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의회, 자동차뿐 아니라 항공 포함한 전체 모빌리티에 금융 지원
우리나라 관련 규제 걸음마 수준…韓 국회, 기업 옭아매는 법에만 몰두

전 세계 항공·자동차 업계와 스타트업들이 앞다퉈 '도심 항공기(PAV·Personal Air Vehicle)' 개발에 나서는 가운데 미국 의회가 새롭게 열리는 산업의 주도권을 잡기 위한 준비에 돌입했다.

미국 공화당 소속 마이클 버제스, 애덤 킨징거 상원의원은 최근 친환경 첨단 자동차 제조기업 지원 법안을 항공 부문으로 확대하는 개정안을 발의했다. 이들 의원이 발의한 개정안은 지난해 의회를 통과한 ‘첨단기술 자동차 제조 현대화 법안’이 지원하는 업종 범위를 기존 자동차에서 항공을 포함한 전체 모빌리티(이동 수단)로 확대하는 것이 핵심이다. 개정안이 통과되면 미국 내에서 생산되는 친환경·첨단 기술 모빌리티는 연방정부 차원의 금융지원을 받을 수 있다.

현대자동차가 올해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에서 공개한 UAM.

PAV 시장은 빠르게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항공우주국(NASA)은 PAV를 통해 도시 내 단거리 항공 운송, 이른바 UAM(Urban Air Mobility, 도심 항공 모빌리티) 생태계가 새로 구축될 것으로 전망했는데, 모간스탠리는 2040년이 되면 UAM 시장 규모가 1조5000억달러(약 1700조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했다.

완전히 새로운 산업의 태동에 발맞춰 많은 기업이 치열한 개발 경쟁을 벌이고 있다.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 출신 엔지니어들이 2006년 만든 테라푸지아는 이미 2009년 640㎞를 비행하는 '더 트랜지션'을 개발했고, 네덜란드 PAL-V는 자체 개발한 플라잉카 '리버티'를 판매하고 있다. 구글 공동 창업자인 래리 페이지가 1억달러를 투자한 스타트업 키티호크와 슬로바키아 스타트업 에어로모빌 역시 UAM 시장에서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다.

글로벌 스타트업이 UAM 시장을 선도하는 가운데 보잉, 에어버스와 같은 글로벌 항공기 제조업체와 폴크스바겐그룹 아우디, 도요타, 현대자동차등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도 적극적으로 뛰어들고 있다.

거대한 규모의 시장이 열릴 것으로 전망되지만 아직 시장을 지배하는 업체가 없는 데다, 종주국이라고 불릴만한 국가도 없다. 미국 의회가 관련 법 정비에 나서는 이유는 이 때문이다. 기업 지원 프로그램을 운영해 다양한 업체들의 기술과 사업을 자국 영토로 끌어오면 시장 성장에 따른 과실이 미국 경제로 흡수될 수 있다는 계산이 깔린 것이다.

미국 테라푸지아의 플라잉카 콘셉트.

해당 법 개정안을 공동 발의한 버제스 상원의원은 "미국 내 전기 항공기·자동차 스타트업의 초기 성장을 지원함으로써 더 많은 일자리와 수익을 창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해당 법 개정안에 대한 기업들의 반응도 우호적이다. 당장 현대차그룹 UAM 사업부를 비롯해 항공택시 eVTOL을 개발 중인 미국 항공우주 업체 조비에비에이션과 베타테크놀로지스, 키티호크, 롤스로이스 등이 해당 법안에 대한 지지 의사를 밝혔다.

미국 의회가 새로운 산업 육성에 팔을 걷어붙였지만 우리나라의 사정은 조금 다르다. UAM의 기반이 되는 드론 조차 규제에 막힌 상황이고, 우리 국회는 첨단 산업 육성보다 기업 활동을 옭아매는 법 개정에 집중하고 있기 때문이다.

UAM 개발이 본격화되면 교통 체증이 가장 심각한 서울이 가장 큰 수요처가 될 전망이지만, 현재 서울 시내에서는 각종 규제 때문에 드론 띄우기조차 쉽지 않다. 정부가 부랴부랴 UAM 실증 사업에 나서고 있지만, 관련 시장을 육성하기 위한 법제도는 아직 걸음마 단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