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 내 아이폰 생산 확대를 꾀하던 애플의 계획이 난관에 부딪혔다. 협력사의 노동법 위반 문제가 또 다시 불거졌기 때문이다. 이번에 골치를 떠안겨 준 곳은 전 세계 25개소에 생산 거점을 운영 중인 위스트론(緯創資通)이다.

15일(현지 시각) 블룸버그 등에 따르면, 인도 남부 방갈로르에 있는 위스트론 공장 직원 2000여명은 지난 12일 오전 기물을 파손하고 차량에 불을 지르는 등 폭력시위를 벌였다.

일부 직원들은 고위 임원의 사무실에 들어가 집기를 부수고 아이폰 수천대를 훔치기도 했다. 현지 매체들이 공개한 영상에는 직원들이 공장 건물을 향해 돌을 던지거나 쇠 막대 등을 휘두르는 모습이 담겼다.

13일 인도 방갈로르 위스트론 공장 앞에 경찰차가 대기하고 있다.

경찰은 시위 직후부터 이날까지 156명에 달하는 직원들을 체포했다. 위스트론은 최대 710만달러(약 77억5700만원) 규모의 재산 피해를 입은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직원들은 회사가 약속한 것보다 적은 월급을 주면서 하루 12시간씩 일하라고 강요했다고 주장했다. 당초 대졸 엔지니어들에게 월 2만1000루피(약 31만원)를 지급하겠다고 약속했지만, 실제로는 1만6000루피밖에 주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마저도 최근 3개월간은 1만2000루피로 줄었다.

엔지니어가 아닌 일반 대졸 직원들은 이보다 더 적은 8000루피를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한 직원은 일간 타임스오브인디아에 "한달에 500루피(약 7400원)만 겨우 받은 직원들도 있다"며 "지난 두달 동안 회사 측에 이의를 제기한 계약직 직원 80명은 해고되거나 권고 사직을 받았다"고 전했다. 이 직원은 또 근무 시간을 넘겨가며 일해도 추가 수당은 일절 받은 적이 없다고 했다.

방갈로르가 있는 카르나타카주(州) 산업부는 시위 당일 "회사가 임금을 제때 지급하지 않은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위스트론 측에는 "3일 안에 밀린 임금을 지급하라"고 통지했다.

애플도 현지 조사에 나섰다. 위스트론이 자사 가이드라인을 따랐는지 여부 등을 직접 확인한다는 방침이다.

위스트론은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회사가 아닌 하청업체가 직원들에게 임금을 제대로 지급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위스트론은 현재 6곳의 하청업체와 계약해 공장 직원 과반인 8900여명을 간접고용한 상태다. 공장에는 약 1만5000명이 고용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위스트론은 앞서 AFP통신에 "정체불명의 외부인들이 공장에 난입해 시설물을 훼손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와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가 지난 2016년 5월 21일 인도 뉴델리에서 만나 대화를 나누고 있다.

일각에서는 직원들의 집단 행동으로 애플의 인도 시장 확대 계획에 차질이 생길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가뜩이나 높은 가격으로 시장 경쟁력이 떨어지는 상황에서 여론마저 악화되면, 공격적으로 마케팅을 하더라도 큰 효과가 없을 것이란 지적이다.

애플은 지난 9월 처음으로 애플스토어 온라인 매장을 열며 인도 고객들과 직접 만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내년 상반기에는 인도 뭄바이에 첫 애플스토어를 열 예정이다. 애플은 그간 인도에서 현지 전자상거래업체 플립카트(Flipkart), 아마존 등 제3자 온·오프라인 매장을 통해 제품을 판매해왔다.

인도에서의 아이폰 생산량도 지속적으로 늘리고 있다. 위스트론을 통해 가동중인 공장만 3곳이다. 인도의 실리콘밸리로 불리는 방갈로르에는 자사 운영체제 iOS용 앱 개발자들을 위한 디자인·개발센터도 세웠다.

모건스탠리는 이번 시위가 인도 내 아이폰 생산량에 직접적인 영향을 줄 가능성은 낮다고 봤다. 시위가 벌어진 공장에서는 아이폰7만 조립하는데, 새 기종이 아닌만큼 생산 압박이 적기 때문이다. 이 공장의 생산 규모도 연간 500만에서 1000만개 수준에 불과하다.

하지만 애플이 임금 체불 문제로 위스트론과 거래를 중단하면 얘기가 조금 달라진다. 이 경우엔 인도에서 아이폰12를 생산하겠다는 애플의 계획에 제동이 걸리기 때문이다. 애플은 실제로 지난달 페가트론이 중국에서 서류를 위조해 학생 근로자를 야간초과근무에 투입한 사실이 드러나자 추가 발주를 중단한 바 있다.

인도 내 아이폰12 생산 일정이 불투명해지면 애플의 내년 증산 구상도 바뀔 수밖에 없다. 애플은 내년 아이폰12와 아이폰11, 아이폰SE2 등 신·구 모델 2억3000만대를 생산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내년 상반기에만 올해 같은 기간 대비 30% 많은 최대 9600만대를 생산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