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故) 이건희 삼성그룹 전 회장의 주식 상속세가 11조366억원으로 확정되면서 시장에선 삼성 계열사의 배당 확대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이재용 삼성전자(005930)부회장 등 상속인들이 역대 최대 규모의 상속세를 마련하기 위해 배당금을 활용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고 이 회장 주식분에 대한 상속세는 지난 22일 11조388억원으로 확정됐다. 고인이 사망한 10월 25일을 기준으로 전후 2개월인 8월 24일부터 전날까지 종가 평균값을 따져 계산한 시가평균액에 실효세율 58.2%를 매긴 결과다.

지난 10월 28일 오후 경기도 수원시 선산에 마련된 고(故) 이건희 삼성 회장 장지에서 이서현(왼쪽부터) 삼성복지재단 이사장, 이부진 호텔신라 대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홍라희 전 리움미술관장이 장지로 이동하고 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고 이 회장이 보유한 삼성그룹의 주식은 삼성전자 2억4927만3200주(지분율 4.18%), 삼성전자우(005935)61만9900주(0.08%), 삼성생명(032830)4151만9180주(20.76%), 삼성물산(028260)542만5733주(2.88%), 삼성SDS9701주(0.01%) 등이다.

가족들이 보유한 계열사별 지분은 제각각이다. 지난해 기준 이 부회장은 삼성물산 최대주주로 3267만4500주(17.08%)를 보유하고 있다. 이밖에 삼성SDS 711만6555주(9.2%), 삼성전자 4202만150주(0.7%), 삼성생명 12만주(0.06%) 등을 보유 중이다.

홍라희 전 리움미술관장은 삼성전자 5415만3600주(0.91%)를 보유하고 있다. 이부진 호텔신라(008770)사장, 이서현 삼성복지재단 이사장은 각각 삼성물산 1045만6450주(5.47%)과 삼성SDS 301만8859주(3.90%)를 보유한 상태다.

기업분석 전문 한국 CXO연구소는 가족들이 지금까지 받은 배당금을 활용해 상속세 일부를 충당하는 방안을 검토할 것으로 예상했다. 고 이 회장이 지난 2000년부터 작년까지 20년 간 삼성전자, 삼성생명, 삼성물산(구 삼성물산 포함) 등에서 받은 배당금은 2조5000억원을 웃돈다.

이 중 상속이 가장 많이 이뤄지는 삼성전자에서만 1조6500억원이 넘는 배당금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홍 여사 등 이 회장 가족들이 받은 배당금을 모두 합칠 경우 그 규모는 3조원을 넘는다. 그간의 배당금을 재투자해 재산을 늘렸을 것을 감안하면 상속세의 주요 재원으로 활용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강송철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삼성 오너 일가가 상속세 재원을 마련하는 가장 쉬운 방법은 배당 확대"라며 "그 중에서도 삼성전자가 차지하는 비중이 가장 크다"고 말했다. 이어 "올해 대비 20~30% 배당 증가를 가정하면 내년 이후 삼성전자 배당은 연간 주당 1700~1900원 수준으로 늘어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더욱이 삼성전자의 경우 오는 28일까지 주식을 보유한 주주들에게 연말 정기 배당과 별개로 내년에 특별 배당금을 추가로 지급할 계획인 것으로 전해졌다. 삼성전자는 지난 2017년 그 다음해부터 2020년까지 3년간 발생한 잉여현금흐름 50%를 주주들에 환원하겠다고 밝혔다.

삼성전자가 특별 배당금을 보통주 1주당 1000원으로 지급할 경우, 이 회장 유족들은 3400억원 가량을 추가로 받게 된다. 고 이 회장 주식에 대한 배당금만 8000억원이 넘고, 가족들이 보유한 지분에 대한 배당금까지 모두 합치면 1조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됐다.

오일선 CXO연구소 소장은 "주주 입장에서는 지갑을 두둑하게 할 수 있고, 가족들은 상속 범위에 포함되지 않는 별도 자금을 마련할 수 있다는 점에서 특별 배당을 예상보다 확대할 수 있다는 분위기가 무르익고 있다"고 말했다.

삼성물산도 대대적인 배당 확대가 예상됐다. 실제 삼성물산은 올해 초 배당 증가, 자사주 소각 등 주주친화 정책 강화를 발표했다. 특별배당 등 삼성전자를 비롯한 지분을 보유한 그룹 계열사들의 배당이 늘어날 경우 자연스럽게 상당 폭의 배당 증가가 예상되는 대목이다.

삼성생명도 최근 3분기 실적 발표에서 올해 배당 성향을 작년 37%보다 높이겠다고 밝혔다. 삼성생명은 지난해부터 3년간 경상이익의 50% 이내에서 배당 성향을 점진적으로 높여가겠다고 발표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