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섬유재벌 '산둥루이그룹' 회사채 1600억 못갚아 '디폴트'
작년 총 매출 1900억인데 부채는 4.4조…공격적 M&A 영향
민간기업이지만 산둥성 지방정부 지원 받아…손 떼나 '우려'
中 칭화유니·국영기업 잇따라 디폴트…회사채 시장 리스크↑
중국의 LVMH(루이비통 모에 헤네시)를 꿈꾸던 산둥루이(山東如意) 그룹이 10억위안(1600억원) 규모의 회사채를 갚지 못해 디폴트(채무 불이행)를 선언했다.
이 회사는 2016년부터 발리(Bally), 아쿠아스큐텀(Aquascutum), SMCP(산드로, 마쥬&끌로디피에로) 등 유럽 고가 의류 브랜드를 연이어 인수하며 전세계의 이목을 끌었다.
15일(현지시각)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산둥루이그룹은 이날 만기가 돌아온 10억위안 규모의 회사채 원금과 이자를 갚지 못했다고 밝혔다.
이 회사는 3월 채권단에 이자를 지급하지 못하면서 자금난 우려가 커졌다. 국제 신용평가사 무디스는 당시 산둥루이 그룹의 신용등급을 Caa1에서 '매우 높은 신용 위험'을 의미하는 Caa3으로 강등했다.
전문가들은 중국 정부가 지방정부에 위험자산 비중을 줄이라고 압박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라고 분석했다. 산둥루이그룹은 민간기업이지만 본사가 위치한 산둥성 지방정부 산하 금융기구의 재정 지원을 받았다.
산둥루이그룹은 작년 총 매출액이 11억5000만위안(1900억원)이었다고 밝혔는데 부채규모가 최근 40억달러(4조4000억원)까지 불어났다. 원인은 공격적인 인수합병(M&A) 전략. 1972년 섬유공장에서 출발해 중국 최대 섬유기업이 되기까지 M&A로 몸집을 불린 영향이다.
이 회사는 2010년 일본 의류기업 레나운(RENOWN)을 시작으로 SMCP, 발리, 운동복 제조업체 라이크라 컴퍼니(Lycra Company) 등을 차례로 인수했다.
프랑스 은행 소시에테제네랄의 미셸 람 중국 이코노미스트는 "중국 지방정부 산하 금융기구는 (정부로부터) 위험 자산을 줄이라는 압박을 받고 있다"며 "산둥루이의 디폴트는 국영기업과 민간기업 간 상호 보증의 위험성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지난달부터 중국 회사채 시장에선 반도체 굴기의 핵심인 칭화유니와 국영기업 화천자동차그룹, 융청석탄전기가 잇따라 디폴트를 선언했다. 그동안 기업 재정지원에 적극적이었던 중국 정부가 경기 회복에 힘입어 부채 구조조정에 나섰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유럽 자산운용사 리갈&제네럴 투자운용의 에릭 루에스 이코노미스트는 "이런 디폴트를 허용하는 건 중국이 시스템에 모럴 해저드(moral hazard·정부 지원을 믿고 위험을 피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지 않는 관행)를 더욱 도입하려는 전략의 일부"라며 "두 걸음 후퇴했다가 한걸음 전진하는 전략"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