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불황 직격탄 맞은 호텔업계, 자구책으로 PB 상품 개발
'집콕' 장기화로 홈퍼니싱 수요 급증… '호텔 같은 집'이 트렌드
호텔 침구로 침실을, 셰프의 요리로 주방을, 시그니처 향으로 서재를 채우다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집 꾸미기에 투자하는 '홈코노미(Home-conomy)' 트렌드가 확산하면서 집을 호텔처럼 꾸미는 소비자들이 늘고 있다. 코로나로 고객이 감소한 호텔 업계는 홈코노미족을 타깃으로 신사업을 강화해 불황 돌파에 나서고 있다.

호텔업계 관계자는 "코로나 이후 불황 극복을 위한 자구책을 마련하는 차원에서 다양한 사업을 시도하고 있다"면서 "호텔의 서비스를 집에서 그대로 경험할 수 있게 하고, 이를 통해 고객들이 호텔 브랜드에 대한 로열티를 갖게 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고 말했다.

코로나 이후 홈퍼니싱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침대와 침구를 호텔 스타일로 꾸미는 소비자들이 많아졌다.

◇ '호텔 같은 침실' 수요에 특급호텔 침구 판매 '부쩍'

19일 롯데호텔에 따르면 자체 침구 브랜드 해온의 올해 1월 1일부터 12월 17일까지 매출은 지난해 동기 대비 70% 이상 늘었다. 롯데호텔은 2013년부터 숙박객 중 침구류 구입을 희망하는 고객들에 한해 제품을 판매해 오다 지난 5월 소공동 롯데호텔 서울 1층 로비에 플래그십 매장을 열고 침구류 판매 사업을 본격화했다. 구스다운 이불 한장이 115만(싱글사이즈)~155만원(킹사이즈)으로 비싼 편이지만 판매가 꾸준하다. 한파로 구스다운 이불을 찾는 소비자가 많아지면서 퀸사이즈 제품들은 현재 매진됐을 정도다.

롯데호텔 관계자는 "코로나19로 집에서 생활하는 시간이 늘어나면서 홈퍼니싱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며 "특히 질 높은 수면을 위한 좋은 침구류의 수요가 늘었다"고 말했다.

신세계조선호텔도 침구 브랜드 '헤븐리 베드'를 운영 중이다. 2016년 신세계백화점 강남점 9층 침구 코너에 문을 연 뒤 4년째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올해 코로나19로 홈퍼니싱 수요가 늘면서 매출이 10% 가량 신장했다.

소노호텔앤드리조트는 베딩 전문 라이프스타일 브랜드 '소노시즌(SONO SEASON)'을 이달 초 선보였다. '일상이 휴일이 되는 편안함'이라는 슬로건으로 메모리폼 매트리스와 매트리스 프레임, 베개 등을 판매한다. 소노호텔 측은 전국 리조트에 팝업 스토어를 열고, 서울 청담동 플래그십 스토어와 홈쇼핑 등을 통해 판매할 예정이다.

더플라자호텔을 운영하는 한화호텔앤드리조트는 내년 상반기 중 '피 컬렉션(P-Collection)' 이라는 PB(자체 브랜드)로 침구류 상품을 론칭할 계획이다. 거위털 100%와 순면 등 최고급 소재를 사용해 특급호텔 베딩 서비스를 집에서도 경험하도록 하는 게 목표다.

롯데호텔 서울이 심야 고객을 타겟으로 한 '더 나잇 플렉스'를 선보인다.

◇집으로 온 호텔 레스토랑…밀키트·투고 서비스 인기

특급호텔 레스토랑의 음식을 집에서 즐기는 방법도 다양해지고 있다. 연말 홈파티를 앞두고 호텔들이 선보였던 '투고'(To Go·포장) 서비스와 함께 호텔의 이름을 내건 밀키트 상품을 찾는 소비자들이 많아졌기 때문이다.

