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 오후 서울 여의도역 지하철 개찰구 앞. 두툼한 붉은색 패딩에 후드를 머리 끝까지 올려쓴 자원봉사자들이 구세군 자선냄비 앞에서 성금 모금을 하고 있었다. 이들은 "평소 같았으면 지하철을 이용해 오고가는 인파로 북적북적 했겠지만 코로나 여파 때문인지 사람들의 발길이 뚝 끊겼다"고 하소연했다.

서울 여의도역 개찰구 앞에서 구세군 자선냄비 봉사자들이 모금 활동을 하고 있다.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으로 인해 경기가 얼어붙고 경제적 어려움에 빠진 사람들이 늘면서 연말 기부와 봉사 활동도 위축되고 있다.

구세군자선냄비본부는 14일까지 집계된 자선냄비 모금액이 총 7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30% 감소했다고 18일 밝혔다. 지난해 12월 한달간 모금한 30억원과 비교해서는 약 23% 수준에 그쳤다.

코로나 여파로 구세군 자선냄비 모금소 수도 지난해 320개에서 올해는 250개로 22%나 감소했다. 자원봉사자 수가 급감했기 때문이다. 올해 자원봉사자 수는 전년 대비 55%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구세군 자선냄비본부 관계자는 "코로나 대확산으로 거리두기가 강화되고 밤 9시 이후 식당 내부 취식이 금지된 영향 등으로 인해 유동인구가 크게 줄었다"며 "모금 기간이 열흘 남짓 남았는데 사람들이 잘 모이지 않아 모금액이 작년보다 크게 감소할 것 같다"고 했다. 그는 또 "기부 감소로 내년 사업계획을 대폭 축소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사랑의열매 사회복지공동모금회도 올해 기부금 모금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사랑의열매 측에 따르면 이달 1일부터 시작한 나눔기부 모금액은 전국 누계 1219억원으로 올해 목표 모금액(3500억원)의 34% 수준에 그쳤다. 서울지역 모금회의 경우 현재까지 65억원이 모여 올해 목표 금액(393억원)의 17% 밖에 채우지 못했다.

사랑의열매 관계자는 "코로나 여파를 고려해 올해 모금 목표액을 지난해 대비 18% 낮췄지만, 기부 감소로 목표액을 채우기 어려울 것 같다"며 "‘착한가게’라는 기부 프로그램을 통해 자영업자들이 매출의 일정 부분을 기부했는데, 장사에 어려움을 겪는 사람들이 늘면서 기부금 모금도 타격을 받게 됐다"고 했다.

지난해 겨울 자원봉사자들이 쪽방촌에 연탄 배달을 하고 있는 모습.

취약계층을 돌보던 봉사자들의 온정도 급격히 얼어붙었다. 매년 쪽방촌에 연탄을 기부해온 자선단체 연탄은행은 올해 기부금과 봉사자 수가 크게 줄었다고 밝혔다.

허기복 연탄은행 대표는 "작년보다 절반 정도 기부가 줄었다"며 "연탄배달 봉사자수도 지난해의 경우 많으면 하루에 500명씩 왔는데, 요즘은 하루 30명 정도에 불과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연탄은행에 따르면 올해 9월부터 11월까지 봉사자 수는 약 4200명으로 작년 같은 기간(2370명)과 비교하면 44% 줄었다.

전국 27개 천사무료급식소를 운영하는 한국나눔연맹도 최근 코로나 여파로 기부금이 전년보다 40% 감소했다고 전했다. 한국나눔연맹 관계자는 "주로 급식소에 봉사하러 오는 사람들을 통한 기부가 많았다"며 "올해는 코로나 여파로 급식소 운영이 중단되고 봉사자들의 발길이 뚝 끊기면서 기부액도 급감했다"고 말했다.

구정우 성균관대 사회학과 교수는 "개인주의 문화 확산으로 계속 기부나 봉사가 감소해 왔는데, 코로나 사태까지 겹치며 올해는 더 상황이 안 좋아졌다"며 "정부도 방역에 어려움을 겪고 있어 예년보다 취약계층을 돌보는데 신경을 쓰기 어려운 상황"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