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전국의 37곳을 추가 규제지역으로 지정하면서 사실상 강원과 제주를 제외한 전국이 규제지역으로 묶였다. 이른바 ‘두더지 잡기’식 규제에 시장에서 또 다른 풍선효과가 발생할 것이라는 예상 속에 일각에서는 서울로 투자수요가 다시 몰릴 것이라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그러나 부동산 전문가들은 서울이 오르는 것은 규제의 풍선효과가 아니라 ‘실수요’ 때문이라고 분석한다.

서울에서 아파트 가격이 급등하면서 단독·연립주택과의 가격 차가 역대 최대로 벌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은 지난 16일 서울 아파트 모습.

22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전국 37개 지역이 규제지역으로 신규 지정됐다. 광역시에서는 부산 9곳(서·동·영도·부산진 등), 대구 7곳(중·동·달서 등), 광주 5곳(동·서·광산구 등), 울산 2곳(중·남구) 등 23곳이 조정대상지역으로 묶였다.

지방에서는 파주, 천안 2곳(동남·서북구), 논산, 공주, 전주 2곳(완산·덕진구), 창원(성산구), 포항(남구), 경산, 여수, 광양, 순천 등 11개 시 13개 지역이 조정대상지역으로 지정됐다. 창원 의창구 한 곳은 규제 강도가 더 높은 투기과열지구로 지정됐다.

새로 지정된 규제지역 범위는 시장 예측을 뛰어넘는 수준이었다. 이로써 조정대상지역은 총 111곳, 투기과열지구는 총 49곳으로 늘었다. 강원과 제주를 제외한 전국이 사실상 규제지역으로 묶인 셈이다. 국토부는 "광역시와 주요 도시 등에서 가격 상승세 확산과 함께 외지인 매수, 다주택자 추가 매수 등 투기 가능성이 있는 이상 거래 비중이 증가하고 있다"고 규제지역 지정 배경을 설명했다.

정부가 전세난 등으로 인한 전국적 집값 상승을 예상하고 선제적으로 규제지역을 지정하며 대응했다고는 하지만, 시장 일각에서는 벌써부터 새로운 풍선효과를 우려하고 있다. 탄현과 원주 등이 대표적이다. 이미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일산을 넘어 탄현, 원주 등 규제지역 인접 지역으로 풍선효과가 옮겨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또 최근 강남 집값이 다시 꿈틀대는 현상도 일어나면서 부동산 수요자들 사이에서는 다시 서울 집값이 들썩이는 게 아니냐는 의구심도 나오는 상황이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12월 둘째주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은 0.04% 오르면서 지난주(0.03%)보다 상승폭을 확대했다.

서울 아파트값 상승세는 송파·서초 등 강남권이 주도했다. 송파구가 지난주 0.04%에서 이번주 0.08%로, 서초·강동구가 0.03%에서 0.06%로 상승폭이 두배로 커졌다. 강남권이 전국 집값 방향을 알아볼 시금석 역할을 한다는 점에서 부동산 재상승이 본격화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는 상황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지방과 서울은 투자금 규모나 투자자 성격 등 여러 면에서 다른 점이 많은 만큼 이번 규제로 서울 집값이 다시 튀어오를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보는 경우가 많았다. 그렇다고 서울 집값이 오르지 않는다는 것은 아니다. 공급 부족과 전세난 등으로 서울의 주택 가격 상승은 불가피하다는 전망이 우세하다.

고준석 동국대 법무대학원 겸임교수는 "지방은 서울과 투자 금액 규모에서 큰 차이가 있는데다 투자 목적으로 서울에 집을 사기엔 규제가 너무 심한 상태"라면서 "지방에서 막힌 투자수요가 서울로 유턴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그는 이어 "하지만 여전히 부족한 주택 공급 문제를 해결하지 않으면 서울 주택 가격 상승세는 멈추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박합수 KB국민은행 수석부동산전문위원도 "파주가 규제지역으로 지정돼 일산 정도로 풍선효과가 나타날 수는 있지만, 지방 투자자들이 생활권 또는 시도를 달리해 서울로 넘어오기란 이제 쉽지 않을 것"이라면서 "최근의 강남 매수세 역시 소수 실수요자의 ‘똘똘한 한 채' 선호로 인한 매수로 봐야 한다"고 했다.

이어 그는 "서울은 내재적인 전세난에 따른 매수전환 수요가 급증하면서 중저가 위주로 가격이 치고나가는 형국이라고 보는게 더 맞는다"면서 "수급불균형이나 금리 등 중요변수가 바뀌지 않아 여전히 시장에 불안 요인은 그대로 안고 있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