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위기가 진정된 이후에도 재택근무가 추세적으로 늘어날 것이라는 한국은행의 분석이 나왔다. 재택근무 확산으로 대도시 거주 수요가 일부 감소할 수 있으나 자녀교육이나 인프라 등 이유로 그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한은은 전망했다.

한은이 13일 발표한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재택근무 확산: 쟁점과 평가'에 따르면 코로나19 위기가 끝나도 소비에서는 온라인쇼핑이, 기업활동에서 원격회의가 늘어나는 것처럼 재택근무도 일시조정이 있더라도 추세적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재택근무 활용 우수기업 비대면 간담회에서 이재갑 고용노동부 장관이 발언하고 있다.

재택근무가 확산될 것으로 보이는 이유는 코로나19 위기로 인해 강제적인 재택근무를 시행하면서 경영진과 직원의 재택근무에 대한 인식이 크게 개선됐다는 점이다. 또 기업이 많은 시간과 자원을 투자해 인프라를 구축했고, 대다수 기업이 기대했던 것보다 재택근무가 잘 작동했다. 다만 상시적인 재택근무보다는 재택과 기존 사무실 근무 등을 유연하게 활용하는 하이브리드 형태의 재택근무가 활성화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한은은 재택근무 관련 네 가지 쟁점을 평가했는데 ▲재택근무 활성화로 생산성이 높아지는지
▲재택근무 활성화로 직원 삶의 질이 개선되는지 ▲재택근무가 부동산 가격에 미치는 영향 ▲재택근무로 환경오염이 줄어드는지 등이다.

우선 재택근무는 업무의 성격, 기술적 뒷받침 정도, 문화적 차이 등에 따라 생산성을 높일 수도, 낮출 수도 있다는 것이 한은의 평가다. 재택근무와 사무실 근무는 상호보완성이 있어 업무별로 생산성 수준이 극대화되는 최적 재택근무 수준이 존재할 수 있다고 봤다. 특히 평균 출퇴근 시간이 길면서 IT인프라가 잘 발달된 나라의 경우 생산성 향상 여지가 있다고 한은은 분석했다.

또 재택근무가 직원 삶의 질 향상에 기여하기 위해서는 돌봄 서비스와 학교가 정상화되고 가정 내 근무·주거 공간이 잘 분리되는 등 여건이 갖춰질 필요가 있다고 한은은 밝혔다. 통근시간 절감, 유연한 업무 환경 등이 삶의 질을 개선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하지만 주거지와 근무지 경계가 모호해지며 외려 실제 노동시간이 증가하는 문제, 육아 등 가사 부담이 증가하는 문제는 직원 삶의 질을 떨어뜨리는 요인으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한은은 재택근무 확산이 대도시 상업건물 수요를 낮추는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임대료가 비싼 대도시 지역에서의 사무실 필요면적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다만 기업 입장에서는 집적경제 효과, 소속감 유지 등을 위해 대도시 내 상업용 건물을 유지할 필요가 있어 임대료 절감에 따른 비용 절감 효과는 제한적일 것으로 봤다.

직원의 경우 직주근접 필요성을 줄여 주거비가 저렴한 지역으로의 이주 요인을 높이는 효과가 있고, 위성오피스 확산도 거주지 분산을 촉진하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다만 대도시 거주의 주된 요인이 자녀 교육이나 인프라 등인 만큼 이주 수요가 늘어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예상했다.

환경오염의 경우 재택근무 확산이 직원 이동을 줄여 석유, 전기 등 수요와 오염물질 배출을 줄이는 효과가 있다고 보는 것이 대체적인 평가지만, 가정에서의 IT 기기 사용이 늘고 냉·난방 에너지 사용이 증가하는 점은 긍정적 효과를 제약하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한은은 "앞으로 기업들은 재택근무를 활용하는 업무 범위를 점차 넓혀나가고 상시 재택근무보다는 하이브리드 형태의 최적 재택근무 조합을 찾아나갈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이 과정에서 사무실 근무시간보다는 성과를 중시하는 문화가 점차 자리잡아갈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