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아파트 분양 시장에서 중대형 상품의 인기가 높아지고 있다. 재건축 사업장의 조합원 분양에서 중대형으로 신청이 몰리는가 하면, 청약에서도 중대형 경쟁률이 더 높은 상황이다. 각종 제도 영향인데 부동산 전문가들은 당분간 이런 추세가 이어질 것으로 보는 경우가 많다.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타워에서 내려다 본 잠실 주택가 전경.

24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최근 조합원 분양을 실시한 서울 서초구 반포1단지 3주구 재건축사업지에서 조합원들의 신청은 중대형 평형으로 몰렸다. 반포3주구 조합원 분양 1순위 지원 현황을 살펴보면 415가구를 모집하는 전용면적 112㎡(43평형)에 조합원 422명이 신청했다. 177가구를 모집하는 126㎡(49평형)엔 195명이, 61가구를 모집하는 142㎡(55평형)에는 81가구가 지원했다. 142㎡(55평형) 펜트하우스 2가구에는 5명, 165㎡(65평형) 펜트하우스 2가구에는 3명이 지원했다.

반면 492가구를 모집했던 59㎡(23평형) 주택에는 52명, 694가구를 모집한 84㎡(33평형)에는 550명이 지원했다. 각각 440가구, 144가구가 남았다. 224가구를 모집한 100㎡(39평형)에는 201명만 지원해 13가구가 남았다.

반포3주구 조합 관계자는 "소유지분에 따라 순차로 평형을 배정하고 1순위에서 원하는 주택을 받지 못한 조합원은 차순위에 맞게 주택을 배정할 계획"이라면서 "일반분양은 전용면적 85㎡보자 작은 평수 위주로 실시될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이는 얼마 전까지 재건축 시장에서 기존 아파트의 중대형 평형 소유자가 소형 평형 두 채를 받을 수 있는 ‘1+1 제도’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던 것과 대조적인 모습이다. 2018년 5월에 조합원 분양을 완료한 서초 래미안 리더스원(서초 우성 1차)이 대표적이다.

서초동 H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당시 대형 주택을 가진 조합원들이 중소형 두 채를 받길 원하는 경우가 많았다"면서 "한 채는 거주용으로 쓰고 한 채는 증여용 또는 임대용으로 쓰는 것이 이익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라고 했다.

시장 분위기가 달라진 것은 다주택 규제가 강해졌기 때문이다. 2018년 9·13 대책 이후로 여러 차례 강화된 규제의 결과 조합원이 1+1 주택을 배정받으면 다주택자로 분류되며 여러 불이익이 생겼다. 이주비 대출이나 중도금·잔금 대출이 어려워지고, 준공시 세금 부담도 커지게 됐다.

실제로 반포 3주구를 제외하고 가장 최근 조합원 분양을 완료한 서울 서초구 원베일리도 조합원들이 중대형 평형을 모두 가져갔다. 원베일리는 조합원이 전용면적 84~234㎡짜리 중대형 주택을 모두 가져가고 일반분양은 46~74㎡짜리 주택만 할 예정이다.

규제가 강해지면서 ‘똘똘한 한 채’를 선호하는 시장 분위기가 강해진 것도 이유다. 기존에 구축 아파트 두 채를 정리해 좋은 입지, 넓은 평형 아파트 한 채로 갈아타는 사람이 많은 상황이다보니 대형 평형 인기가 높아진 것이다. 여기에 재건축 사업 중 사정이 바뀌어 신축 아파트로 준공되기 전에 매도에 나설 경우 중대형 평형이 유리하다는 인식도 퍼졌다.

서초구 반포동 인근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10년 보유, 5년 거주 요건을 갖춘 조합원이 중간에 입주권을 매도하려고 할 때도 대형 평수를 배정받아야 더 좋은 값을 받을 수 있다"고 했다. 최근 반포 원베일리(경남·한신 3차 재건축 사업) 전용면적 168㎡짜리를 배정 받은 입주권은 59억원의 매매됐다.

심교언 건국대학교 부동산학과 교수는 "정부가 주택공급 수를 늘리기 위해서 장려하던 1+1 분양 제도가 이제는 정부의 대출규제에 의해 애물단지로 전락해 버린 데다 똘똘한 한 채 분위기가 시장을 지배하면서 조합원들도 중대형 평형을 신청하는 것"이라고 했다.

청약 시장에서도 중대형 평형이 인기를 누리고 있다. 부동산 정보업체 부동산114에 따르면 올해 서울 전용면적 84㎡를 초과하는 중대형 아파트의 평균 청약 경쟁률은 199.64대1이었다. 지난해 경쟁률(38.49대1)의 다섯 배에 달한다.

반면 전용면적 60㎡ 이하 서울 중소형 아파트의 올해 평균 청약 경쟁률은 57.65대 1이었다. 지난해 서울 중소형 아파트 평균 청약 경쟁률은 38.09대1이었다. 이는 청약가점이 낮은 사람들이 중대형으로 대거 몰렸기 때문이다. 전용면적 85㎡ 초과 주택 공급 수의 절반 가량은 추첨식으로 당첨자가 정해진다.

박원갑 KB국민은행 수석부동산전문위원은 "분양 청약 성적보다는 조합원 청약 성적이 시장을 가늠하기에 더 적합한 척도"라면서 "84㎡ 초과 아파트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졌다고 봐야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