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백신' 공개석상서 62번 언급
'백신 확보'는 4번 뿐…2번은 영국서 접종 시작된 후
선구매한 국가 정상에 "전세계 공평한 보급 협력"
"山이 백신" "거리두기가 백신" "여러분이 백신"
신규 확진자 1000명 넘는데 "민주주의가 K-방역 바탕"
"우리는 전 세계 지도자들이 모두를 위한 더 큰 자유의 정신에 입각하여 코로나19 백신의 공정한 보급에 기여해 나갈 것을 촉구한다."
지난 7월15일(현지 시각) 미국 워싱턴포스트(WP)에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 스테판 뢰벤 스웨덴 총리, 페드로 산체스 스페인 총리, 저신다 아던 뉴질랜드 총리, 시릴 라마포사 남아공 대통령, 사흘레 워크 제우데 에티오피아 대통령, 엘레에스 파크파크 튀지니 총리, 그리고 문재인 대통령 등 8개국 정상 명의로 실린 공동 기고문 마지막 문장이다. 모든 사람들이 투명하고 공평하게 백신에 대한 접근성을 보장받아야 한다는 내용의 글이다.
그로부터 5개월이 지난 지금, 기고문에 이름을 올린 국가들의 백신 확보 성적은 크게 차이 난다. 캐나다는 인구의 11배 분량의 코로나 백신을 확보했다. 캐나다 정부는 자국민에게 접종하고 남는 백신 물량은 백신이 부족한 개발도상국에 기부할 수도 있다는 입장인 것으로 전해졌다. 유럽연합(EU)·뉴질랜드도 화이자가 내년까지 생산 가능한 13억회분 백신 중 11억회분을 확보한 국가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그러나 한국은 20일 현재 아직 화이자 백신 계약을 완료하지 못했고, 언제 들여올 수 있을지 불투명하다. 일각에서는 정부가 선구매 계약을 맺은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의 안전성에 의문을 제기하기도 한다. 국민의힘이 "문재인 대통령님! 우리 백신은 어디에 있습니까?"라고 묻는 이유다.
그렇다면 문 대통령은 백신 확보에 얼마나 심혈을 기울이고 있었을까. 발언에서 그 단서를 찾을 수 있다. 문 대통령은 지난 1월20일 국내 첫 코로나 확진자가 나온 후 20일까지 11개월간 공개 석상에서 코로나 백신을 총 62번 언급했다. 그 중 '백신을 확보하라'는 발언은 4회에 그친다. 그마저도 최근 두 번은 영국에서 코로나 백신 접종이 시작된 다음 나왔다.
문 대통령은 10월15일에는 "3000만명 분량의 백신을 우선 확보하기 위한 계획이 착실하게 진행되고 있다"면서 느긋한 태도를 보였다. 블룸버그가 지난 8월 초 집계했을 때 이미 미국·영국·일본 등이 계약 체결을 완료한 백신이 13억회분이었는데, 그로부터 두 달 뒤 나온 발언이다.
◇선진국 계약 끝난 뒤 "확보 계획 착실하게 진행 중"
백신 확보와 관련한 문 대통령의 첫 발언은 지난 8월15일 광복절 경축사에서 나왔다. "정부는 백신 확보와 치료제 조기 개발을 비롯해 바이러스로부터 국민의 안전을 지킬 수 있을 때까지 끝까지 전력을 다하겠다"는 내용이었다.
그 다음 발언은 10월15일 SK바이오사이언스에서 열린 '코로나19 백신 개발 기업 현장방문'에서 나왔다. 당시 문 대통령은 "해외 백신 확보에도 총력전을 펼쳐 '코백스(COVAX·백신 공동구매 위한 국제 프로젝트)를 통한 국제 공동 구매와 함께 글로벌 백신 선두 기업들과 협의를 진행해왔다"며 "국민의 60%에 달하는 총 3000만명 분량의 백신을 우선 확보하기 위한 계획도 착실하게 진행되고 있다"고 했다. 또 SK바이오사이언스가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위탁생산하기로 한 점을 언급하며 "생산 물량의 일부를 우리 국민에게 우선 공급할 수 있게 된다면 백신의 안정적 확보에도 큰 힘이 될 것"이라고 했다.
