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창흠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가 서울주택도시공사(SH) 사장 재직 시절 2016년 '구의역 스크린도어 사망사고'를 두고 "피해자가 신경을 썼으면 사고가 나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하고, 공공임대주택의 한 유형인 셰어하우스의 거주자에 대해 "못사는 사람들은 밥을 집에서 해 먹지 미쳤다고 사 먹느냐"고 언급한 사실이 18일 드러났다.
변 후보자는 또 SH에 기여한 계약직 사원들의 무기계약직 전환을 취소하고 제자를 채용한 의혹도 받고 있다. 문재인 정부는 출범 때부터 비정규직 노동자 보호와 임대주택 확대 등의 기조를 내세워왔다. 이에 변 후보자의 과거 언행이 현 정부의 장관 후보자로서 부적절하다는 지적이 나오면서, 23일로 예정된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논란이 예상된다.
18일 김은혜 국민의힘 의원이 입수한 SH 회의록에 따르면, 변 후보자가 2016년 6월 30일 건설안전사업본부 부장 회의에서 구의역 사고와 관련 "사실 아무것도 아닌데 걔(피해자 김모 씨)만 조금만 신경 썼었으면 아무 일도 없는 것처럼 될 수 있었는데 이만큼 된 것"이라며 "우리도 현장이 많기 때문에 연습, 체크도 해서 조금의 실수도 없게 해달라"고 말했다.
변 후보자는 그러면서 "이게 시정 전체를 다 흔드는 것"이라며 "시장이 사람을 죽인 수준으로 공격 받고 있는 중"이라고도 했다. 당시 서울시장에게 몰리던 사고 책임 비판을 감싸는 듯한 발언이다.
구의역 사고는 지난 2016년 서울메트로 구의역 스크린도어 고장을 수리하던 협력업체 직원이 스크린도어와 열차 사이에서 사망한 사고다. 당시 서울시와 서울메트로 등은 협력업체의 무리한 계약으로 구조적으로 사고가 발생할 수 밖에 없었다는 비판을 받았다. 김 의원은 이와 관련 "총체적인 시스템 부실이 초래한 인재 참사를 두고 업체 직원이 실수로 사망한 것으로 치부하는 등 희생자를 모욕하는 발언"이라고 비판했다.
◇"못사는 사람들은 밥을 집에서 해 먹지 미쳤다고 사 먹느냐"
변 후보자는 같은 회의에서 공공임대주택의 한 유형인 셰어하우스의 거주자를 '못 사는 사람'이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SH가 추진한 셰어하우스는 서울시 무주택 거주자를 대상으로 한 공공임대주택으로, SH는 이를 주변 시세보다 저렴한 보증금과 월세로 거주가 가능하다고 홍보했다.
변 후보자는 셰어하우스의 공유식당 개념에 대해 토론하면서 "밥을 가져다 놔도 생판 모르는 사람이고, '저 사람이랑 밥 먹기 싫어' 할 수도 있다. 못사는 사람들은 밥을 집에서 해 먹지 미쳤다고 사 먹느냐"라며 "공급 조건이나 평형에 대한 종합적인 감 없이 그냥 건물만 공유로 만들어 놓으면 (되느냐), 프라이버시가 필요한 사람들이 많은데 그런 부분에 대한 판단 없이 진행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맥락상 셰어하우스 입주자들의 입장에서는 식당을 공유하는 것이 불편할 수 있다는 취지의 발언이지만, 입주자들을 '못 사는 사람'이라고 표현하고 외식 여부를 경제력 기준으로 판단한 점은 논란이 예상된다. 임대주택 중심의 주택공급 기조를 갖고 있는 문재인 정부의 국토부 장관 후보자가 임대주택 거주자를 못 사는 사람들이라고 단정한 것도 부적절해 보인다.
변 후보자는 또 다른 임대주택인 행복주택의 원가절감을 위해 주차장을 줄이는 방안을 논의하는 과정에서는 "(주택이) 아예 역에 바로 붙어있거나 입주자를 선정할 때 아예 차 없는 대상자를 선정하거나 해야 한다"며 "그렇지 않으면 입주민들이 들어온 후 으쌰으쌰 해서 우리한테 추가로 (주차장을) 그려 달라 하면 참 난감해진다"고 말했다. 주민들의 편의시설에 대한 요구를 희화화했다는 비판이 나왔다.
◇비정규직의 무기계약직 전환 약속은 어기고 제자 채용
이밖에 변 후보자는 SH사장 시절 업무성과가 뛰어난 일부 비정규직 사원의 무기계약직 약속을 지키지 않고 자신의 제자를 채용했다는 의혹도 받고 있다.
변 후보자가 사장으로 취임하기 전 SH는 부채가 많아 마케팅 조직을 강화해 택지를 매각하고 이를 통해 부채를 줄일 계획을 세웠다. 이에 따라 마케팅 전문가를 채용하기로 하고 실적이 우수한 경우 무기계약직으로 전환시키기로 했다. SH는 2013년 3월 이같은 내용을 담은 채용공고를 내고 A, B씨 등 7명의 마케팅 전문가를 비정규직으로 채용했다.
이들의 활동으로 SH의 부채는 2013년 1월 12조9835억원에서 2014년 4월 10조3000억원으로 줄었다. SH는 이들의 우수한 토지매각 실적에 대해 포상금을 지급하기도 했고 A, B씨는 판매왕에 여러차례 선정되는 등 사내에서도 우수직원임을 인증 받았다. 변 후보자도 2015년 3월 6일 서울시의회 도시계획관리위원회 회의에서 "특히 마케팅 쪽에서는 엄청난 역할을 많이 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SH는 변 후보자가 취임한 뒤 이들에 대한 무기계약직 전환 방침을 뒤집었다. 변 후보자는 서울시의회의 같은 회의에서 "지금 현재는 여력이 거의 없다"고 말했다. 이어 마케팅 전문가인 해당 직원들에게 비서나 홍보지원 등의 사무지원직을 제안했다. 사무지원직의 최고 직급은 9급(갑)으로 해당 직원들이 마케팅 전문가로 받던 처우나 직군의 성격으로 볼 때는 받아들일 수 없는 통보였다.
결국 해당 직원 7명중 2명은 소송에 돌입했고, 2017년 2월 대법원은 이들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SH가 비정규직에게 지속적으로 무기계약직으로 전환하겠다는 신뢰를 부여했다고 판단했다.
마케팅 분야 비정규직 직원들의 무기계약직 전환 약속 파기 굳어지던 2015년 6월, SH는 새로운 전문가 채용 공고를 냈다. 신규사업 검토 및 기획, 전략적 홍보 및 브랜드 가치 향상을 위한 홍보업무 등의 직무를 수행하는 공공디벨로퍼, 홍보전략 분야 사무전문가 등을 모집한다는 공고였다. 해당 채용절차를 거쳐 채용된 전문가 중에는 변 후보자의 제자 C씨도 있었다. C씨는 변 후보자와 상당수 보고서를 공저하고 김수현 전 청와대 정책실장과 변 후보자 등이 주도한 한국공간환경학회에도 기고한 바 있다.
김은혜 의원은 "해당 비정규직 청년들은 뛰어난 성과에도 불구하고 채용공고 때와 다른 고용 불안으로 내내 고통을 겪었다고 한다"며 "약자인 비정규직 청년들에 대해 변 후보자가 공정과 정의를 져버린 사례를 유의 깊게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