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신 확보 지속적으로 지시했다는데,
결과적으로 우리 국민 연내 화이자⋅모더나 접종 못해
"박능후 책임인가 정은경 책임인가"

청와대가 22일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물량을 제때 확보하지 못했다는 지적에 대해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4월부터 '충분한 확보'를 지시했다고 밝혔다. 강민석 청와대 대변인은 이날 서면 브리핑을 내고 지난 4월 9일부터 12월 8일까지 코로나19 백신·치료제 개발 및 물량 확보를 위한 문 대통령의 지시 13건을 공개했다.

청와대 강민석 대변인

강 대변인은 "(일각에서) 문 대통령이 마치 백신 확보에 손을 놓고 있었던 것처럼 과장·왜곡하면서 국민의 불신을 증폭시키고 있는데, 문 대통령이 어떤 행보를 해왔는지 사실관계를 밝히고자 한다"며 "'백신의 정치화'를 중단해 주시길 간곡히 호소한다"고 했다.

강 대변인에 따르면 문 대통령은 지난 4월 9일 한국파스퇴르 연구소에서 열린 '코로나 치료제·백신 개발 산학연병 합동 회의'에서 "치료제와 백신 개발을 확실히 돕겠다"고 한 것을 시작으로 지속적으로 백신 수급 상황을 챙겼다.

문 대통령은 7월 21일 참모회의에서는 SK바이오사이언스가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위탁받아 생산하기로 한 사실 등을 보고받고 충분한 물량을 공급하라고 지시했다고 한다. 9월 15일에는 백신 수급 상황을 챙긴 뒤 WHO(세계보건기구) 등 국제기구들의 주도하에 한국을 포함한 180여 개국이 참여하는 '코백스 퍼실리티'(COVAX facility)나 글로벌 제약사를 통해 충분한 양의 백신을 확보하라고 주문했다.

문 대통령은 지난달 24일 회의에서는 "백신의 안전성에 대한 문제 제기는 배송 취급과정의 부주의가 있지 않은 한 과학과 의학에 기반을 둬야 한다"며 "최선을 다해서 확보하라"고 지시했고, 지난달 30일 참모회의에서는 "과하다고 할 정도로 물량을 확보하라"고 했다고 한다.

청와대의 이런 해명은 미국과 영국 일본등 다른나라와 비교해 우리나라의 백신 확보 상황이 뒤쳐진 것을 두고 문 대통령의 책임론이 거론되는 데 대한 반박으로 보인다. 문 대통령은 13차례 지시를 했으니, 대통령의 책임이 아니란 것이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올해 안에 30국 이상에서 화이자⋅모더나 등 안전성이 검증된 백신을 맞지만 우리 국민은 언제 백신을 맞을지 모르는 상황이다. 청와대 해명이 맞다면, 문 대통령이 13차례의 '백신 확보' 지시를 했지만 정부 부처가 이를 모른 척, 무시했다는 얘기다.

청와대 설명에 따르면 문 대통령은 지난달 24일 회의에서 백신 안전성 문제 제기는 뒤로 하고 "최선을 다해 확보하라"고 했다. 하지만 더불어민주당 김태년 원내대표는 전날(21일) 당 최고위원 회의에서 "백신 접종은 안전성을 최대한 검증하고 접종하는 것이 정부의 원칙"이라고 했다.

김 원내대표는 당시 "미국에서 백신 접종 후 알레르기 반응과 안면마비 등 부작용도 보도된다"고도 했다. 문 대통령은 한 달 전부터 "안전성과 관계없이 백신 확보에 최선을 다하라"고 했는데, 여당 원내대표는 "안전성이 원칙"이라고 한 것이다.

윤태곤 의제와전략 더모아의 정치분석실장은 "이렇게 반복해 지시했는데도 (코로나 백신 확보를 놓고는) 아직도 결과가 없다"며 "그렇다면 이는 문 대통령의 지시를 거역하거나 '곧 백신이 들어온다'고 기망한 것인가. 박능후 책임인가, 정은경 책임인가"라고 했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백신 미확보 논란으로 국민적 여론이 급격히 악화되자 청와대가 정부와 언론에 책임을 떠넘기려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왔다. 임기가 1년 이상 남은 문 대통령의 지시를 정부 부처에서 '깔아뭉개기' 했을 가능성은 낮기 때문이다.

문 대통령은 지난 21일 청와대 내부 회의에서 백신 확보 지연 문제를 지적하면서 참모들과 내각을 동시에 질책한 것으로도 알려졌다. 정세균 국무총리는 지난 20일 "정부가 백신 태스크포스(TF)를 가동한 지난 7월엔 국내 확진자 수가 100명 수준이어서 백신 의존도를 높일 생각을 하지 않은 측면이 있다"며 정부 책임을 인정하는 듯한 발언을 했다.

백신 도입 주무 부처 담당자.왼쪽부터 권준욱 국립보건연구원장,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 정세균 국무총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