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물가, 2년째 물가안정목표 2.0% 하회
관리물가, 소비자물가 0.35%p 낮추는 효과
올해 들어 11월까지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0%대 중반에 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에 이어 물가안정목표 2.0%를 밑도는 저물가 기조가 지속되는 것이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발생으로 인한 수요충격, 국제유가 하락과 더불어 관리물가 하락이 큰 영향을 미쳤다.
교육과 의료, 통신관련 정부 정책으로 인해 관리물가 상승률은 급격하게 낮아지기 시작했다. 관리물가는 2018년부터 소비자물가를 낮추는 역할을 해왔다. 올해 관리물가의 소비자물가 기여도는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0.35%p 끌어내리는 효과를 낸 것으로 조사됐다.
◇1~11월 소비자물가 0.5% 상승… 2년 연속 안정목표 하회
한국은행은 17일 발표한 물가안정목표 운영상황 점검 보고서에서 올해 1~11월중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전년동기대비 0.5%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지난해(0.4%)에 이어 0%대 저물가를 나타내면서 2년 연속 물가안정목표(2.0%)를 상당폭 하회할 가능성이 커진 것이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올해 1분기중 1.2%를 기록했지만 2분기 코로나19의 여파로 -0.1%로 크게 낮아졌다. 그러다 하반기에는 0%대 중반으로 올라왔다. 태풍, 폭우 등 기상여건 악화되면서 9월중 1% 수준까지 높아졌다가 10월 통신비 지원으로 0.1%로 크게 낮아졌고, 11월중 다시 0.6%로 상승했다.
같은 기간 농산물·석유류를 제외한 근원물가 상승률도 0.7%에 그치면서 지난해(0.9%) 수준을 밑돌았다.
올해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0%대를 기록한 데는 복합적인 요인이 작용했다. 국제유가 하락에 이어 하반기 들어서는 원·달러 환율이 빠르게 내려가면서 수입물가 상승률이 크게 떨어졌다. 국내에서는 코로나19 여파로 민간소비가 부진해지면서 수요 측면의 물가 상승압력이 크게 위축됐다. 또 경기부진, 기업실적 악화 등으로 임금상승률이 둔화된 점도 반영됐다. 이외에 정부의 복지·의료 정책, 승용차 개별소비세 인하 등도 물가 하방요인으로 작용했다.
한은은 앞으로 소비자물가 상승률의 오름세가 점차 확대될 것으로 전망했다. 국내 경기 개선과 유가 상승을 토대로 내년과 내후년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치를 각각 1.0%, 1.5%로 제시했다. 정부 정책 측면의 물가하방 압력도 다소 축소되고, 최근 전월세 상승세도 물가를 끌어올릴 것으로 봤다. 근원물가 상승률은 각각 1.0%, 1.3%로 전망했다.
한은은 또 물가 상방리스크로는 국내외 경기 회복세 강화, 국제원자재가격 오름세 확대, 하방리스크로는 코로나19 재확산에 따른 경기회복 지연, 환율 하락세 확대 등을 지목했다.
◇쏟아진 정부정책… 관리물가, 올해 소비자물가 0.35%p 내려
한은은 정부의 정책효과를 반영한 관리물가가 최근 소비자물가를 낮추는 주 요인으로 보고 있다. 올해 하반기 우리나라의 관리물가 상승률은 -2.7%로 대폭 낮아졌다. 또 2017년과 비교한 관리물가 상승률은 올해 10월 기준 주요 17개국 중 가장 낮은 수준이다.
정부는 코로나19 경제충격에 대한 대응을 위해 가계 생계비 경감을 위해 교육·의료·통신 등 복지 정책을 강화해왔다. 이에 고교납입금이나 학교급식비, 병원검사료, 휴대전화료 등이 크게 하락한 것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소비자물가에서 관리물가가 차지하는 가중치가 21.7%로 일본(18.6%), EU 평균(12.6%) 등 여타 국가보다 상당히 높은 수준이다. 관리물가 하락폭이 커질 수록 소비자물가의 하락 압력이 커진다는 의미다.
이는 소비자물가에 대한 관리물가의 기여도를 보면 확연히 드러난다. 2018년(-0.12%p)부터 마이너스(-)를 보여온 기여도는 2019년(-0.14%p), 올해 1~11월(-0.35%p)로 급격하게 폭을 키웠다. 2017년 말과 비교한 관리물가의 소비자물가 기여도는 -1.3%p로, 이 역시 주요 17개국 중 가장 낮다.
한은은 관리물가가 계절성, 변동성이 심한 농산물·석유류를 제외한 근원물가를 끌어내려 소비자물가 전반에 영향을 미친다고 진단했다. 근원물가에서 관리물가를 제외한 상승률은 올해 1% 내외 수준으로 껑충 뛰어오르기 때문이다.
한은은 "근원물가를 이용한 기조적 물가흐름 판단시 관리물가가 상당한
교란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어 관리제외 근원물가를 함께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