그 다음 발언은 12월이다. 영국에서 90세 할머니가 코로나 백신 1호 접종자가 된 지난 8일, 문 대통령은 홍남기 경제부총리에게 코로나 백신 확보에 재정당국의 적극적 지원을 당부했다. 하루 뒤인 지난 9일에는 "백신 물량을 추가 확보해 여유분을 가질 수 있도록 계속 노력해달라"고 했다. 정부가 화이자 백신을 아직 확보하지 못했다는 사실이 알려지고 나서야 "추가 확보하라"는 지시를 내린 것이다.
◇"우리 백신으로 인류 구하자" "개도국 공평한 접근"
문 대통령은 백신과 관련한 다른 발언에선 '백신 개발'에 대해 말했다. 코로나 사태 초기인 2월 2일에는 방역 전문가 간담회에서 백신 개발에 대해 논의했고, 4월9일 '코로나19 치료제·백신 개발 산·학·연·병 합동 회의'에서는 "우리가 남보다 먼저 노력하여 진단기술로 세계의 모범이 되었듯, 우리의 치료제와 백신으로 인류의 생명을 구할 수 있게 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진단키트처럼, 백신도 자체 개발에 힘을 실었음을 엿볼 수 있다.
올해 중순 무렵부터는 '공평한 보급'을 강조했다. 11월6일 제주포럼에서는 "개발도상국에 코로나 백신을 지원하기 위해 '선구매 공약 메커니즘'이 출범했다. 한국은 여기에 1000만달러를 공여했다"면서 "백신이 인류를 위한 공공재로 공평하게 사용될 수 있도록 함께 지혜를 모아달라"고 말했다.
같은 달 14일 '아세안+3 정상회의'에서는 "보건 협력을 한 단계 더 발전시켜 백신·치료제 개발과 공평한 보급을 위해 함께 노력하자"고 말했다. 그러나 한국과 달리 아세안(ASEAN·동남아시아국가연합) 회원국인 말레이시아는 지난달 말 화이자 백신 640만명분 구매 계약을 체결했다. 싱가포르는 연내 화이자 백신 접종을 시작한다. 리셴룽(李顯龍) 싱가포르 총리는 지난 14일 화이자 백신 승인을 알리는 대국민 담화에서 코로나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초기부터 백신을 사기 위해 "10억달러(약1조1000억원) 이상을 준비하고, 여러 번 (제약사에) 베팅했다"고 밝혔다.
백신을 이용한 '메시지'도 나왔다. 문 대통령은 이달 4일 기부·나눔 단체 초청 행사에서 "여러분들은 행복을 전파하고 절망을 누르는 백신 같은 역할을 해 주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 13일에는 "백신과 치료제가 사용되기 전까지 사회적 거리두기 실천이 가장 강한 백신과 치료제"라고 했다. 10월31일 북악산 성곽 북측면 개방 산행에서는 엄홍길 대장이 "코로나 백신이 따로 없다, 산이 백신, 자연이 백신"이라고 하자, 문 대통령은 "산이 백신이라고 했는데 실제로 탐방로를 찾는 숫자가 늘었다"고 말했다.
◇확진자 늘어나는 가운데 'K-방역' 언급도 잦아져
조기에 접종 가능한 백신을 확보하지 못한 채 11월부터 코로나 확진자가 늘어나는 상황에서, 'K-방역'은 발언 빈도가 잦아졌다. 문 대통령이 4월14일 국무회의에서 'K-방역'을 처음 말한 이후 이 단어를 지금까지 총 26번 말했는데, 그 중 10번이 11~12월에 나왔다.
가장 최근은 지난 17일 '2021년 경제정책방향 보고'다. 이때 문 대통령은 "우리가 이룬 민주주의와 인권의 성장이 개방성, 투명성, 민주성의 원칙에 기반한 'K-방역'의 바탕이 됐다" "'K-방역'의 역량을 총동원해 코로나 재확산의 고리를 완전히 끊어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