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동남아시아 항로를 운항하는 국적선사를 모아 'K-얼라이언스(해운동맹)'를 구축하기로 하고 컨테이너 선사들의 참여를 독려하는 데 대해 해운업계에서는 "해운 경영환경을 잘 모르기 때문에 나오는 정책"이라는 반응이 나온다.

17일 해운업계에 따르면 해양수산부는 지난 11일까지 국내 선사로부터 K-얼라이언스 동참과 관련해 1차 가입 신청을 받았다. 이에 HMM(옛 현대상선)과 SM상선, 장금상선, 흥아라인, 팬오션(028670)등이 참여 의사를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부산항 감만부두에서 컨테이너선이 화물을 선적하고 있다.

K-얼라이언스는 정부가 동남아 시장에서 효율적으로 선대를 운영하겠다면서 만들었다. 동남아 항로를 운항 중인 국적 선사들이 서로 협력해 선대 및 항로 최적화를 통한 과당경쟁 해소, 저비용·고효율 선대 확충을 통한 원가 경쟁력 제고 등을 꾀한다는 목표다. 정부는 협력 모델 운영을 위한 소요자금 및 필수 영업자산 확보 등을 지원할 예정이다.

문성혁 해양수산부 장관은 지난 8월 K-얼라이언스 구축을 제안하면서 "최근 국적 선사 간 출혈 경쟁이 심해진 아시아 역내시장(Intro Asia)에서 업계가 자발적으로 구조조정을 해야 한다"며 "정부가 강제할 순 없지만, 업계가 자율적으로 항로 구조조정 방안을 만들면 인센티브를 주는 등 지원책을 펼 것"이라고 설명한 바 있다.

그러나 해운업계에서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기존에 선사들이 일구어놓은 네트워크를 깨고 새로 K-얼라이언스에 가입하면 시장 질서가 훼손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과거 정부가 비슷한 취지로 발족했던 KSP(한국해운연합)도 실질적으로 성과를 거두지 못했던 전례가 있다.

한 해운업계 관계자는 "동남아 항로는 이미 각자 공동운항이 이뤄지고 있는데 굳이 K-얼라이언스에 들어갈 필요가 있을지 모르겠다"면서 "어떤 이익이 있을지 모르는데, 그렇다고 안 들어가자니 정부 눈치가 보여 곤란하다"고 말했다. 이어 "솔직히 서로 경쟁하는 입장인데 함께 일하라니 부담스러운 게 사실"이라고 했다.

국적 선사들이 모두 협력한다고 하더라도 얼마나 효율이 높아질지도 미지수다. 전 세계를 다녀야 하는 해운업 특성상 국적보다는 이해관계가 맞아야 하기 때문이다. 이미 해외 선사들과 얼라이언스(동맹)를 맺고 협력하고 있는데 국적 선사끼리만 뭉치면 결국 폐쇄적으로 운영될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HMM만 해도 독일 하팍로이드와 일본 ONE(일본 NYK·MOL·K Line 합병법인), 대만 양밍(陽明)해운과 결성한 '디 얼라이언스'에 속해 있다.

다른 해운업계 관계자는 "정부 주도의 정책에 국적 선사가 모두 나서면 외국 선사 눈에서는 부정적으로 비칠 것"이라면서 "이미 국내·외 선사들과 얼라이언스를 맺고 운항 중인 동남아 주력 선사들의 입장도 난처할 것"이라고 했다.

지난 9월 중국 옌톈에서 HMM 상트페테르부르크호가 출항을 준비하고 있다.

정부가 지난 2017년 유사한 취지로 추진했던 KSP도 사실상 실패했다. 정부 주도로 추진된 KSP는 국적 정기 컨테이너선사들을 모아 항로 구조조정을 실시하고, 장금상선과 흥아해운을 통합하는 내용이 골자였다. 그러나 항로를 자진 철수한 선사들에 대한 지원이 부족했고, 철수한 항로를 외국 선사가 모두 잠식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해수부는 이번에는 자발적인 참여를 받고, 동남아시아에서 국적 선사의 점유율을 제고하는데 방점을 두겠다는 방침이라고 밝혔다. 올해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과 선사 간 복잡한 이해관계를 고려하면 상호 입장을 조율하는데 다소 시간이 걸릴 것이라는 예상도 내놓고 있다.

한 선사 관계자는 "지금으로선 K-얼라이언스에 들어갔을 때 얻게 되는 확실한 이점이나 구체적인 지원 방안이 없는 상태"라며 "정부가 2차로 제시하면 인센티브 등이 얼마나 보강됐는지 보고 나서 참여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