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등급이나 담보가 부족해도 이른바 ‘될성부른 떡잎’인 기업을 골라내 자금을 빌려주는 ‘기술금융’의 평가 방식이 내년 하반기부터 표준화될 전망이다. 평가기관이 이해상충 관계에 있는 기업을 심사하지 못하도록 명시하는 등 규범과 윤리원칙도 생겨났다.

금융위원회는 18일 기술금융 대상 업종 업무 절차 등 세부기준을 담은 ‘기술금융 가이드라인’을 마련했다고 밝혔다. 해당 가이드라인은 내년 1월부터 적용된다.

기술력과 성장 가능성을 평가해 돈을 빌려주는 제도인 기술금융의 규모는 2014년 도입 이후 7년간 크게 성장했다. 올해 10월 말 기준 기술금융 대출 잔액은 264조6000억원으로, 전체 중소기업 대출의 30% 수준을 차지했다. 평가기관도 9월 말 현재 한국기업데이터·나이스평가정보·이크레더블·나이스디앤비·SCI평가정보 등 기술신용평가사(TCB사·Tech Credit Bureau)와 자체 평가가 가능한 시중은행 등 총 15곳에 이른다.

금융위는 기술금융의 양적인 성장에서 나아가, 제도의 근거·기준을 명확히 하는 등 질적 수준을 높일 필요가 있다고 봤다. 2018년 하반기부터 신용정보원·은행·TCB사와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가이드라인을 완성했다.

우선 기술평가의 객관성을 높일 예정이다. 기술평가 수행을 위한 전담조직과 평가 전문인력 요건 기준을 명시하고, 평가 기관 15곳이 제각기 개발·운영 중인 TCB평가모형을 표준화할 예정이다. 현재 신정원 주도로 개발 중인 ‘표준 TCB평가모형’은 내년 하반기 중 적용할 계획이다. 이런 TCB평가모형에 대한 독립적인 검증 조직을 마련하고, 모형의 추가 개발이나 변경이 무분별하게 이뤄지지 않도록 관련 절차도 규정하기로 했다.

기술평가 대상 기업·업종도 늘어난다. 제조업, 지식서비스 산업, 문화 콘텐츠 산업 중 기술 연관성이 높은 업종뿐 아니라 기술 기반 환경·건설업, 신·재생에너지산업, 벤처기업, 기술혁신형 중소기업, 지식재산권 보유기업, 신기술 창업전문회사, 현재 연구개발비를 지출 중인 기업까지 폭넓게 포함할 방침이다. 이외에도 은행 내부 절차를 거쳐 기술력을 보유한 기업으로 판단되는 경우에도 기술금융 취급이 가능하도록 설계한다.

기관 간 업무 분담과 절차도 더욱 명확해진다. 기업이 기술금융을 상담하면 ▲평가의뢰(은행) ▲접수·현장실사·평가·검수·발급(TCB사) ▲심사·대출(은행) ▲정보 집중(신정원) 등의 순서로 이뤄지는 식이다. 은행은 기업 특성에 따라 표준·약식·간이·심층평가 등 종류를 나눠 TCB사에 평가를 의뢰할 수 있다. 현장실사는 반드시 실시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평가 결과의 공정성 제고를 위해 검수 작업을 거치도록 했다.

기술평가의 독립성을 보장하기 위해 업무규범과 윤리원칙도 정립했다. 은행은 특정 평가 결과 보장 요구, 결과 임의조정, 평가 완료 전 결과 사전 요청, 결과 통보 후 평가 취소 등의 행위를 해선 안 된다. TCB사의 경우 특정 평가결과 보장, 예상평가결과 사전 제공, 은행 요구에 맞춘 특정 평가결과 제공 행위 등이 부적절한 행위로 명시됐다. TCB평가기관과 이해상충 관계에 있는 회사에 대해서는 기술평가를 금지하는 조항도 마련됐다.

은행과 TCB사의 TCB평가에 대한 품질 관리도 강화된다. 그동안 은행과 TCB사는 내부 검수 등을 통해서만 일부 품질 관리를 해왔으나, ‘기술평가품질관리위원회’라는 외부 품질관리 기관을 별도로 설치해 반기별로 각 기관의 기술평가 품질을 심사하도록 한다. 심사 결과에 따라 인센티브도 부여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