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신혼부부를 위해 도입한 신혼희망타운(공공분양)의 전용 46㎡가 또 미분양됐다. ‘너무 좁다’는 평가를 받으며 수요자들에게 외면받는 모습이다.
12일 한국토지주택공사(LH)에 따르면 지난 10일 마감한 경기 시흥시 시흥장현 A9블록 신혼희망타운 822가구 모집에는 총 1370명이 접수해 경쟁률 1.7대 1을 기록했다. 주택형별로 희비가 엇갈렸다. 전용 46㎡는 84가구 모집에 54명이 접수해 경쟁률 0.6대 1로 미분양이 발생했다. 반면, 전용 55㎡는 A·B타입 모두 청약률이 100%를 넘었다.
지난해 12월에 분양한 화성동탄2 A104블록 신혼희망타운 청약에서도 46㎡는 77가구 모집에 34명만 접수해 미분양됐다. 이 단지는 55㎡B(경쟁률 0.7대 1)도 미분양이었지만, 상대적으로 55㎡A(경쟁률 1.9대 1)에 수요자들이 많이 몰린 영향이었다. 전체 55㎡로 보면 총 704가구 모집에 910명이 접수했다.
지난해 1월 분양한 평택고덕 A7블록 신혼희망타운에서도 46㎡와 55㎡의 희비가 엇갈렸다. 46㎡는 A·B타입 모두 미분양이 발생한 반면, 55㎡는 A·B타입 모두 청약률이 100%를 넘었다. 46㎡A는 경쟁률이 0.6대 1, 46㎡B는 경쟁률이 0.4대 1로 저조했다.
신혼희망타운은 정부가 2017년에 발표한 주거복지로드맵에 따라 도입된 정책이다. 정부는 2022년까지 신혼희망타운 10만가구를 공급할 계획이다. △혼인 기간 7년 이내 또는 6세 이하 자녀를 둔 신혼부부 △공고일로부터 1년 이내 혼인할 예비신혼부부 △6세 이하 자녀가 있는 한부모가족에 해당하는 무주택자가 분양받을 수 있다. 전년도 가구당 도시근로자 월평균 소득 120%(3인 기준 월 666만원) 이하, 총자산 3억300만원 이하 등 요건을 갖춰야 한다.
분양가가 주변 시세보다 저렴하지만, 의무거주기간과 전매 제한 규제가 적용된다. 분양가가 시세의 몇 %에 해당하는지, 공급 지역이 투기과열지구에 속하는지 여부 등에 따라 전매 제한은 6~10년, 의무거주기간은 3~5년이 적용된다. 전매 제한이 끝나도 시세 차익을 모두 가질 수 없는 경우가 많다.
분양가가 3억300만원(총자산·2020년 기준)보다 높을 경우, ‘신혼희망타운 전용 수익공유형 모기지’ 가입이 필수다. 연 1.3% 금리로 대출을 최대 70%까지 지원하는 대신, 매도할 때 차익을 환수하는 상품이다. 자녀수와 대출 기간에 따라 매도 시 10~50%의 시세차익이 환수된다. 전매 기간 전에 집을 매도하면 주택법에 따라 사업 주체(LH)에 ‘분양가+정기예금 이자’ 금액으로 매각해야 한다.
신혼희망타운은 전용 46~59㎡로 공급됐다. 주로 46㎡와 55㎡ 두 평형이 많았다. 입지별로 성적이 갈렸는데, 46㎡는 55㎡보다 매번 고전했다. 신혼희망타운 중 가장 인기가 높았던 위례 A3-3b블록에서도 △55㎡A 143.1대 1 △55㎡B 60.9대 1로 55㎡의 경쟁률이 높았던 반면, 46㎡는 △46㎡A 21.7대 1 △46㎡B 8.9대 1로 저조했다.
46㎡가 외면받는 이유는 ‘너무 좁아서’다. 46㎡는 소위 ‘20평형’으로, 민간에서 주로 분양하는 소형주택형인 59㎡(25평형)보다 꽤 좁다. 요즘 신축 아파트들의 59㎡는 방 3개, 욕실 2개 구성이 일반화돼 방 2개, 욕실 1개 구성의 46㎡와는 평면상 차이가 크게 다가온다. 신혼희망타운 수요자 사이에서 "아이 둘 낳으면 46㎡에서 못 산다"는 불만이 나오는 이유다.
전문가들은 수요자 사이에서 46㎡의 인기가 별로 없는데도 초소형 주택형을 공급하는 비중이 지나치게 높다고 지적한다. 권대중 명지대학교 부동산학과 교수는 "정부가 공급 목표를 맞추기 위해 수요자 선호도가 낮은 작은 평형 위주로 공급하려는 것 아니겠느냐"면서 "아무리 신혼부부용 주택이라 하더라도 면적이 너무 작다"고 말했다.
이창무 한양대학교 도시공학과 교수는 "청약률이 100%에 못 미쳐 미분양이 발생한다면 수요에 맞지 않게 공급이 이뤄지는 상황이라고 볼 수 있다"면서 "신혼부부들은 단 한 번 분양받을 수 있는 신혼희망타운 청약에서 가급적 55㎡라도 분양받으려고 하지, 아무렇게나 기회를 쓰려고 하지 않는 것"이라고 했다.