롯데호텔은 오는 31일까지 '홀리데이 갈라 앳 홈' 상품을 선보인다. 에피타이저, 수프, 해산물, 스테이크, 디저트 및 안주류 등 6개 코스의 정찬을 집에서 즐길 수 있다. 이 호텔은 지난 3월 호텔업계 최초로 '드라이브 스루' 서비스를 선보인 데 이어, 최근엔 밤 9시부터 새벽 5시까지 이용할 수 있는 심야 레스토랑 포장·배달 서비스 '더 나잇 플렉스'를 출시했다. 롯데호텔 관계자는 "코로나19로 드라이브 스루 수요가 늘면서, 11월 매출이 전달 대비 20% 늘었다"고 했다.

서울 소공동 웨스틴조선호텔은 레스토랑 스시조와 홍연의 요리를 포장과 배달해주는 서비스를 하고 있다. 이들 매장의 올해 포장 매출은 작년 대비 2배가량 늘었다. 한화호텔도 플라자호텔과 63빌딩 레스토랑에서 판매하는 대표 메뉴를 가정에서 맛보는 서비스를 시행 중인데, 이용 고객이 매달 10% 이상씩 증가하고 있다. 포장 전용 메뉴의 경우 판매량이 5배 이상 늘어난 제품이 있을 정도다.

호텔의 요리를 밀키트(음식 꾸러미)로 개발하는 작업도 한창이다. 신세계조선호텔은 중식당 호경전의 메뉴를 밀키트로 옮긴 조선호텔 유니짜장과 삼선짬뽕을 지난 8월 출시했다. 두 상품은 입소문을 타며 출시 후 100일동안 10만개가 팔렸다. 신세계조선호텔은 유니짜장과 삼선짬뽕의 판매처를 확대하고, 내년 중으로 추가 밀키트 상품을 출시할 계획이다.

한화호텔은 간편식 전문기업 프레시지와 함께 63 레스토랑의 메뉴를 가정에서 즐길 수 있는 '63 다이닝 키트'를 지난달 출시해 판매했다. 양갈비 스테이크, 얼큰 소고기 전골, 설악황태진국 등 3종을 출시했는데, 1차 생산분이 모두 완판됐다. 한화호텔 측은 밀키트를 추가로 개발해 상품화할 예정이다.

워커힐 호텔앤리조트는 지난 1일 프리미엄 고메스토어 르 파사쥬를 오픈했다. 워커힐의 PB 상품과 가정간편식(HMR) 등을 판매하는 매장이다. 명월관 갈비탕, 온달 육개장과 간장 게장을 담은 HMR과 함께 워커힐 대표 레스토랑인 피자힐의 대표 피자 3종을 포장해 갈 수 있는 투고 서비스도 제공한다. HMR은 배송으로 받을 수도 있다.

더 플라자호텔에서 판매하는 'P collection' 디퓨저.

◇홈퍼니싱 마무리는 아늑했던 그 호텔의 향(香)으로

호텔 특유의 향기를 집으로 옮길 수 있는 디퓨저 상품들도 판매가 꾸준히 늘고 있다. 더플라자 호텔은 2016년 업계 최초로 호텔에서 사용하는 디퓨저를 상품으로 개발해 판매했다. 유칼립투스 향을 기본으로 만든 디퓨저는 비싼 가격(100ml 6만원, 200ml 8만원)에도 좋은 반응을 얻으며, 3년 사이 매출이 20배가 늘었다.

시그니엘 서울도 시그니처 향을 담은 디퓨저를 판매 중이다. 200ml 용량의 가격이 8만8000원으로, 은은한 나무향과 청량한 과일향, 꽃 냄새가 어우러진 것이 특징이다. JW메리어트 호텔 서울도 3가지 향의 디퓨저 상품을 내놨다. 호텔업계 관계자는 "코로나 블루를 극복하는 방법 중 하나가 '향기 테라피'"라며 "집을 호텔처럼 깔끔하게 꾸미고, 거기에 자신이 좋아하는 특급 호텔의 시그니처 향을 얹어 기분을 전환하는 소비자들이 많아진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