지고 있는 것은 맞지만 테슬라를 비롯해 폭스바겐, BMW 등 기존의 완성차 업체들과 경쟁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지적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